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지 알아?'
'.. 아니, 모르겠는데. 설마 너 닮아서?'
'아니, 미친놈아. 불나방이 나 닮았으면 존나 잘 생겼었겠지. 어쨌든 왜냐면,'
'어이구, 뭔 자신감이래.'
'아, 씨.. 내 말 끊지 좀 마!'
'아, 예.'
'.. 어우, 그러니까 왜냐면 불이 밝잖아, 그래서 달이나 가로등인줄 알고 뜨거운 걸 느끼고 있는데도 불 속으로 뛰어들어, 항상. 그래서 결국 타서 죽어버리지.'
'...'
'완전 바보같지 않냐?'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던 경수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들어 경수 쪽을 빤히 쳐다보며 얘기하던 백현과 눈을 맞추며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나방은 타서 죽어도 여한은 없겠네.'
'...'
'자신이 그렇게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던 불빛 안 에서 죽었으니까.'
'어, 어..'
'나도 그렇게 살다가 죽을래.'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긴 경수가 백현을 향해 해맑게 웃어보이고는 앉아있던 그네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잠시 어물쩡대며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놓고는 제 앞 그네에 앉아있는 백현에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불안한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어.'
'좋아한다고, 백현아.'
'...'
한참을 멍하니 경수와 눈을 맞추고 있던 백현이 입을 떼려던 찰나, 경수가 손을 휘휘 저으며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 아, 아아. 내가 무슨 말을 한거야. 아무 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
'...'
'.. 가, 가야겠네. 너도 잘 가.'
아무 대답도 못 들었는데 아무 것도 아니라며 말을 끊는 경수의 행동에 조금이나마 열렸던 백현의 입이 꾹 닫히고 경수는 억지웃음으로 치장한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푹 숙인체로 '잘 가' 라는 한 마디만을 남긴 체 아직도 그네에 앉아있는 백현을 지나쳐 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니, 경수야.
너가 좋아 마지않던 내게 고백을 하고, 내가 불이고 너가 불나방이었던 처지를 알면서도 내게 뛰어들어 너가 좋아 죽던 내 품에 안겨 숨이 멎어도, 마지막으로 내 불과 같은 마음 속에 들어와, 이렇게 죽어서라도 내 곁에서 살아 가는 것 자체로 넌 행복하지?
"그렇지, 경수야? 멍청한 불나방."
경수의 피가 뜨거운 탓인지 내뿜어지는 하얀 연기와 함께 방 안을 웅웅거리며 맴도는 백현의 목소리, 이내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백현의 웃음소리가 백현의 목소리와 함께 방 안을 잔뜩 헤집어 놓는다.
이제는 사람 온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듯 한 차가운 방이 피를 쏟아내고 있는 경수의 시체를 안은 백현만을 감쌀 뿐 이었다.
지독한 시체애호가 변백현. 그리고 지금은 살아 숨쉬지 않는 그의 친구 ㅡ 혹은 연인, 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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