Who are you? B
(부제 : 관심의 시작)
오늘 여주는 아침부터 생각한다.
나 분명 방금까지 되게 행복했던 거 같은데..
회사에 입사한 후 어제 처음으로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여주는 나름대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기분 좋게 출근길을 나섰고 지하철에선 여주의 바로 앞에서 자리가 났으며 신호등이 바로 바뀌어서 기다리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고 출근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비록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팀장을 만나 와르르 무너졌지만.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야근이 체질인가보네요. 좋은 아침인 걸 보니. 보고서 기대하죠."
응?
"...네?"
"뭡니까, 그 반응은?"
"아니, 어젯밤에 오셔서 오늘 마무리 하라고..."
"...어젯밤?"
나야말로 묻고 싶다. 그 반응은 뭐냐고.
여주의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짓던 강팀장은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아, 미친 새끼. 하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미안합니다. 깜빡했네요. 들어가자마자 마무리해서 가져오세요."
"네..."
여주는 9층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휴게실로 향하는 강팀장을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
유난히 그런 날이 있다. 무엇을 하든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늘 한 번에 성공한 적 없던 일도 한 번에. 여주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닐까 싶다.
"팀장님. 보고서 다시 작성했습니다."
저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3번이나 읽었고 대휘도 종현씨, 민현씨도 다 잘했다고 칭찬했기에 이번만큼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 여주였다.
"어제보단 낫네요."
"정말요????"
"제발 한 번에 이렇게 좀 써옵시다, 김여주씨."
"넵...'
잔뜩 올라간 입꼬리를 숨길 생각도 못하고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 여주를 잠시 바라보던 다니엘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장실 문을 조심스레 닫고 나온 여주는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a.k.a 미어캣들)에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조금 심하게 까이던 여주였기에 다들 제 일처럼 기뻐해줬고 그 중에선 역시 대휘가 가장 기뻐해줬다.
"누나, 대박. 어떻게 한 번에 통과?"
"그러게 말이다. 나 아무래도 오늘 로또 사야 될 거 같애."
"당첨되면 나 이백."
"이거 완전 양아치네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늘 오늘만 같으면 참 좋겠다.
**
"자, 오늘 저희 프로젝트 잘 마무리한 기념으로 회식하기로 한 거 아시죠? 저는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고 카드는 옹대리님 드릴 테니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월요일에 봅시다."
그렇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보다. 심지어 강팀장이 회식에도 안 왔다니. 여주와 대휘는 회식자리에 도착해서도 서로를 툭툭 치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자, 다들 잔 드시고. 옹대리님이 한 마디 해주세요."
"마침 내일이 주말이네? 다들 마시고 죽자!!"
"죽자!!!!!"
한참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이게 직장회식인지 대학 과모임인지 구별도 못할 정도로 인터넷보고 알아 온 온갖 술 게임에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까지 시전 하시는 옹성우대리와 옆에서 덩달아 신난 이대휘사원 덕분에 회식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들뜬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여주는 평소 주량보다 오버해서 마신 바람에 취기가 더 빨리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 옆자리에 앉아있던 민현에게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다하고 술집 문을 나섰다. 술집 앞 화단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볼도 톡톡 두드리고 발장난도 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여주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옆모습을 발견했다.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저 옆모습은 제가 아직 사리분별이 가능하다면 강팀장이 분명했다.
일 있다고 회식도 안 오더니..
뭐야, 나 왜 삐죽거려.
그래도 매번 보던 정장차림과 다르게 캐주얼한 스타일을 한 강팀장을 볼 기회는 흔치않으니 여주는 땡잡았다,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제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강팀장은 고개를 돌려 여주를 바라봤고 어? 하면서 놀라더니 이내 어제 보여줬던 그 예쁜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보네요?"
"일 있으시다더니 여기서 뭐하세요?"
"이거 때문에."
강팀장이 손짓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강팀장이 챙겨준 걸로 보이는 우유와 사료를 열심히 먹고 있는 고양이 2마리가 여주의 눈에 들어왔다.
"길고양이들 많이 돌봐주세요?"
"그냥 지나가다 눈에 띄면?"
".....의외다."
"평소 이미지가 어땠는지 대충 알 거 같은 반응이네요."
"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핫."
"근데 술 많이 마셨어요? 볼이 빨개."
"평소보다는 조금 많이?"
아직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인 여주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강팀장은 곧 손을 내밀어 여주의 얼굴을 감쌌다. 정신없는 와중에 강팀장이 제 볼을 감쌌다는 사실에 놀란 여주는 눈이 동그래졌고 강팀장은 그런 여주와 눈을 마주치며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내 손 차가우니까 술 빨리 깨라구요."
".............."
"계속 취해있으면 나 나쁜 생각 할지도 모르니까."
-
하핫 여러붕
이게 뭐라고 초록글까지 올려주셨답니까ㅠㅠ
남겨주신 댓글들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 읽었답니다
넘나 감사한것ㅠㅠ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후다닥 왔어요!
근데 여러분의 추리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저 이거 나름 몇 날 며칠 고민한 내 소듕한 소재인데ㅠㅠㅠㅠ
단번에 추리하시면 저는ㅠㅅㅠ
하지만 바로 공개하지 않을거에요(자존심)
이제 써놓은게 없어서(ㅋㅋㅋㅋ) 오늘처럼 빠르게 오진 못하지만 열심히 써오도록 할게요!
그럼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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