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기억하니
* * *
00.봄의 도래
봄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른 오후였다.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든 이의 얼굴에 밝은 채광이 드리웠고, 봄바람은 솜털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간지럽혔다. 붓을 들지 않은 다른 손을 타인의 동빛 손이 조물락거리며 결박했기 때문에, 팔레트는 남자의 허벅지 위에 놓인 채였다. 그런 그의 옆에 앉은 남자는 저와 대조되게 새하얗고 뽀얀 손을 제 손에서 놓지를 않았다. 조물락조물락 매만지는 손길에 소중히 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붓을 든 이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심하다 이내 붓을 찍어 누르는 것을 보며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리고 물감을 머금은 붓의 머리가 캔버스에 닿을 때마다 그의 도톰한 입술에서 달콤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예뻐,"
"......"
귀여워. 깨물어버리고 싶어. 나 좀 봐. 경수야. 너무. 너무 예뻐.
"도경수."
"......"
"들었으면 대답."
"..응."
남자는, 그림에 멍하니 집중하면서도 대답하는 제 앞의 하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경수야,"
겨울새 얼었던 시냇물마저 녹아버릴 정도로,
"..사랑해."
달콤하게.
..못말려 진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방해꾼이었다. 제 손에 깍지를 끼며 속삭여옴에 이내 붓을 내려 놓은 남자는 옆에 앉아 짓궂게 웃고 있는 제 연인을 밉지 않게 흘겼다. 그러자 마주 본 구릿빛 얼굴에 미소가 완연히 흐드러졌다. 그 모습은 뒷산에 만발한 봄꽃보다도 짙은 향기를 뿜었다. 남자는 제 손에 쥐고 있던 하얀 손을 들어올려 보드라운 손바닥에 쪽, 입을 맞추자 간지럽다며 까르르 아이같은 웃음을 짓는 앳된 사람을 보며 함께 따라 웃었다. 마주 웃는 반달 모양의 눈들이 따뜻함을 서로에게 전했다.
그만하고 나가자. 하고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 남자가 제게 붙잡힌 손의 주인을 일으켜 세웠다. 그에 기우뚱 하더니 중심을 잡은 하얀 얼굴에 밝은 기운이 서렸다. 그리고 그것은, 저를 이끎에 따라 현관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깍지 껴 맞잡은 손을 세상의 종말에도 놓지 않으리라. 두 사람의 뇌리에 같은 생각이 박혔다. 천천히 닫히는 문 틈으로 지저귀는 새들 소리에 섞여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문을 닫고서도 집안을 가득 채우던 달큰한 봄향기는 가실 줄을 몰랐다.
두 사람이 사라진 후, 거실 한 가운데 홀로 남은 그림에 이른 오후의 따스한 햇볕이 온전히 비추어졌다. 오늘도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된 그림에는, 붓이 지나간 대로 분홍 물감만이 자취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치 하얀 세상에 벚꽃비가 내리는 것 처럼.
* * *
짧죠? 이 글 본 적 있으신 분들도 계실거예요 아마
아니면 말구요..☞☜
제가 예전에 올렸다가 너무 짧아서 지워버렸거든요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다가 일코 중인데 필명 때문에 들킬뻔해서ㅜㅜ
설마 이 글은 안보겠죠?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암호닉 해주셨던 분들 더할나위 없이 감사합니다
삭제해서 죄송해요.. 이제 들켜도 그냥 쓰려구요ㅠㅠ
아 그리고 본편이랑은 분위기가 사뭇 다를거예요! 달달물을 원하시는 분들은 기다리셔야..
다들 추운데 감기 조심 하세요~
(암호닉은 항상 받아요 소금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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