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우지호 02
Written by 비비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쉽다 생각했었던 지호는 후회와 함께 아침을 맞이 했다. 전단지 500장을 들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느라 어깨, 팔, 다리 등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차디찬 바닥에서 잠을 잔 탓인지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고, 입도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에 베개 밑의 거울을 꺼내 겨우 뜬 눈으로 요리조리 입을 살폈다. 휴- 입은 안 돌아갔어. 화장실로 향한 지호는 자신의 머리에 닿아오는 온수와 동시에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역시 겨울엔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아야지. 어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치렀던 가스비 5,000원은 온수 사용 시에만 쓰기로 다짐을 한 상태였다. 도저히 찬물로 씻다간 머리가 얼어버릴 것 같아 차라리 찬 바닥에서 자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등교를 했지만, 딱히 공부를 더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실은 따뜻한 난방시설이 있으니까. 단지 그뿐이었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아 파란 기운이 감도는 교실에 1등으로 도착한 지호는 히터를 켜놓고 자신의 자리인 왼쪽 창가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온종일 잠만 자는 지호를 담임 선생님도 신경 쓰기 귀찮긴 했는지 항상 왼쪽 창가 제일 뒷자리는 지호의 고정 좌석이었다. 오늘 저녁에도 해야 하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체력보충을 하기 위해 지호는 책상과 팔을 베개 삼아 교복 재킷을 담요 삼아 덮고는 엎드려 뜨끈한 난방 바람을 느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웬만해선 점심시간까지도 엎드려 있을 때 종종 일어나는 발작 증세가 없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지호였지만 자꾸 옆에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에 슬쩍 한 쪽 눈을 떴다. 뭐야? 웬 처음 보는 녀석이 빈 자리였던 자신의 옆 자리에 앉아 눈을 똥글똥글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관심도 없고 잠이 우선인 지호는 고개를 돌려 잠을 다시 청했다. 잠의 세계로 빠지려는 찰나 다시 옆구리를 툭 찔러오는 만행에 지호는 잠이 싹 달아나고 짜증이 슬금 치솟아 올랐다. 하지마라. 고개를 돌려 나즈막하게 건넨 경고의 한 마디는 눈을 마주치고 있음에도 찌르는 손 때문에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너임마,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벌떡 일어서서 외치는 지호 덕분에 열심히 수업 중이던 교실에는 정적이 찾아왔고, 선생님과 반 학생들 전부를 포함해 대략 60개의 시선이 지호에게로 꽂혔다.
"우지호 뭐야?"
"선생님, 얘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야. 오늘 너희 반에 전학 온 학생이지."
엥? 전학? 언제? 지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자신의 오른편에 앉은 녀석을 내려봤다. 하긴, 우리 반엔 이런 얼굴 없었지 참. 혼자 일어선 채로 고개를 끄덕이던 지호는 옆에 앉아있는, 이제는 자신의 짝지가 될 녀석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그것도 수업 중인 걸 잊은 채 큰 소리로. 너 이름이 뭐냐?
딱-.
지호의 반질반질한 이마로 갑작스레 분필이 날아와 꽂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악! 내 이마. 구멍 난 거 아니야? 코 끝이 찡할 정도로 아픈 이마를 부여잡고 왜 그러냐는 듯이 분필이 날아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호의 시선의 끝에는 선생님이 흡사 호랑이에 빙의된 표정으로 지호를 잡아먹을 것 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봐주긴 뭘 봐줘. 수업시간이 친목도모질 하는 시간이냐?"
"아니요, 저 자는… 아니아니, 열심히 수업 듣는 시간이죠!"
"아는 녀석이 그래?"
"ㅎ..ㅎㅎ 선생님 봐주세요옹."
"징그럽다 녀석아, 이때까지 자고 있었지? 오늘 날이 춥던데…. 복도로 나간다. 실시!"
헐. 너무해요, 선생님. 온갖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턱끝으로 뒷문을 가리키는 선생님은 당해 낼 수 없었다. 너 이새끼, 니가 깨우지만 않았어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옆에 앉은 녀석을 쳐다보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수업을 다시 진행하는 선생님께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호는 녀석을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억울함에 머리만 벅벅 문지르다 뒷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ㅡ
지호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지훈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반갑다, 난 표지훈.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려 왔을 때, 지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하얗고 귀여운 얼굴에 저만큼 낮은 저음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듣기 좋은 목소리임인 것만은 확실했다.
"너 목소리 좀 좋…. 아니 그건 그렇고, 야. 너, 나 자는데 왜 자꾸 방해하냐?"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너 땜에 내 이마 부어오른 거 보여?"
엉? 봐봐. 여기 좀 보라고. 지호는 이마를 지훈의 눈앞으로 들이밀고 손가락으로 맞은 부위를 가리켰다. 아프겠네. 들려오는 소리는 딱 네 글자. 내가 누구 때문에 이마가 이 꼴이 됐는데. 지호는 억울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너 진짜 전학 온 거야?"
"아니면 내가 여기 왜 있는데?"
"그럼 이 자리 말고 딴 데 앉으면 안돼냐?"
"여기가 제일 맘에 드는데."
후우-. 지호는 왠지 이 녀석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한숨이 나왔다.
반가워요 :D |
하루만에 찾아왔지요ㅎ_ㅎ..!! 다들 발랄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분량이 짧진 않나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실거죠↗? 는 무슨... 다음편은 더 길게 찾아 뵐 수 있도록 할게요☞☜ 다시 한번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제 사랑머겅 여러번머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