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운다 - 美
Dead leaves(落化)
***
너는 마치 한송이의 장미꽃같았다.
아름답고 여리디 여린 너의 속내를 꼭꼭 숨겨두고선 날카로운 가시를 내세워 애써 괜찮은 척, 미련하다못해 바보같기까지 하도록 너의 주변에 있는 모든것을 제탓으로 돌려 모든걸 저 혼자 책임지려했던 너는- 한송이의 장미꽃이었다.
그런 장미꽃이, 아니 내 삶의 전부였던 니가 정말로 붉은 장미꽃잎처럼 한잎 한잎 떨어져버렸다. 너는 항상 내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고싶다’ 고. 그러나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 이 되기도 전에 ‘이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 이 되어버렸다.
기억 저편에서 꺼내오기조차 싫도록 끔찍했던 그 날의 전날즈음 이였을까, 여느때처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니가 스치듯 내게 물어왔다. 만약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어떨 것 같냐고. 아니, 내가 없는 블락비는 어떨 것같냐고. 나는 웃으며 답했다. 네가 없어도 블락비는 잘 돌아갈거라고. 그저 술에 취한 너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면 너는 술잔에 채워진 술을 입에 털어넣으며 내게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마 그럴거야’ 라는 말과 함께.
너의 장례식을 치른 후 몇달동안 나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제대로 노래를 하지도,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도 못했다. 나뿐만이 아니였다. 멤버들 모두가 그랬다. 장례식이 끝난 후 멤버들과 돌아온 숙소에서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붉게 충혈되고 퉁퉁 부은 눈을 마냥 비벼대다가, 또 이따금씩 숙소 곳곳에 남겨진 너의 흔적들을 멍하니 바라보는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마음이 약한 지훈의 울음을 시작으로 애써 꾹꾹 눌러담던 슬픔이 북받쳐 오르면 모두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오곤 했었다.
몇몇의 팬들은 ‘이럴수는없다’ 며 너의 죽음에 따라 자살을 택하거나, 또는 숙소 앞에 모여 함께 너의 죽음을 애도하곤 했다. 몇몇의 포털사이트에서는 ‘우지호가 사실은 정신병을 앓고있었다더라’, ‘사실 그룹내에서 왕따를 당했다더라’ 하는 근거없는 추측성 기사들이 올라오는가 하면, 무슨 사소한 일이 생기기만 하면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무조건 우리에게 등을 돌리며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마저도 동정심 담긴 말로 우릴 위로하곤했다.
곡 작업을 할때면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너를 위해 우리 모두가 웬만해서는 들어가지 않는 작업실. 그 굳게 잠긴 철문에 손을 뻗어 손끝으로 문을 훑어내리니 몸서리치게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온다. 그대로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귀를 대고 가만있으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쏟아지는 비트 위에서 마치 자유자재로 박자를 가지고 놀듯, 즐겁게 웃으며 노래 하고있을 너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너는 이 굳게 잠긴 차가운 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있었을까, 바보같이 혼자 무슨 죄책감에 빠져 이 외롭고 힘든 길을 택했던걸까.
모두 포기하고싶었다. 나도, 멤버들도 모두 다. 니가 그랬듯 우리도 모든것을 포기하고 이 지독한 슬픔속에서 벗어나고싶었다.
해체를 할까 하는 생각도 수백번, 수천번씩 해왔었다. 그러나 니가 편지속에 마지막으로 남긴 너의 ‘나 없이도 잘 해내줘’ 라는 말로 인해 그럴 수 조차 없었다. 니가 남기고 간 작곡노트 안에는 마치 우리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라도 되는 듯 ‘Happy together’ 이라고 제목을 붙여 놓은 곡이 쓰여있었다. 너의 빈자리를 미리 알았기라도 하듯 니가 남겨놓은 가사와 파트분배에서 너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몇날 몇일을 멤버들과 함께, 그리고 의장님과 함께 의논하고 또 의논했다. 해체를 할 때 하더라도 우지호의 소원은 들어주자고, 블락비의 마지막 노래를 이 노래로 너와 함께하자고 뜻을 모았다. 동정심 때문이었던건지, 너의 빌어먹을 그 잘난 작곡 실력때문이었던지 우리의 노래는 전파를 타고 또 흘러 우리가 그토록 꿈꿔오던, 다같이 꼭 손붙잡고 올라가 함께 하자던 연말 시상식 대상까지도 손에 거머쥐게 만들었다.
