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첫 만남
W.progettista
유난히도 달이 밝고 별이 많은 밤이었다. 엄마에게 주려고 샀던 반지가 제 주인을 잃은 줄도 모르고 빛을 받아 반짝 빛이 난다. 해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더랬다. 제가 반지를 사러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악랄하기로 소문난 해적 놈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하나 남은 제 가족인 엄마를 잔인하게도 죽여버렸다.
"이름아 우리 이름이는 엄마가 없어도 씩씩하게 살 수 있지요?"
"싫어! 이름이는 엄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걸?"
"엄마도 이름이랑 오래오래 살고 싶은데 혹시라도 엄마가 저 멀리 가게 되면 우리 이름이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야 해. 혹시라도 이름이한테 나쁜 일이 생기면 이 반지가 지켜줄 거야"
엄마와 행복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나를 잡고는 제가 없어도 씩씩하게 살라며 진주가 박힌 반지 하나를 줄에 걸어 제 목에 걸어주던 엄마. 어린 날의 나는 그저 먼 이야기 인줄로만 알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오랜 날이 지났음에도 목에서 반짝 거리며 빛이 나는 반지를 손에 살짝 끼워보았다. 시간이 지난만큼 제 몸이 자랐다는 걸 증명해주듯 손이 꼭 맞는 반지가 오늘따라 처량하게 느껴졌다.
'엄마 아무래도 난 엄마 없이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나쁜 딸이라고 욕 해도 좋아. 난 엄마를 만날 수 있기만 하면 되니까. 사랑해요 엄마.'
한 걸음 내딛을 수록 차디찬 바닷물이 점차 깊어지고 그에 따른 두려움과 엄마를 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 눈을 감고 파도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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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다 위 꽤나 커다란 배 한 척이 섬으로 들어온다. 평범한 어선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와 그에 맞는 커다란 돛에는 꽤나 험상궂은 해골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장 육지에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슬슬 닻 내릴까요?"
"어 슬슬 닻 내릴 준비하고 내려서 저번처럼 까불다가 짭새들한테 붙잡히지 말고."
"아 선장 그거 유선호 저 돼지가 제 음식 뺏어먹어서 그런 거였다니까요? 돼지만 아니었으면 그럴 일 없었어!"
"어 그렇다고 치고 닻이나 내려라. 오늘도 바쁠텐데 언제까지 궁시렁 거릴래."
앳되어 보이는 동그란 외모와 어울리는 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저보다 한참 큰 분홍머리의 남자와 한참 투닥거리다 궁시렁대며 닻을 내리러 간다. 제 몸만큼 큰 닻을 들고 끙끙대며 바다에 떨어뜨리려 바다를 내려다 보았을까 물 안에 보이는 저 까만 물체는 분명 사람이렸다.
"ㅎ...형! 형! 빨리 와 봐요! 빨리!"
"왜 또 닻이 무겁냐? 이제 혼자 좀 해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기 사람! 아 형 빨리 오라니까요?"
"구라면 죽는다 이대휘. 바다 한 가운데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
귀신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린 채 애타게 형을 찾던 대휘는 다니엘이 오자마자 그의 뒤로 숨어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그 물체를 보았다. 대휘의 부름이 당연히 거짓말일 거라 생각하고 한숨을 쉬며 느긋하게 걸어오던 다니엘 또한 그 물체를 보고 말을 잃었다.
"야... 저거 사람 맞는 거냐?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고?"
"맞다니까요! 왜 내 말을 안 믿어? 그나저나 저 사람 죽은 거예요...? 시체야...?"
"일단 건져보자 혹시 아냐 아직 살아 있을지."
"아니 건졌는데 시체면 뒷처리는 어떻게 하려고... 아 형!"
제 말만 하고 대휘의 말은 들은 체도 안 하며 바다로 뛰어든 다니엘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아니 여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배 위로 데리고 올라 왔다. 여자를 갑판에 눕힌 채 어쩌나 한참 고민하던 다니엘은 맥을 짚어보고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빈 방에 여자를 눕혀 놓았다.
"형 저게 누군줄 알고 막 주워요!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그리고 또 깨어나면 어쩌려고 저기다 눕혀요? 남자도 아닌 여자를! 그러다 아주 큰일나지!"
"무슨 일인데 또 이대휘 입에 모터 달았냐. 쟤 입 좀 막아라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아주."
"지성이 형! 아니 글쎄 선장이 바다에서 여자를 주워왔어요! 말이 돼?"
"안 될 거는 없지 않나. 아니 근데 바다에서 여자를 주웠다고? 구라 아니고?"
"그렇다니까요? 형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어때, 예쁘냐? 몸매는?"
"...형은 진짜 쓰레기야."
한참 대휘와 이야기를 나누던 지성은 대휘가 방으로 사라지자 갑판에 누워있는 다니엘에게 말을 걸었다.
"해가 서쪽에서 떴냐. 강다니엘이 바다에서 사람을 다 줍고. 그것도 여자를?"
"왜 또 시비야. 궁금하면 가서 보시지. 나 피곤한데."
"가지 말래도 보러 갈 거였다. 재미 없는 놈."
"어 그래, 나중에 그 여자 깨면 밥 먹이게 데리고 나와."
다니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성은 여자가 누워있는 방문을 거침없이 열고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곤히 자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꽤 곱상하게 생겼는데, 노예로 부려먹으면 딱이겠다.'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던 중 여자의 눈이 뜨였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저와 눈이 마주쳤다.
주저리 |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마구잡이로 끊기... 예쁘게 봐주세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