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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보다 더 싫어해!

[프로듀스101/이대휘] 내가 너보다 더 싫어해! 3 | 인스티즈






*

 복잡한 공식이 적힌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보다, 나 혼자 절대로 풀 수 없는, 공식을 만든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일이 더 불가능에 가까웠다. 먼저 내게 모진말을 뱉어 놓고는 왜 자꾸 쳐다보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말은 걸지 않는 건지. 도대체 왜 알수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것인지. 지금 내겐 수학공식보다 더 어려운 건 이대휘라는 공식이었다.


저번에 음악실에서 이대휘가 하려는 말을 들었다면, 해답을 구하는 일이 더 쉬웠을까. 아니면 더 어렵게 꼬여버렸을까. 내게 모진 말을 뱉은 이대휘를 미워하고 무시해야되는 건데,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고 마냥 미워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다.




**

신은 내편이 아니었나보다. 칠판에 나란하게 적힌 '김여주 이대휘'라는 글자를 보고 있으면 말이다. 자리는 우리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신 선생님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셔서 자리를 임의로 정하겠다고 하신건지, 왜 바꾼 자리는 하필 이대휘의 옆자리인건지. 진짜 요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내 뒷자리가 박우진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도 잠시뿐, 내 옆자리로 책상을 놓으며 '잘부탁해, 여주야'라는 말을 하는 이대휘를 보니 앞이 막막했다. 나보다 수학도 더 잘하는 애가 왜 기본문제를 나한테 물어보는지, 필통안에 분홍색 지우개가 들어있음에도 왜 나한테 빌리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이대휘의 계획에 말리지않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보다 박우진이 수학은 더 잘해','미안 나도 지우개없는데'라는 말뿐이었다.

 


"김여주, 아직도 이대휘 싫어하냐?"

"그건 왜 물어보는데?"

"이대휘가 뭐 물어볼때마다 표정이 아주 예술이길래"

"모르겠다 나도."



 박우진은 눈치가 빨랐다. 계속해서 말을 거는 이대휘가 불편했는데 어느순간부터 뒤에서 박우진이 끼어들어서 그 대화들을 가로채갔다.



"여주야, 우리 다음시간 뭐지?"

"어?..ㅇ"

"문학이다. 으 난 문학이 제일 지루하더라. 대휘 너도 그렇지 않냐?"



 내가 대답도 하기전에 중간에서 대신 대답하며 이대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붙이는 박우진 덕분에, 집요하게 붙는 이대휘의 질문들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 대신 매점이나 쏘라며 웃는 박우진에 그 고마움도 오래가지 않았지만. 문학시간이 끝나자마자 매점에 가자며 계속해서 재촉하는 박우진의 모습에 지갑을 챙길 수 밖에 없었다. 박우진의 징징거림을 잠재울겸, 아까 내게 물어보던 문제를 다른애에게 알려주는 이대휘의 모습도 피할겸, 겸사겸사.


매점으로 가는 동안 오랜만에 내 지갑을 거덜낼거라며 말하던 박우진은 고작 음료수 하나밖에 사지않았다.  그거 하나로 박우진의 배가 채워지지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기회를 줄때 더 사라고 하자, 음료수 하나면 충분하다며, 요즘 기운도 없어보이는데 그 돈 아껴서 내 배나 더 채우라는 박우진이었다. 이럴때보면 매사에 장난끼 가득한 박우진이 달라보인다. 뭔가 든든해 보인달까.



"더 기다려 줄테니까 말하고 싶을때 말해"

"너 요즘 나한테 숨기는 거 있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해주는거다."

"그래도 더 힘들어지면 말하기다"

"그때는 모른척안해줄거니까"



그렇게 매점에 가자고 말하더니, 고작 음료수 하나만 고르고,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나보다. 내 머리를 꾹 누르며 말하는 박우진이 평소와 달라보였다.




***

체육시간, 수행평가를 위해서 체육 선생님은 둘씩 짝지어서 연습하라는 말만 남기고 그늘로 사라지셨다. 이대휘 덕에 반에서 미움을 받게 된 난 같이 할 사람이 박우진밖에 없었기에 바로 박우진을 찾았다. 다행히 박우진도 나랑 할 생각이었는지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여주야, 나랑 같이 하자"

"어? 아니 난.."

