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네 복숭아 집 아들. 어렸을 때부터 이름보다는 강씨네 아들 혹은 복숭아라고 더 많이 불렸다. 특히 동네 어르신들은 네 글자나 되는 이름 다니엘보다는 나를 복숭이라고 부르셨으며 이름보다는 ‘복숭’이가 더 익숙했다. 어렸을 때 개명을 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래왔다. 시골에서의 하루는 따분하기 그지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씻고, 밥을 먹고는 학교로 향했다. 가다보면 친구 몇을 만나는데 그 만나는 몇 명이 우리 학교 애들의 전부였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부지 농사 도와드리다 저녁밥먹고, 드러누워있다 잠들어버려서 숙제 못해가서 혼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나마 재밌는게 있다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래 틀어놓고 춤추는 일 정도랄까.
OH, MELLOW PEACH!
W. A01
"야 전학생 온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내 앞으로 뛰어오더니, 목을 가다듬고는 전학생이 온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작디작은 우리 동네에 전학생이 온다는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전학가는 친구가 더 많았지.
"니 진짜 잠 자는데 계속 깨울거가? 니는 구라면 죽는다, 오늘."
그런 따분하던 일상에 재밌는 일이 하나 생겼다. 서울서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쫙 퍼졌다. 가본적도 없는 서울에서 전학생이 온다니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서울 아들은 뭔가 다를까? 라는 애들의 말이 학교서부터 온 동네에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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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전학생이 오던 날, 나는 지독한 독감에 걸려 학교를 못나갔다. 평소엔 몸 튼튼하기로는 마을 1등이었던 내가 독감에 걸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학생이 온다니까 아픈걸 봐서 더럽게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나였다. 괜히 나때문에 온 집안 가족들이 일도 제대로 못하고 내 병간호만 해줬다. 굳이 괜찮다는데도 집에 꼭 붙어서 물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주며 잠도 안자고 간호해주는 엄마때문에라도 하루라도 더 일찍 나으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잤다. 그래도 한 4일동안은 학교를 못 갔다. 애들끼리 벌써 다 친해져 있겠다... 부럽다. 내도 친해지고 싶은데. 괜히 벌써 자기네들끼리 친해져있을까봐 잠이 안 와 뒤척거렸다.
며칠 엄청 앓고 나니 씻은 듯이 독감이 똑 하고 떨어졌다. 한동안 괴롭히던 콧물도 뚝 멎었고, 개운한 마음으로 제일 1등으로 교실로 향했다. 큰 덩치때문에 항상 자리는 제일 뒤 고정이었고, 다들 뒷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제일 뒤에는 내 책상 하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실 문을 따고 들어가니 제일 뒤의 책상이 하나가 아닌 두 개였다. 그 사이에 누가 자리를 바꾼거지. 별 생각없이 그냥 내 자리로 향했다. 며칠 집에서 쉬어 갑갑한 마음에 학교로 일찍 왔지만, 얻은 건 피곤함뿐이었다. 결국 일찍 온 나는 책상 위로 엎어졌고, 금세 곯아떨어졌다.
"오, 니엘이 죽은 줄."
"와 살아있네. 살아있으면 살아있다고 말이라도 해라."
얼마지나지 않아 교실이 웅성웅성대는 소리로 가득찼고, 눈을 부비고 일어났다. 애들이 하나, 둘 와서 자기들끼리 떠들어대고 있었다. 꿈틀대며 몸을 일으켜서 기지개를 한 번 피고는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라면 무슨 얘기를 하던 관심 없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을텐데 며칠 안 봤다고 교실과 친구들, 선생님-수업을 하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 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차례대로 애들을 한 번씩 안아주다 결국 몇 대나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형 진짜 아프면 걍 집을 가요. 뭘 굳이 꾸역꾸역 와가지고."
"머리 아팠었냐? 진짜 한 번만 더 해봐라."
오랜만의 다니엘의 등장으로 교실 분위기는 한순간에 시끄러워졌다. 어느샌가 조용히 뒷문으로 들어와 그 시끌벅적한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던 여주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다니엘이었다.
"어, 니가 전학생이가? 반갑다."
오 멜로 피치!
*피치 크러쉬에서 '오 멜로 피치'로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