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호접지몽(부제: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http://inti.kr/writing/3851369
"투호도 활쏘기도 모두 어제 했던 놀이가 아니냐!!"
"지겹다..지겹단 말이다!!!안한다!!나가거라!!"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궁은 어린 내게도 참 황량하고 재미없는..그런 황폐한 곳이었다. "그리 어리광 부리시면 아니됩니다. 세자 저하. 체통을 지키소서. 정 재미없으시면 공주마마와 제가 하려던 놀이라도 함께 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감히 세자에게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체통을 지키라고 무례한 말을 단호하게 말하던 여인은 나보다도 작던 어린 너였다. 무엄하다 외칠 수 있었지만 너무 심심했던 나에겐 같이 놀자는 제안은 실로 달콤한 것이 아닐 수 없었지. 아니. 사실 콩알만했던 내 간 탓에 넘어간 걸지도.
"깜짝이야!!!! 넌 누구냐??" "아 죄송합니다 저하. 제가 소개도 없이 감히 말씀을 올렸습니다. 저는 좌의정댁 여식 김 연화라 하옵니다. 궁에는 공주마마의 부름을 받고 와있었사옵니다."
"누가 그런 것 까지 물었느냐? 좌의정의 여식이면..전에 문과에 장원 급제했다던 김 연성의 누이겠구나. 공주랑은 방방례에서 아는 사이가 된 것이냐??" "예. 그때 공주마마께오서 저를 도와주셔서..저는 마마께서 기다리셔서 가봐야할 것 같사옵니다. 소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그래 오늘 즐거웠다!! 종종 나도 찾아와서 말동무나 해주거라. 궁 안이 워낙 답답하니 말이다"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물러나는 네 뒷모습은 내게 참 아쉬운 것이었다. 한번도 부러운 적이 없던 내 누이가 참 부럽더구나. 그 때 그 아쉬움은 참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궁금하구나. 그때 내게 말 걸은 아이가 네가 아니었다해도 난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아님 그렇다 한들 나에겐 너뿐일까.
"날씨가 좋구나" 네가 공주의 부름을 받고 궁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는 날이면 그 먼 동궁(세자와 세자빈의 궁궐)에서부터 내궁까지(왕의 혼인 전 자녀들의 궁궐) 산책 온 척 우연인척 걸어 너희와 논 내 수고를 아느냐?
"으하..연화..왜 안오지.."
"상선아..너는 왜 연화가 궁에 발길하지 않는지 아느냐??" "모..모르옵니다. 저하.."
"혹여..나와 공주랑 노는 것이 질린 것은 아니려나.." 나보다 신분이 낮은 너임에도 쉬이 궁으로 오라 할 수 없었던 건 네가 여자인 탓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느샌가 내가 널 만남에 있어서 부끄럼을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싶구나. 그리 내가 널 부르지 못하고, 공주가 네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네가 궁에 출입할 이유는 사라져버려 어느새 너를 보지 아니하고 지내기를 몇년.
"하..성공인가?"
"아 깜짝이야!!!헙!!! 사..상선아.." "어디가십니까 저하." "내 긴히 출궁할 일이 있어 출궁하니 아바바마께 일렀다간.."
"내 필시 경을 칠 것이다" 내 너를 잊은 줄로만 알았다. 어릴 적 그저 흘러가는 좋은 추억 속에 네가 등장한 것 뿐이라고만 여겼다. 이리 오랜 세월을 널 품고 있을지는 나조차도 전혀 몰랐구나. 장터에서 나는 수많은 향기 중에도 수많은 소리 중에도 네 향기 네 소리만 이끌리는 걸 보면. 그걸 따라간 곳엔 "아이 예쁘다. 이거라도 먹으련?? 꼭꼭 씹어먹고 나는 이만 가봐야겠구나 다음에 또 보자 아가야?"
네가 있었다. 네가 내려 두고 간 강아지를 한참 만지며 너의 따듯한 마음씨를 생각했다.
매일 갇혀만 있던 궁이 답답하여 아바마마 몰래 출궁하였는데 네가 있더구나.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 너와 나 모두 다 커버려 혼기가 꽉 찬 시점인데 너는 참 곱더구나. 여전히 할말 다 하고 아름답고 우아하더구나. 그러나 정혼자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를 몰래 흠모하는 것인지 어찌됐든 너를 연모하는 아이가있더구나.
너도 그 아이와 같은 마음일까..하긴 난 세자인 신분이라 너와 그 아이가 이어지지 않는다 한들 나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데..그래 연화야 넌 네가 사랑하는 이에게 가거라. 그리 너를 포기하였다. 그렇게 찾아 온 세자빈 간택일.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나 싶었다. 내가 허깨비를 본 것일까 두려웠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내 앞에서 간택 시험을 보고 있는 것은 아무리봐도
너이더구나 연화야. 내 웃음이 멈추질 않더구나. 어마마마 아바마마께서도 네가 마음에 드셨는지 나에게 네가 내 세자빈이 되면 어떻겠냐고 물으셨을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가히 짐작이 가느냐??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보는 기분이었다. 나를 재밌게 해주는 아이에서 이젠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이가 된 연화야. 그거 아느냐? 나와 너의 가롓날인 오늘이 내겐 더없이 행복한 날이다. 게다가 너를 흠모하는 것으로 짐작한 그 아이와 친한 오라버니와 누이 사이라 하니 내 얼마나 안심인지 아느냐? 이제 혼인하면
오래살자 사랑하는 연화야. 아니
"백년해로 합시다 세자빈." 윽..외전처럼 세자편을 쓰려고했는데 망했네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