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를 끝내곤 피곤에 찌든 채 저를 반겨줄 아늑한 집만을 상상하며 좀비처럼 흐느적흐느적 다리를 끌다시피 걷다 코너만 돌면 집이 보일 구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오늘도 있을까? 난 괜히 침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빼꼼 내밀어 길목을 살폈다.
“…하, 진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벽에 떡하니 기대어서선 담배를 뻐끔뻐끔 펴대고 있는 녀석이 보여 작게 한숨을 쉬던 난, 잠시 갈등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서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조용히 몸을 틀어 조용히 발을 떼었다.
“혼자 뭐해요?”
하지만 그 순간 그런 행동을 무안하게 만드는 요 며칠간 계속 들어 익숙하다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어깨 닿는 손길에 난 그만 ‘억’ 하는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뭐, 뭐야!”
“나 봤으면서 왜 그냥 가요. 서운하게.”
“그럼 뭐 인사라도 해? 너랑 언제부터 친했다고….”
“와- 너무하네. 누나 내 애인 해주기로 했잖아요.”
돌아서서 본 녀석은 내말에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짖궃은 얼굴로 금세 돌아와서는 뭔 이상한 소리를 내뱉기에 난 어이없는 얼굴로 그게 무슨 소리냐 되물으려다 내 어깨에 팔을 걸쳐오며 다짜고짜 집 방향으로 움직이는 행동에 당황하며 발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 그럴수록 내 어깨를 점점 더 감싸오는 녀석의 팔이 느껴져 이내 포기하고는 힘을 풀곤 녀석과 속도를 맞춰 걸었다.
“야, 고딩. 내가 만만해? 그래서 이래?”
“음, 뭐 조금? 에이 장난이고. 그래서 그러는 거 절대 아닌데.”
“그게 아니면. 말조차 꺼내본 적 없던 사이였는데 그날 이후 나한테 왜 이러는데?”
“누나 진-짜 눈치 1도 없네요.”
여전히 팔을 내 어깨에 감은 채 답답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아 날 바라보던 녀석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걸음을 멈추곤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진심 눈치는 지나가던 개한테 줬나봐요? 됐고, 앞으로 차차 알게 해줄게요. 그보다 난 고딩이 아니라 전정국이라고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니가 고딩인지 전정국인지 내가 알게 뭐야.”
“알면 좋잖아요. 알아둬요. 나 누나한테 관심 있거든요. 아, 누나도 곧 나한테 관심 생길 거고.”
무슨 자신감인지 눈썹을 까딱거리며 말하는 녀석, 정국의 말에 기가차서 콧방귀를 끼다 녀석이 올리고 있던 팔을 뒤로 치우고는 어림도 없다는 듯 손을 들어 움직거리는 눈썹을 꾹 눌러 내렸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고딩한테 관심을 가지냐? 미안하지만 그럴 일 없을 거야.”
“거야 모르죠.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나요. 늦었는데 빨리 가죠?”
“야, 너 이거 안 놔? 놔라?”
내 행동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내 손을 잡고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이끄는 정국이의 손을 낑낑거리며 풀려다 결국 실패한 채 엘리베이터까지 끌려오다시피 하던 난, 도착하고서야 손을 놓아주는 녀석에 자유로워진 손을 괜히 만지작거리며 짜증스럽게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너 진짜 마음대로인거 알아?”
“모르겠는데- 어, 왔다. 타요, 빨리”
정말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일부러 이러는 건지. 엘리베이터에 먼저 타서는 고개를 까닥하는 정국을 흘겨보다 천천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가 집 층수를 누르려 손을 뻗는데, 내 뒤로 기다란 팔 하나가 튀어나와 내 집인 20층과 본인 집인 8층을 누르기에 머쓱하게 손을 내리곤 흘끔 정국을 바라보았다.
“나도 손 있거든?”
“알죠. 그냥 내가 눌러주고 싶어서. 그럼 안돼요?”
“아니, 안될 것까진 없지만….”
정말 아까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지지를 않아요. 난 녀석 몰래 입을 삐죽거리다 8층에 멈추는 엘리베이터에 반색하며 정국을 보며 싱긋 웃었다.
“야, 8층이야, 내려.”
“나 간다니까 이제야 웃네. 뭐, 내일도 봅시다. 모래도 보고.”
“뭐래, 누구 맘대로.”
“당연히 내 맘대로죠.”
열리는 문에 밖으로 정국이를 밀고선 손을 흔드니 어이없다는 듯 짧게 숨을 뱉던 정국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막고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걸음 물러서며 닫히는 문으로 씩 웃으며 말했다.
“잘 가고, 잘 자요.”
.
이렇게 제멋대로인 8층 그 녀석 전정국과의 인연은 그날로 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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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한번 써볼 예정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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