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남자친구) 이광현
W. 소중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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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물이 고여 온통 물투성이였고 며칠째 비가 쉴 새 없이 내리는 덕에 가만히 있어도 불쾌해질 정도로 습해진 날씨에 에어컨을 켜도 아무 소용이 없어 반 아이들의 몸은 축 늘어졌다. 반을 쭉 둘러보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광현이도 마찬가지인 듯 엎드린 채로 눈을 감고 훙.. 하며 입을 삐죽거리는 모습을 보니 귀여워서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에어컨을 켰지만 숨 막히는 더위에 거리 상점에서 산 칠천원짜리 토끼 모양 선풍기를 가방에서 꺼내 최대치로 틀어놓으니 윙-,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반에 울려 퍼졌고 광현이는 무슨 소리인지 확인하려는 듯이 지긋이 감았던 눈을 슬쩍 뜬 채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광현이를 바라보다가 내가 쓰고 있던 선풍기를 돌려 광현이에게 쐬어주자 시원한지 슬며시 웃음을 짓더니 다시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잠에 들려 하길래 너무 심심했던 나는 광현이를 얌전히 바라보다가 볼록 솟아있는 광현이의 볼을 쿡, 찔렀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광현이를 보자니 오기가 생겨 입을 꾹 닫고 볼을 누르기 시작했다. 살짝씩 꼬집어도 보고 누르고 찌르고 거의 반죽을 하다시피 볼을 가지고 놀면서 난리를 칠 때쯤 가만히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있던 광현이가 몸을 일으켜 자신의 볼에 있던 내 손을 슥, 내린 뒤 의자에 있던 자신의 후드를 돌돌 말아 베개로 만든 뒤 내 책상에 놔주고는 나를 꾹 눌러 엎드려 눕게 했다. 그리고는 등을 토닥토닥해주더니,
" 여주야, 코 자자.. "
하고는 내 손을 꼭 잡고 엎드린 채 광현이는 잠에 청했다. 나는 딱딱한 곳에서 잘 못 자는 이유 탓에 반 애들이 항상 잠에 청할 때 나 혼자 깨 있을 때도 많았다. 광현이는 그걸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나를 따라 졸린데도 억지로 안 자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서 그냥 내가 먼저 재워둔다. 그리고 광현이는 더위를 유독 잘 탄다. 그래서인지 오늘 같은 날은 더욱 힘들어하기도 했다. 내가 자신을 괴롭히니 심심하다는 걸 알아챈 모양인지 자라며 딱딱하지 않게 책상에 후드를 베개로 만들어 올려준 매너에 1차로, 손을 꼭 잡고 있는 거에 2차로 심쿵을 당해버렸다. 그리고 날씨가 습해져서인지 더욱더 진하게 올라오는 광현이의 섬유 유연제 냄새에 포근해진 바람에 학교에서 잠을 잘 안 자던 나는 광현이와 손을 꼭 잡고 잠에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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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게 잠든 탓인지 손에서 느껴지는 꼬물거림에 눈을 슬쩍 떠 손을 바라보니 언제 일어난 건지 꼭 잡은 손에 불편한 기색을 내지도 않고 얌전히 꼼지락거리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몸을 일으키고 광현아 뭐 해, 하니 일어났냐며 부스스해진 내 머리를 정리해주는 광현이다. 꽤 오래 잠든 것 같아 몇 시지, 하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하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가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광현이도 그런 나를 따라 자신의 가방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니 끝나는 종이 울렸고 애들은 얼른 집에 가고 싶은 건지 청소를 재빠르게 했고 청소가 마무리되어갈 때 즈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도 얼른 집에 가고 싶으신지,
" 특별히 전달 사항은 없으니 긴 말 안 하겠다. 비 와서 어두우니까 위험하다. 그러니까 얼른 집 가라. 알겠지? "
" 네 - "
" 선생님께 경례, 인사 - "
안녕히 계세요! 하는 밝은 소리와 함께 선생님과 아이들은 교실을 빠져나왔고 교실보다 더한 습기와 더위를 가지고 있는 복도에서 아이들은 언제 밝았냐는 듯 축 늘어지며 우산을 펴고 하나둘씩 학교를 빠져나갔다. 찌는 듯한 더위와 습기에 광현이는 어떨까, 하며 내 옆에 있는 광현이를 바라보니 축 늘어진 햄스터 마냥 힘들어하길래 학교 근처 편의점으로 가 얼음 컵에 음료수를 담아 사주었더니 고맙다며 헤헤, 웃는데 귀엽다. 진짜 이 맛에 사주는 것 같다. 광현이 집과 우리 집은 5분 채 안 걸리기 때문에 등교, 하교를 늘 같이 하는 게 일상이었다. 늘 그랬듯이 광현이는 우리 집 앞까지 날 데려다주었고,
" 고마워, 집 들어가면 전화해. "
라는 말을 하고 손을 흔든 뒤 집에 들어오고 재빨리 방으로 가 광현이가 갔나, 확인해보면 내 방에 불이 딱 켜진 걸 보고 가는 건지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우산에 살짝 가려졌지만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뒤통수와 길게 쭉 뻗은 뒤태를 바라보다 시야에 안 보일 때 즈음 옷을 챙긴 뒤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갔고 혹시라도 전화가 왔을까 재빨리 씻고 나가니 부재중 전화 1통이 와있었다. 다시 전화를 거니 바로 받는 광현이었다.
- 여보세요.
" 광현아, 나 이제 씻고 나왔어! "
- 나도 이제 누웠어.
라며 또다시 잠들기 전까지 계속할 광현이와의 전화를 시작했다. 서로 특별한 말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특별하지 않은 건 더더욱 아니었다. 광현이와 연애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설레고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연애 초반부터 이어진 습관 같은 행동이랄 게 있다면 자기 전에 전화하는 거랄까. 아니면 꼭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뭘 먹을 때 나부터 주는 거 등. 사소한 것부터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거 보면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 여주야.
" 응, 광현아. "
- .. 보고싶어.
또다. 또 시작이다. 훅 들어오는 거.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광현이가 이름을 부를 때가 있는데 뭐지 하고 들으면 훅 들어오는 말들이었다. 보고 싶다던지, 좋아한다던지. 연애 초반에는 듣고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하다가 전화를 끊은 적도 있다. 근데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건지 아무 말도 못할 정도는 아닌데 아직도 너무 떨린다. 이럴 때는 나도, 라며 넘어가지만 항상 얼굴은 빨개지고 뜨거워진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며 겨우 얼굴을 식히고 창밖을 바라보니 별이 반짝하게 빛났고 별을 보니 광현이가 더욱더 보고 싶어졌다. 이게 다 광현이 때문이야. 광현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나도 보고 싶어졌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광현이 보게.
W.소중한 너에게 |
안녕하세요. 소중한 너에게입니다! 광현이 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_; 그래서 썼습니다. 제가! (박수) 근데 쟤가 필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냥 쟤가 상상하고 원하는 연애를 적는 식이라서 약간의 의식의 흐름이 있을 수 있는데 천천히 읽어보고 제 나름대로 수정을 하기는 하는데 어떠실 지 모르겠어요 ;_; 처음 글잡에 오는 거라 조금 떨리고 설레는데 이 글을 단편으로 해야할 지 아니면 조금 더 풀어 써야할 지 지금 고민 중이에요! 장편은 아니고 한 두 세편정도 더?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머리 굴려 쓴 글인 만큼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네요 ;_; ! 좋은 하루보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