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피엔딩이 가능할까?
01
고3 미대 입시생.
우린 미술학원에서 미친 듯이 입시를 준비 중이다.
난 2년째 이 학원에서 기계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다.
흥미? 다 잃었다. 나에게 흥미란 저기 저 자식뿐.
그렇다 나는 저 자식을 1년째 짝사랑 중이다.
쟤는 박지훈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한 탓에 우리 교실 안에서 미술 실력으론 원탑이다.
교실뿐이겠는가 대회란 대회를 나가면 나가는 족족 상을 타온다.
어째서 교수 성향에 안 맞는 그림이 안 나오는 걸까? 못 나오는 건가, 안 나오는 건가 의문이 들 정도다.
아, 참고로 이 자식과 나는 유치원 친구로 시작한 사이다.
우리는 유치원 다닐 때 줄곧 짝꿍을 해오던 사이였다. 소풍을 갈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무엇을 하던 둘이 붙어서 했다.
어렸을 때지만 그때는 풋풋하게 서로를 좋아했다. 애들 장난이었지만,
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야! 김은빈! 넌 왜 맨날 지훈이랑만 앉아?"라고 소리쳤던 적이 있었다.
어렸던 나는 놀람과 동시에 무서워서 울었는데 그때 박지훈은 "네가 뭔데 은빈이 울려!"라고 소리치며 그 남자아이를 밀치면서 내 손을 잡아줬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참 저질이다, 그래도 그때의 나는 어린아이였지만 수줍게 그 아이를 바라봤었다.
교실뿐이겠는가 대회란 대회를 나가면 나가는 족족 상을 타온다.
어째서 교수 성향에 안 맞는 그림이 안 나오는 걸까? 못 나오는 건가, 안 나오는 건가 의문이 들 정도다.
아, 참고로 이 자식과 나는 유치원 친구로 시작한 사이다.
우리는 유치원 다닐 때 줄곧 짝꿍을 해오던 사이였다. 소풍을 갈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무엇을 하던 둘이 붙어서 했다.
어렸을 때지만 그때는 풋풋하게 서로를 좋아했다. 애들 장난이었지만,
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야! 김은빈! 넌 왜 맨날 지훈이랑만 앉아?"라고 소리쳤던 적이 있었다.
어렸던 나는 놀람과 동시에 무서워서 울었는데 그때 박지훈은 "네가 뭔데 은빈이 울려!"라고 소리치며 그 남자아이를 밀치면서 내 손을 잡아줬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참 저질이다, 그래도 그때의 나는 어린아이였지만 수줍게 그 아이를 바라봤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사를 갔다.
이사 가는 날 박지훈은 우리 집 앞에 찾아와서 내 손을 잡고 "안 가면 안 돼?"라고 울먹였다.
커서 다시 만나자고 울먹이며 말하니 박지훈은 주머니를 뒤적여 내 손에 무언가를 올려두고 "약속이야."라고 말했다.
나란히 코팅된 세잎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였다.
"세잎클로버는 행복,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박지훈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바로 이 학원 안에서다.
처음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누군가 갑자기 책상 한군데 올려진 내 책갈피를 들더니 "김은빈?"이라며 내 이름을 부르길래 누군가 싶어서 쳐다봤다.
이사 가는 날 박지훈은 우리 집 앞에 찾아와서 내 손을 잡고 "안 가면 안 돼?"라고 울먹였다.
커서 다시 만나자고 울먹이며 말하니 박지훈은 주머니를 뒤적여 내 손에 무언가를 올려두고 "약속이야."라고 말했다.
나란히 코팅된 세잎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였다.
"세잎클로버는 행복,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박지훈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바로 이 학원 안에서다.
처음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누군가 갑자기 책상 한군데 올려진 내 책갈피를 들더니 "김은빈?"이라며 내 이름을 부르길래 누군가 싶어서 쳐다봤다.
"어? 박지훈?"
이게 우리의 재회다.
이게 우리의 재회다.
"야, 오늘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왜? 오늘 무슨 날이냐?"
"어, 엄마 생신."
박지훈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띵한 게 미치는 줄 알았다.
박지훈의 어머니는 날 딸처럼 아껴주셔서 생일날이면 케이크, 시험이나 대회는 초콜릿 등등 많이 챙겨주시는데 난 이게 뭐야? 김은빈 미쳤어!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뭐, 그럼 미리 말해야 하냐? 선물 필요 없으니까 그냥 와."
이게 하나뿐인 아들램의 말인가?
주먹으로 등짝을 한대 때리니까 뒤돌아서 째려보는데 째려보는 것도 잘생겼네.
재수 없다. 왜 이런 자식을 좋아하는 건지.
"왜? 오늘 무슨 날이냐?"
"어, 엄마 생신."
박지훈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띵한 게 미치는 줄 알았다.
