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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0월의 어느 날에

 유치원 이후로 잊고 지내던 네가 생각나 눈물이 났어. 난 지금 흔히 말하는 사춘기라는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아무렇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다 신경질이 나고 화가 나. 지금 내 나이가 어려서 생각나는 건가, 왜 다섯 손가락이 넘어가는 시점에 왜 갑자기 네가 생각나는 거야? 정말 사춘기라 그런 거야? 그렇다면 이 사춘기 얼른 끝내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이거 좀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은 기분이야.

 

 

 20061월 세뱃돈을 받고

 네 생각이 틈틈이 났지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적지 않았어. 진짜 짜증나게 계속 눈물 나더라. 너 나랑 그렇게 깊은 사이 아니었잖아. 넌 날 좋아하고 난 우리 유치원에서 가장 예쁜 친구였던 해인이의 친구였을 뿐인걸. 그리고 그땐 어렸잖아, 그때가 대체 왜 생각이 나? 왜 울지? 진짜 사춘기라는 건 나를 괴롭게 만들어.

 

 

 20064월 반장 먹은 날

 3개월마다 너에 관한 내용을 쓰는 것 같아 기분 나쁘지만 좋은 날이니까 오늘은 기분 좋게 쓸 거야. 3월 반장을 하지 못해 마음이 상했지만 이번 4월 반장은 내가 됐으니까. 아 그리고 너와 관련된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여전히 나.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대로 내비 두려고. 사춘기는 성숙해지기 위한 성장통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 지금 그런 시기니까 내가 이해하려고. 난 널 좋아하지 않았고 너만 날 엄청 좋아했어. 우리 오빠 태권도학원 차량에 나 보려고 차까지 탔잖아. 그때 우리 가족들은 너랑 결혼할 줄 알았대. 난 최근에 사귀기 시작한 전교회장 오빠랑 결혼할 거야. 너랑 비교가 안되게 멋있어. 넌 태권도장에서 만날 맞고 울었지만 이 오빠는 때리고 이긴다. 정호석 너랑 비교가 안되는 사람이야.

 

.

.

.

 

 20112월 창피하다 진짜

 내가 몇 년 전에 이런 일기를 썼었다니? 진짜 창피하다. 진짜 사춘기는 무섭고 괜히 북한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겟 소리가 공감이 간다. 이 공책을 보니까 네 생각난다. 솔직히 저 이후로 네 생각이 나질 않아서 신경안쓰고 지냈거든. 잘 지내냐?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그때 너 일본으로 갔잖아. 누나가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그 치료 목적으로 간다고 했었나? 어머님도 일본분이셨으니... 아닌가? 양심적으로 8살짜리 애 기억인데 안날 수도 있으니 관대하게 넘어가자. ... 이렇게 적고 있으니 너랑 있었던 일이 하나 둘 생각난다. 너랑 나 가까워졌던 이유가 너희 누나 덕분이었잖아. 유치원생 때 인데 왜 생생하게 기억나? 너희 누나가 6살 있었던 나를 쇠 컵으로 쾅- 머리를 치셨고 넌 나한테 미안하다고 친하지도 않던 날 안아주면서 달랬잖아. 그 일 이후로 친해진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 유치원생 때 기억은 생생하면 이상한 거야. 그치? 그래.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너 우리집 와서 마당에 나랑 결혼할 거라고 엄청 크게 외쳤다며? 와 김탄소 평생에 이렇게 사랑 받아 볼 날이 있구나 싶다, 진짜. 내 기억 속엔 네가 항상 별명가지고 놀렸던 기억만 가득한데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 속엔 네가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로 남아있냐. 지금 생각해 보면 넌 참 배울게 많은 꼬맹이네. 잘 살고 있냐? 보고 싶다. 유치원 동창회 같은 건 안하겠지? 내 생에서 우리집 남자들 말고 어리지만 날 누구보다 사랑해줬다고 기억되는 정호석아, 보고 싶다 진심으로.

 

 

 

 

 

“2017년 최고의 대세 아이돌이죠! 몇 일전만 하더라도 빌보드도 찍고 왔습니다. 소개합니다 방탄소년단!”

 

둘 셋 방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입니다.”

.

.

 

가장 최근에 나온 곡 봄날은 슈가씨와 랩몬스터씨가 각 친구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곡을 만들었다고 해요. 전 특히 도입부에서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 더 보고 싶다라는 가사가 인상적인데요. 혹시 보고 싶은 사람이나 이런 감정이 들었던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호석/조각글] | 인스티즈

 

저는 개인적으로 있어요. 첫사랑 인 듯 아닌 듯한... 들으면 비웃을 수도 있는 데요 유치원생 당시에-”

 

아 제이홉씨는 사랑을 유치원생 때! 대단한 친구에요.”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요. 친구인지 아닌지 기억도 안나는 감정이었는데요 그 친구가 정말 귀여웠어요. 아파도 아프다고 화내지 않고 혼자 이해하며 우는 모습이... 아 이러니 변태 같네요.”

 

. 좀 많이.”

 

그런 뜻이 정말 아니고요! 6살짜리가 뭘 안다고 그 여자애를 지키고 싶더라고요. 그 나이에. 8살 이후로 본 적이 없는데 보고 싶어요. 여전히 그 친구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지만 모든 사람을 휘어잡는 그런 매력이 여전할 거예요. ”

 

더보기

비도 추적추적 내리니까 어렸을 적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글 써봅니다.

방탄소년단의 호석이의 이야기 전까지는 전부 실화입니다. 실은 그 친구와의 경험이 더욱 생각나지만 적다가 아꼈습니다. 정말 혹시나 그 친구가 볼까봐요 ㅋㅋㅋ

그 친구 정말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언제 그런 과분한 사랑을 받아보겠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겁 뿐만이 아니라 두려움도 많아지는 겁쟁이 인 것을, 그래서 표현하는 것 조차 무서워 지고 사람과 사람과의 감정을 제대로 주고 받는 것이 언제 인지 기억도 안나는 이 나이에. 갑자기 결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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