"여주 나랑 하기로 했는데, 대휘 넌 저기 너랑 하고 싶어하는 애들 많은데 저기서 한명이랑 하면 되겠네. 난 친구가 얘 하나라서."



이번에는 또 무슨 생각인지 자기랑 하고 싶어서 다가온 여자애들을 두고, 나랑 하고 싶다고 다가온 이대휘였다. 덕분에 또 '또 김여주야? 진짜 재수없어'라는 불평과 함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는데, 이대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태평하게 나랑 같이 짝을 하자는 말을 했다.

박우진 덕분에 이대휘와 함께 짝을 이루는 참사는 피했지만, 자꾸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내가 욕을 먹게 하는 것도 다 짜증이났다. 그동안 좋아했던 마음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동안 알고 있던 이대휘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는데. 자꾸만 내가 좋아했던 마음을 이용하고 가지고 노는 듯한 이대휘의 행동에 내가 불쌍했다. 심한말을 들었음에도, 내가 알던 이대휘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난 좋은사람을 좋아했던 거라고 넘어갔었는데, 이제는 진짜 이대휘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조차 헷갈렸다.


이대휘를 싫어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싫어할 수 없었고, 무시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많이 생각할수 밖에 없었던 모순적인 상황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것 같았다.







****

"여주야, 나 이 문제 좀 알려주라"

"너 나보다 수학잘하잖아."


"여주야 초콜렛 먹을래?"

"아니 단 거 안좋아해"



마음을 확실히 정하고도 며칠은 힘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점차 이대휘와 거리를 두는 일이 쉬워졌고, 그가 하는 말에 어렵지 않게 답을 하면서 무시할 수 있었다. 내가 거절하고 무시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상처받은 이대휘의 표정이 보였지만, 그 또한 연기일거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않았다. 그렇게 이대휘가 원하던대로 아는체하지않게 되었다.


이대휘를 무시하며 내가 할 일만을 했지만, 청소시간은 피할 수 없었다. 음악실 청소를 나란히 맡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이대휘가 우리 둘뿐인데도 웃으며 말을 걸었지만 그것도 일방적인 나의 무시로 끝이났다. 그렇게 이주일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우리 둘은 침묵속에서 청소만 했다. 

청소구역을 바꾸기전 마지막 날, 계속 침묵하던 이대휘는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왜 이제 나 아는척 안해?"

"니가 그러라고 했잖아"

"..."

"그래서 그렇게 됐고,"

"아니...난"

"난 도대체 지금 니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

"진짜 니가 너무 어려워. 그래서 그냥 니 말대로 하려고"

"그때는"

"이제 오늘이면 이 청소구역도 끝이니까 이렇게 둘만 있는것도,

지금처럼 말 할 일도 없을거야."



내일이면 청소구역도 바뀌어서 너랑 나의 연결고리가 아예 끊기는 것처럼, 니가 자꾸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그만되기를 바란다.







------

아마 다음편에는 대휘번외로 올거같아요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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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아아 신알신 뜨자마자 바로 왔어요 진짜 대휘가 왜저러는지 궁금한 마음 뿐.... 현실에서 제친구가 저랬으면 바로 뚞배기지만 대휘니까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당^#^
6년 전
핑크포카리
신알신도 신청해주시고 고맙습니다♥ 대휘번외보면 대휘맘도 이해갈 수있도록 다음편도 열심히 쓸게요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헉쓰 대휘야ㅠㅠㅠㅠㅠ...완전 흥미진진 해용 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핑크포카리
고맙습니다 ♥♥
6년 전
독자3
넘나재밌어요ㅜㅜㅠ 대휘가 왜그랬는지 너무 궁금해요ㅠㅠ
6년 전
핑크포카리
ㅠㅜ감사합니다 ♥ 대휘번외 신경써서 오겠습니다ㅏ!!
6년 전
독자4
핰... 진짜 머지ㅠㅠㅠㅠㅠ 전햐 모르게써영... 그만큼 글이 뻔하지 않다는거겠죠...ㅜㅜㅜㅜㅜ 사랑합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5
으앙 대휘너무 귀여워요ㅜㅜㅜㅜ 데리고 살고 싶다 정말....츤츤거리는거 진짜 더 보고 싶다....
6년 전
독자6
헐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진짜ㅠㅠㅠㅠ
6년 전
독자7
ㅠㅠ넘 좋습니다 ㅠㅠ진짜루ㅠ 아 우진이두넘 스윗하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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