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 성애자
w.라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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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루한과 민석은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입에 넣었다. 아, 체할 거 같아. 불과 개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밖에서 먹거나 매점에 가 있던 세훈과 종인이 급식소에 나타나도 민석과 루한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세훈과 종인이 저희 셋에게, 엄밀히 말하면 준면에게 다가오자 두려움에 떨었다. 쟤들은 왜 여기로 와. 민석은 밥 먹다가 중간 중간 세훈이 준면 몰래 저에게 보내는, 얼른 가라는 눈빛을 견디지 못해 반 정도 먹은 밥과 반찬을 정리하며 루한의 종아리를 툭 찼다. 루한이 슬쩍 눈만 들어 보자 민석은 간절한 표정으로 나가자는 눈짓을 보냈다.
"아직 다..."
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인상을 팍 쓰고 제 다리를 퍽 차는 민석 덕에 루한은 김치 한 조각을 빠르게 입에 넣고 일어섰다. 먼저 갈게 준면아. 꼭 살아남길 바랄게. 뒷말은 꾹 삼킨 루한이 자리를 떴다. 민석과 루한이 사라지자 이제 세훈은 종인에게 꺼져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종인은 가볍게 시선을 무시한 채 아무것도 모른 채 밥 먹고 있는 준면에게 말을 걸었다.
"내 새끼 맛있어?"
"준면이가 왜 니 새끼야."
"내 새끼, 이것도 먹어."
세훈의 말도 가볍게 무시한 종인은 준면의 밥 위에 햄을 올려주고 먹는 모습을 쳐다봤다. 아, 존나 귀여워. 준면을 실제로 분 순간부터 준면짱팬이 된 종인은 준면이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보였다. 제 앞에서 준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종인과 그걸 받는 준면의 모습에 심사가 뒤틀린 세훈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밥을 먹었다. 시발, 내가 먹여주러 왔는데.
.
요즘 학교에는 세훈에 관한 이야기가 맴돌았다. 종인 말고는 대화하지도 않던 세훈이 준면이 전학 오자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강아지처럼 행동하자 순식간에 전교생의 입방아에 올랐다. 오세훈이 전학생에게 졌다더라, 전학생네 집이 조폭이라더라, 등등 준면은 세훈과 함께 입방아에 오르는지도 모른 채 학교생활을 했다. 화장실에 손 씻으러 들어온 준면은 칸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세훈의 이름이 나오자 귀 기울였다.
"야, 요즘 오세훈 왜 이렇게 잠잠하냐?"
"몰라. 걔 학교도 꼬박꼬박 잘나오잖아."
"그니까. 존나 맨날 사람 패던 새끼가. 정신 차렸나."
"정신 차리긴 무슨. 그 새끼 개학 전에도 XX고 애들 팼다는 말 있더라."
세훈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준면은 이내 험담으로 이어지는 대화에 칸 문을 부술듯이 힘차게 차고 교실로 돌아왔다. 종인과 투닥 투닥 거리던 세훈이 옆에 앉는 저에게 살갑게 말을 걸자 준면은 화장실에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준면아, 김종인이 나보고 꼴뚜기 같데. 쟤 혼내줘. 하지만 이내 찡찡 거리는 세훈을 보자 자신은 근거 없는 소문을 들은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준면은 화장실 대화를 머릿속에서 지우곤 세훈의 말에 손을 번쩍 들며 맞장구쳤다. 내가 혼내줄게!
.
민석과 루한이 서울구경을 시켜준다는 주말이 되자 준면은 들떴다. 전학 와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서울 구경을 하는 것이었기에 준면은 이리저리 신경을 많이 썼다. 옆에서 두가지 스냅 백을 현관문 거울 앞에서 썼다 벗었다 하는 준면의 모습에 백현이 답답한지 준면을 불렀다.
"형아, 형아."
"응. 왜?"
"저거 저거."
준면은 백현이 고사리만한 손으로 가리킨 스냅 백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
"응."
백현이 골라준 스냅 백을 뒤로 쓰고 머리칼을 정리한 준면이 만족한 듯이 웃었다. 형 갔다 올게. 준면은 백현에게 뽀뽀한 후 집을 나섰다. 백현은 준면이 놔둔 스냅 백을 제 머리에 준면과 똑같이 눌러쓰곤 거실로 총총 걸어갔다.
.
"김준면! 여기!"
손을 방방 흔드는 민석 덕분에 준면은 쉽게 둘을 발견했다.
"사복 입은 모습 보니까 태가 사는데?"
루한이 새삼 감탄했다는 식으로 칭찬하자 씩 웃은 준면이 얼른 가자며 민석과 루한의 한쪽 팔을 각각 잡은 채 이끌었다. 오늘 되게 신났다 김준면? 준면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 진짜 설레!
.
이리저리 쏘다닌 바람에 발 끝까지 힘이 사라진 셋은 겨우겨우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고 루한이 맛있다고 추천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셋은 힘없이 주문한 후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아..힘들어..."
"나도..."
"나도..."
한참을 말없이 엎드려 있던 셋은 음식이 나오자 스물 스물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앞에 음식이 놓이자 아무 말 없이 숟가락질만 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오자 준면은 전학 온 이후로 궁금했던 세훈에 대해 물어봤다. 세훈이 어떤 애야?
"오세훈?"
민석은 생각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밥을 먹었다. 루한은 준면이 저를 바라보자 잠깐 뜸 들인 후에 세훈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오세훈은 무서운 애야."
"그렇지. 무섭지."
깍두기를 입에 넣으며 민석이 맞장구 쳤다. 걔 중학생 때부터 장난 아니었어. 저번에 네 자리에 앉아있던 까만 애 기억나지? 김종인. 걔랑 중학생 때부터 둘이 친구였는데. 아주 사고를 안치는 날이 없었지. 맨날 교무실 불려가고. 학교 나오면 애들이랑 쌍고, 안 나와도 싸우고. 난 걔가 전 국민이랑 싸울려는 목표 가진 줄 알았다니까? 그 정도로 걔가 맨날 사고치고 다녔어. 그러다가 어떤 애 한명을 거의 죽기 전까지 팼지. 기절했는데도 계속 팼데. 근데 왜 때린 건진 아무도 몰라. 김종인 말고는. 뭐, 또 자기 맘에 안 들어서 때렸겠지. 무튼 오세훈이랑은 엮이지 않는게 좋아. 괜히 쌤들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뭐가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걔한테 관심 쏟거나 잘해 주지 마. 너만 손해야.
√세훈의 일기 시발. 이제 김종인 새끼랑 준면이랑 못 만나게 해야겠다. 둘이 있으면 왕따 되는 기분이야. 그리고 준면이가 왜 지 새끼야. 내 새끼지. 아, 근데 이번 주말에 루한이랑 김민석이랑 서울 구경한다던데. 따라 가볼까. √준면의 일기 세훈이랑 있으면 왜 손해일까. > 201X년 3월 XX일
-저번 화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해요ㅠㅠ
감동ㅠ♡ㅠ
+두 부분만 조금 수정했어요! 서툰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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