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박지훈의 친구3을 맡고 있습니다. 1
나한텐 정말정말 잘생긴 친구가 한명 있다.
그 얼굴을 설명하자면 온갖 손짓과 발짓을 모두 동원해도 모자랄만큼 정말로 잘생겼다.
아마 우리 동네에서 살아본 친구라면, 아니, 주변 동네에서라도 살아본 친구라면 그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박지훈.
어쩌면 이름조차도 이렇게 훈훈할 수가 있을까?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나는 절대로 박지훈의 극성팬이 아니며 물론 스토커같은 것도 아니다.
나는 김천재가며 뭐 포지션으로는 자랑스럽게도 박지훈의 친구3 정도랄까.
사실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 또 같이 있으면 엄청나게 어색한 사이는 아니다.
박지훈은 사실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어쨌든 누구에게나 친절하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현재 상황 이야기를 해보자면, 지금은 국어 시간이고 나는 열심히 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나는 국어 수업을 좋아한다. 좀 지루해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절대로 지금 잡생각 하고 있는게 아니다.
진짜다.
거의 혼이 빠진 수준으로 멍하니 선생님이 설명하는 걸 보고있는데 문득 누가 뒤에서 나를 툭툭 쳤다.
평소같으면 돌아봤겠지만 어제 또 공부한다고 설치다가 늦게 잔 탓에 피곤해서 가만히 있었다.
왜, 누구나 가끔씩은 그런날이 있기 마련 아닌가!
유난히 피곤해서 가만히 있는데도 더욱더 가만히 있고싶고, 지금 이 시선을 절대로 다른 어딘가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아무튼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좀 더 세게 툭툭 쳐온다.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이번에는 쪽지가 툭 넘어와 땅으로 떨어진다.
마치 나무늘보같이 힘없이 천천히 움직여 땅에 떨어진 쪽지를 주웠다.
'야 심심해'
박우진님께서 심심하시단다.
박우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반의 운동 1위를 차지하고 계신 구릿빛 피부의 멋진 이시대의 상남자이시다.
내가 지은 건 아니고, 그냥 가끔 본인이 텐션 업돼서 자기자랑 할 때 쓰는 수식어들을 갖다 붙인거다.
박우진은 박지훈의 친구2로, 박지훈과 나머지 한명에 비해 나와 아주 친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친구다.
아,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친구3이라고 포지션 붙이는 건 박우진을 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따 다시 얘기할거긴 한데, 요즘 나는 박지훈을 중심으로 온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잠시 박우진을 그렇게 부르게 된 것 뿐이다.
아무튼 박우진은 처음 봤을때는 다소 무서웠지만, 알고보면 아주 착한 친구다.
'난 졸려 친구야'
형광펜으로 답장을 예쁘게 적어 선생님의 눈치를 보다가 뒤로 슉 날렸다.
종이 비행기 모양으로 작게 접은 쪽지를 이마에 맞았는지 박우진이 뒤에서 큭큭거린다.
"아, 김천재. 이마 맞았어."
"잘됐군."
축하해줬더니 발로 의자를 살짝 찬다. 유치한 자식.
어른스러운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줬다.
흥미가 떨어졌는지 박우진의 장난은 곧 다른 친구에게로 옮겨갔다.
안형섭이 그만하라고 작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참 재밌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박지훈은 맨 앞에서 열심히 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지다.
여러분,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조금 부끄러운데, 나는 요즘 내 친구인(사실 별로 친하진 않지만) 박지훈이
아주 너무 완전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걔가 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주인공의 친구3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꺄륵뀰ㄲ |
글을 쓰는건 엄청 부끄부끄 하네여 급한 마무리 지송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