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세계. 살인, 방화, 납치, 절도… 그 무엇이든 용납이 되는 곳.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밥 먹듯이 흔한 일이기도 했으니까.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여야 했다. 그게 이곳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런 혼란 속에서 우두머리에 서려는 사람이 둘 있었다. 그 둘이 추구하는 방향은 정반대였다. 하나는 평화를, 하나는 무력을 추구했으니. 당연히 이쪽 세계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기에 무력을 주장하던 사람이 우두머리에 서지 않겠냐며 모두가 그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비웃듯이 우두머리에 선 건 평화를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가식 떨지 말라며 욕도 먹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 거냐며 폭언도 많이 들었고. 그러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곳에서 그 사람의 선한 마음은 사람들을 조금씩 달래기 시작했다. 누가 다치든, 곤경에 처해있든 나몰라라 하기에 바빴는데 그 사람은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해 돕고, 또 힘써주었다. 그의 끊임없는 정성에 사람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걸까. 진심 어린 그의 행동에 사람들이 그를 밀어내는 횟수도 점점 줄어갔다. 처음 맛본 따뜻함이었거든. 그것은 낯설기도 하면서, 가슴에 무언가가 꽉 들어차듯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포근해서 사람들은 점점 그에게 동요되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작정 사람을 때리기보다는 대화를 먼저 시도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렇게 세상이 정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본래 세상이라는 게 모두가 만족하면서 살 수는 없는 법. 이제 좀 평화롭게 사나 싶었는데, 한 사건을 시발점으로 세상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지고 만다.
그건, 평화를 주장했던 김종현의 죽음이었다.
누군가의 고의적인 타살. 아… 정확히는 무력을 주장했던 박지훈의 고의적인 타살. 세상은 김종현을 따랐던 세력들과, 새 지도자를 맞이하기 위해 결성된, 박지훈을 따르는 세력들로 나뉘게 된다.
[ APEX ]
"네가 원하던 세상은 오지 않아, 종현아. 우리가 죽는다 해도."
NAME ; 황민현
CODE NAME ; I
POSITION ; BOSS
본래 자리의 주인이었던 종현 대신에 이 자리에 앉게 된다. 종현과 같이 다니며 평화를 추구하고자 했지만, 한편으론 그 방법에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 하지만 세상이 조용해지고 평화로워지자 그의 방법이 옳았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종현의 죽음에 역시 그 방법은 부질없는 방법이었다고 깨닫는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 숙명 속에서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
"오늘은 안 다쳐서 오면, 뽀뽀라도 해주나?"
NAME ; 강다니엘
CODE NAME ; K
POSITION ; SNIPER
태생이 실실 웃고, 자유로운 성격이라 사실 폭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제 사람을 건드리는 건 참을 수가 없다. 굳이 두 세력으로 나눈다면 원래 평화를 지향했던 쪽으로 가겠다. 자신은 그게 좋으니까. 좀 덤벙거리고 허술해 보여도, 전장에서는 백발백중의 최고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인물. 하지만 그만큼 또 다친다. 정말 의도치 않게 다치는 건지, 아니면 '여주'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조심해. 다치면 골치 아프다."
NAME ; 임영민
CODE NAME ; M
POSITION ; SNIPER
강다니엘과 같은 스나이퍼. 다니엘과 차이점이 있다면 매사에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 절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싫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기 때문인지 섬세하기까지 한데, 그래서 팀원들을 그렇게 잘 챙길 수가 없다. 자신은 모를 것이다. 팀원들이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진지한 건 딱 질색이야. 재밌게 살면 어디 덧나?"
NAME ; 옹성우
CODE NAME ; O
POSITION ; BOMB
일명 폭탄맨. 총을 너무 못 써서 폭탄 한 번 던져봤다가 적팀의 반을 날려버린 대단한 전적이 있다. 그렇게 폭탄이 주무기가 되었다. 자신의 무기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명 한 명 맞혀서 언제 다 죽여, 한 방에 끝내야지. 그만큼 성격도 화끈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되지도 않는 개그를 쳐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때도 있다. 하지만 본인은 즐겁다는 게 함정.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
NAME ; 김재환
CODE NAME ; J
POSITION ; HACKER
워낙 비상한 머리에 그가 뚫지 못하는 서버는 없다. 단 한 군데만 빼고. 급하게 세력이 나누어져버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들어오게 된 거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름 분위기도 좋고, 자신도 평화를 지향하던 쪽이었으니. 하지만 그로 인해 '너'와 헤어지고 나서 너를 애타게 찾아보지만, 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제발 몸 좀 아껴요, 제발."
NAME ; 김여주
CODE NAME ; S
POSITION ; HEALER
유일한 홍일점이다. 종현은 제 정신적 지주였으며, 제 오빠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죽어버렸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살릴 수가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그 누구도 죽지 않도록 작은 상처 하나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강다니엘. 제발 그만 좀 다쳐서 돌아와라, 제발.
"더 이상의 죽음은 싫어요.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어."
NAME ; 이대휘
CODE NAME ; D
POSITION ; HEALER
팀의 사랑둥이. 보고만 있어도 엔돌핀이 샘솟을 정도로 귀여운 아이다. 워낙에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아이라 그런지 마음이 여리다. 그런데 너무 여리다는 게 단점이다. 조금은 불안할 정도로. 여주를 도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치료한다.
"…나는 그냥 행복하길 바랐어."
NAME ; 김종현
세상을 대통합했던 인물. 그로 인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정'이란 걸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역시 큰 그릇이 못 되나 보다. 모두를 존중하고, 또 아껴줬어야 하는 건데…. 무력을 주장했던 지훈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과연, 그는 정말 착한 인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