연말 시상식 MC의 입에서 ‘블락비’라는 말이 터져나왔을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냥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소리없이 눈물을 훔칠 뿐이였다. 시끌벅적했던 시상식 장내가 어느새 너의 빈자리를 애도해주는 듯 소리없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애써 울먹임을 삼키며 말했다.
“…지호야, 보고있지?”
그러고 보면, 너는 어린아이같았다. 사람들은 너의 겉모습만을 보고 널 한낱 여자나 만나고 다니는 양아치쯤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때로는 씁쓸한 웃음을, 또 가끔은 미소를, 또 가끔씩은 눈물을 흘리곤 했다. 모두 잠든 밤 노트북 앞에 엎드리고 누워 훌쩍이는 너를 바라보다 나는 말했다. 뭐하러 그걸 다 읽어가며 혼자 마음아파하느냐고. 그러면 너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예쁘게 웃어보이며 이렇게 하면 우리를 믿어주는 몇몇 팬들을 만날 수 있다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가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된다는게 자기에게 너무도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트위터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글을 띄워놓고 전송버튼에 손을 가져다대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엔 ‘뒤로’ 버튼을 눌러버리곤 했던 너는, 겉으로 애써 강한 척 하는 어린아이같았다.
잊혀진다는건 참 무서운 일이다. 한순간 화두에 올랐던 너의 죽음에 관한 글들은 이제 더이상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에게 너는 10년이란 시간동안의 울고 웃음의 이유, 그리고 내 삶의 전부였다. 내가 어느날 무턱대고 너에게 랩을 함께 하고싶다고 한 게 전부 너 때문이라는걸 너는 알고있을까. 나는 사실, 랩이나 연예계쪽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단지, 니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함께 하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길을 택했다.
그런데 이젠 내 삶의 이유도, 목표도, 아무것도 나 혼자힘으로 할 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했던 ‘나 없이도 잘해내달라’ 는 약속도,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연말 시상식의 대상까지도 모두 다 이뤄내고, 곧 블락비도 해체되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걸까. 니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해 낼수가 없다.
이제 나는 조금 편안해지고싶다. 너와의 약속을 모두 지키고 나서인지 이제는 조금 홀가분해진 것 같다.
…이제는 나도 저 먼 하늘의 별이 되고싶다. 나는 아마 저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틀림없이 하늘에서 환하게 웃고있을 너일테니까. 저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 옆에 늘 작은 별이 함께 반짝이듯, 나는 마지막까지도 너의 옆에서 빛나는 작은 별이 되고싶다. 그걸로 족하다.
너의 눈물방울로 얼룩진 작곡노트 끝자락에 적혀진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말,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지금 죽는거야.”
나도, 이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화려한 비상을 하려한다.
***
“경아, 넌 나중에 죽으면 뭐가되고싶어?“
“나? 뭐야 뜬금없이, 그런걸 왜물어보는데?”
“그냥…, 그냥도 못물어보냐?”
“오늘따라 왜이래, 난 안죽을꺼야. 평생! 넌 죽으면 뭐가되고싶은데?”
“음… 난 별”
“뭐야…니가 애냐? 유치하게 뭔별이야”
“그냥, 내가 죽어도 제일 빛나는 별이 되면 어느 누군가라도 내 생각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병신… 니가 죽으면 내가 평생 기억해줄텐데 뭘”
“…하긴, 그렇겠지?“
“당연하지, 바보야”
내가 널, 끝까지 기억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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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읔...엄청 슬픈거 쓰고싶었는데 뜻대로안되네요ㅋㅋㅋ 시험기간동안 이 스토리가 계속 남아서 조금조금씩 메모해놨다가 시험끝나고 폭풍ㅠㅠㅠ 재밌게 봐주셨으면좋겠어옇ㅎ..헿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