박지훈의 어머니는 날 딸처럼 아껴주셔서 생일날이면 케이크, 시험이나 대회는 초콜릿 등등 많이 챙겨주시는데 난 이게 뭐야? 김은빈 미쳤어!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뭐, 그럼 미리 말해야 하냐? 선물 필요 없으니까 그냥 와."
이게 하나뿐인 아들램의 말인가?
주먹으로 등짝을 한대 때리니까 뒤돌아서 째려보는데 째려보는 것도 잘생겼네.
재수 없다. 왜 이런 자식을 좋아하는 건지.
급하게 꽃다발이라도 사서 같이 박지훈의 집을 향했다.
티는 안 냈지만 나름 설레는 게 진짜 봄이 찾아온 걸 실감했다.
우리가 가는 길은 벚꽃나무로 가득했고, 우리가 함께 걷는 걸음마다 우리들 머리 위로 벚꽃비가 내려왔다.
두 손을 모아 꽃잎들을 받으며 예쁘다고 탄성을 내뱉으니 옆에서 빤히 바라만 보던 박지훈은 "응. 예쁘네"라고 말했다.
"동물원 벚꽃축제한다던데 재밌겠다-."라고 말하니
"뭐가 재밌어, 사람 많은 거 별로야."라며 단호하게 말 끊어버리는 박지훈이다.
이모의 생신 파티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배부름과 동시에 다음날이 일요일이라는 행복감에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 날에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티는 안 냈지만 나름 설레는 게 진짜 봄이 찾아온 걸 실감했다.
우리가 가는 길은 벚꽃나무로 가득했고, 우리가 함께 걷는 걸음마다 우리들 머리 위로 벚꽃비가 내려왔다.
두 손을 모아 꽃잎들을 받으며 예쁘다고 탄성을 내뱉으니 옆에서 빤히 바라만 보던 박지훈은 "응. 예쁘네"라고 말했다.
"동물원 벚꽃축제한다던데 재밌겠다-."라고 말하니
"뭐가 재밌어, 사람 많은 거 별로야."라며 단호하게 말 끊어버리는 박지훈이다.
이모의 생신 파티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배부름과 동시에 다음날이 일요일이라는 행복감에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 날에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일요일에는 항상 평일에 못 보는 밀린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여느 때와 다른 것 없이 오늘도 내 일상은 똑같았다.
한참 재밌게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 검은 바탕화면이 밝아졌다.
쳐다보니 발신자에 [박지훈]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급하게 드라마를 정지시키고 목을 가다듬은 후 전화를 받았다.
"아, 더럽게 늦게 받네."
"왜 전화했는데, 누나가 바빠서 용건만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해주길 바란다."
"1시간 준비 시간 줄 테니까 1시간 뒤에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하려 했는데 바쁜가 봐-?."
"응, 어? 뭐? 미친, 야 그걸 왜 1시간 전에 말해!"
"그냥, 나올 거야 말 거야, 그것만 말해."
"아, 좀만 더 기다려 나 준비 시간 더 오래 걸린단 말이야!"
"큭큭, 알겠어. 그럼 너네 집으로 갈게."
전화가 끊기고 10초간 멍을 때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을 바라보니 내게 남은 시간은 1시간. 갑작스레 행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내 모습을 뒤로 "또 시작이네."라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여느 때와 다른 것 없이 오늘도 내 일상은 똑같았다.
한참 재밌게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 검은 바탕화면이 밝아졌다.
쳐다보니 발신자에 [박지훈]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급하게 드라마를 정지시키고 목을 가다듬은 후 전화를 받았다.
"아, 더럽게 늦게 받네."
"왜 전화했는데, 누나가 바빠서 용건만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해주길 바란다."
"1시간 준비 시간 줄 테니까 1시간 뒤에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하려 했는데 바쁜가 봐-?."
"응, 어? 뭐? 미친, 야 그걸 왜 1시간 전에 말해!"
"그냥, 나올 거야 말 거야, 그것만 말해."
"아, 좀만 더 기다려 나 준비 시간 더 오래 걸린단 말이야!"
"큭큭, 알겠어. 그럼 너네 집으로 갈게."
전화가 끊기고 10초간 멍을 때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을 바라보니 내게 남은 시간은 1시간. 갑작스레 행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내 모습을 뒤로 "또 시작이네."라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빨리 씻고 화장실을 뛰쳐나와 내 방으로 뛰어들어가 화장대 앞에 앉았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시작하는데 문득 든 생각이 '근데 왜 만나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 야, 근데 왜 만나는 거야? 」
문자를 보내고 화장을 다시 하고 있는데,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 너 벚꽃 보고 싶다며 」
아 이게 바로 심장어택인가,
이렇게 텍스트만 보고도 두근거린 건 어렸을 때 한창 유행하던 인터넷소설을 보며 뒹굴뒹굴하던 시절 이후로 처음이다.
이 자식 사람 미치게 하네.
