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되고있는 "꽃잎으로 쓴 편지" 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연재가 되지 않는 조각글입니다
안개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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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X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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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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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은 쉴틈없이 쏟아지면서 세상을 이루고있는 모든 선과 면을 덮고 물들였다. 비 오는 날은 딱히 정이 가지도 않고,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고있는 공기 때문에 오히려 불쾌한 쪽에 가까웠다. 첸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자신이 누워있는 병실의 침대 시트를 계속해서 구겼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레이가 곁에 없다는 걸 인식했다. 곧장 심장이 뛰는 속도가 늘었다. 링거가 꽂힌 채 묶여있는 팔과 현기증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 따위가 자신이 레이를 찾는 것을 방해하자, 첸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레이."
작은 입술 사이로 뱉어진 그의 이름은 빗물을 닮아있었다. 한참을 제 곁에 머물러 있다가도 말없이 사라지곤 한다. 첸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비 내리는 날을 싫어하게 된 까닭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레이가 나타나지 않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쓸 데 없는 생각들이 첸의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신경질적으로 시선을 준 버티칼을 반쯤 친 창문 너머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톈진의 밤거리가 보였다. 길게 뻗은 도로를 타고 올라가던 시선이 높다란 건물들 틈새를 비집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짜증을 내며 자리에 다시 드러누웠다. 천장을 이루는 흰 타일들이 이상한 무늬로 물결쳤다.
"첸?"
자리에 눕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은 열렸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대던 레이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정확히는 첸의 걱정에 비해서 상당히 멀쩡한 얼굴로 들어서자 첸은 그만 화가 솟구치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집어던진 쿠션을 받아챈 레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 당황한 얼굴도 아니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 있던 게 아니라는 증거다. 첸은 레이가 시원스레 맞아주지 않자 씨근대며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자리에 누웠다. 펄럭이던 침대 시트가 그의 몸을 덮었다. 얕게 먼지가 이는 병실 사이로 레이가 입을 열며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 말 없이 나가서."
첸의 의도가 무엇인지 뻔히 안다. 어린애같은 저 심성은 여지껏 변하질 않았다. 레이가 손에 들고있던 하얀 꽃다발을 협탁 위에 놓인 텅 빈 꽃병에 꽂았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생수병 뚜껑을 열고 꽃병 속으로 물을 붓는다.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고, 생긴 모습도 눈송이처럼 소박하기 그지없는 안개꽃이었다. 일을 마친 다음에 그는 첸이 누워있는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았다. 밀어내지 않는 행동으로도 얼마나 저를 찾았을 지 눈에 보였다. 레이가 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많이 기다렸어?"
첸은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돌아누운 등이 너무 작았다. 이곳으로 병실을 옮긴 뒤부터 더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정한 도시임에도 첸은 이곳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런 그의 수발을 드는 것은 오로지 레이였다. 해 달라는 것, 먹고 싶다는 것, 가지고 싶다는 것,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여러 일들을 도맡아 했다. 간병인은 애초에 구할 수도 없었다. 첸이 극렬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레이가 단단히 삐진 첸을 쳐다보며 작게 웃었다. 그래도 여태 건강한 것에 감사한다. 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였다.
"자고 있는 거 깨우기 싫었어." "..." "분명 또 짜증냈을 거잖아, 그렇지?" "..." "꽃병이 비어 있길래 꽃다발 좀 사러 나갔다 온 것뿐이야." "..." "첸."
열심히 사정을 말하던 레이의 목소리가 일순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거기에 반응하듯 첸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말없이 웃음을 삼킨 레이가 짐짓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얼굴 좀 보자, 응?"
부드럽게 타이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몸을 바로눕힌 첸이 감고있던 눈을 치떴다. 꼭 심통난 새끼 고양이같다. 레이가 그 생각을 하며 첸과 눈을 맞췄다. 첸은 말이 없었다. 레이를 노려보는 눈도 여전했다. 이내 제 풀에 지쳐서 풀썩 한숨을 내쉰 첸이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
"무슨 꽃 사왔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화병을 쳐다보았다.
"안개꽃?"
첸의 물음에 레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꽃병에 꽂혀있는 꽃들 중에 한 가지를 뽑아들었다. 첸에게 건네주자 팔을 뻗는다. 드러난 팔목이 눈에띄게 가늘어져 있었다. 유심히 꽃을 들여다보는 첸을 바라보던 레이가 말했다.
"그거, 너 닮았어."
그 말에 첸이 꽃에서 시선을 떼고 레이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곧장 되묻는 첸의 눈동자가 맑았다. 레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첸이 인상을 찡그리며 뭔데, 하고 재촉했으나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냥, 지켜주고 싶어.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을 애써 속으로 내리누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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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던 빗물은 어느새 희미해지더니, 흐릿한 안개만 남기고 사라졌다. 첸이 다시 잠에 든 것도 그쯤이었다. 얌전하게 눈을 감은 첸의 옆에 앉은 레이가 어느덧 길게 자란 그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까맣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처음 봤을때 여기에서 반했었다. 밤 하늘을 잘라놓은 것처럼 예뻤던 머리카락. 아무렇게나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을 정리한 레이가 작게 입을 벌렸다. 적막이 메우고 있던 병실 안으로 낮은 음색의 노랫소리가 자리했다. 어두운 병실 안에서 첸의 숨소리와 레이의 목소리만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릿하게 움직였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허밍이 이내 끊어지자, 레이가 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새근대는 첸의 볼에 키스하며 중얼거렸다. 잘자, 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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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저리 |
비는커녕 눈도 안오는 저희지역.. 대체 뭘보고 저는 이런글을 쓴걸까요 쓰라는 세루는 안쓰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를 매우치세요..ㅠ
레이첸도 참..사랑스러워요...헿
실제로 안개꽃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꽃이에요 ..ㅎ 예쁘지않..아요...?
하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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