머리를 빗고 화장을 시작하는데 문득 든 생각이 '근데 왜 만나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 야, 근데 왜 만나는 거야? 」
문자를 보내고 화장을 다시 하고 있는데,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 너 벚꽃 보고 싶다며 」
아 이게 바로 심장어택인가,
이렇게 텍스트만 보고도 두근거린 건 어렸을 때 한창 유행하던 인터넷소설을 보며 뒹굴뒹굴하던 시절 이후로 처음이다.
이 자식 사람 미치게 하네.
띵동- 띵동-
정확히 1시간 후에 현관 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는 용이의 목소리와 "누나, 지훈이 형 왔어."라는 동생의 말이 들려왔다.
엄마와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박지훈을 향해 "옷만 입고 나갈게!"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문제는 무슨 옷을 입냐고..
나는 짧은 고민 끝에 흰 롱치마에 분홍색 니트를 입었다.
정확히 1시간 후에 현관 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는 용이의 목소리와 "누나, 지훈이 형 왔어."라는 동생의 말이 들려왔다.
엄마와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박지훈을 향해 "옷만 입고 나갈게!"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문제는 무슨 옷을 입냐고..
나는 짧은 고민 끝에 흰 롱치마에 분홍색 니트를 입었다.
밖으로 나가니 소파에 앉아 웃으며 동생과 게임 얘기를 하고 있는 박지훈이 보인다.
"야, 가자."라고 말하니 그제야 날 보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또 놀러 오라는 엄마의 인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 정류장으로 향했다.
난 내심 박지훈이 왜 갑자기 날 동물원에 데려가려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야, 웬일이냐? 사람 많은 곳 싫다며-."
"응. 싫은데, 너 나중에 찡찡거릴 거잖아. 그게 더 싫어서."
아-. 얘가 그러면 그렇지. 기대한 내가 바보다.
우린 동물원 근처에서 밥을 먹고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다.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엄청났다.
처음에는 얼굴을 찡그러뜨리는 박지훈이었지만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안해할까 봐 그런 것 같다.
동물원은 예쁘다는 후기가 많았던 곳이라 그런가 정말 예뻤다.
박지훈과 함께라서 그런가 더더욱 예쁘다고 느껴졌다.
"야야, 셀카 찍자-!"
"아, 왜-. 나 사진발 안 받아."
"너무해. 이 예쁜 공간에서 셀카 한 장도 안 찍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여기 보세요-."
찰칵-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엄청났다.
처음에는 얼굴을 찡그러뜨리는 박지훈이었지만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안해할까 봐 그런 것 같다.
동물원은 예쁘다는 후기가 많았던 곳이라 그런가 정말 예뻤다.
박지훈과 함께라서 그런가 더더욱 예쁘다고 느껴졌다.
"야야, 셀카 찍자-!"
"아, 왜-. 나 사진발 안 받아."
"너무해. 이 예쁜 공간에서 셀카 한 장도 안 찍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여기 보세요-."
찰칵-
사진을 확인하니 사진 찍기 싫다던 박지훈은 환하게 웃으며 브이를 하고 있었다.
웃는 게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꽃과 함께라서 그런가, 이 분위기는 황홀했다.
우린 한참을 걸어 다녔다. 동물도 한번 보고, 벚꽃길을 함께 걸었다.
작은 놀이공원이 있어서 놀이기구도 탈까 했지만 내가 치마를 입은 탓에 혹시 모른다고 안된다며 거절하는 박지훈이다.
거짓말-. 사실은 저 긴 줄 기다리기 싫어서겠지.
둘 다 발이 아파서 결국 벤치로 향했다.
"야, 좀만 쉬자."라고 말하며 먼저 벤치에 앉는 박지훈이다.
괜히 가자고 했나? 미안한 마음에 음료수라도 사 와야겠다 싶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후 음료수를 사고 왔다.
벤치를 보니 박지훈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박지훈은 벤치 뒤쪽 벚꽃나무 앞에 서 있었다.
핸드폰을 쥔 손을 쭉 뻗더니 나뭇가지에 달린 벚꽃을 찍고 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분 동시에 벚꽃비가 내려왔다.
박지훈의 머리 위에 내려오는 벚꽃비를 바라보니, 벚꽃비를 맞으며 나무를 쳐다보는 박지훈을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림을 보고 있듯이 멍을 때리고 있었다.
핸드폰을 쥔 손을 쭉 뻗더니 나뭇가지에 달린 벚꽃을 찍고 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분 동시에 벚꽃비가 내려왔다.
박지훈의 머리 위에 내려오는 벚꽃비를 바라보니, 벚꽃비를 맞으며 나무를 쳐다보는 박지훈을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림을 보고 있듯이 멍을 때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날 쳐다보고 있는 박지훈을 발견했다.
날 쳐다보는 박지훈은 갑작스레 미소를 짓는다.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박지훈의 눈 모양새가 보인다.
저 아이의 미소를 보고 난 오늘도 생각했다.
박지훈을 정말 좋아한다고.
잘 부탁 드립니다
하핫, 천천히 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