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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라고 표기된 부분에 독자님이 생각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김여주관찰일지









공부? 아니. 운동? 아니. 미술? 그것도 아니. 끝도 없이 쏟아지는 부정의 시그널을 수용하기에 부족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며 여주는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도대체 니가 좋아하는 게 뭐란 말이고. 3을 맞이한지 3달째 지원할 대학을 정하지 못한 아이 덕에 시작한 스무고개는 점심시간을 오 분 남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말하자면 아이 꿈찾기 프로젝트.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이미 망조가 보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생각을거듭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답변들을 곱씹다 결국 이마에 손을 얹은 김여주가 뱉었다. 니 그러면 무슨 생각하고 사는데? 통통한 눈두덩이를 긁적이던 아이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 불길하게.





안하는데.







김여주는 오늘도 대환장파티의 주인공이다.












***










생각을 왜하노. 피곤하그로.





그게 이유였다. 너무도 깔끔한 답변에 할 말을 잃은 여주는 분노를 물리적 에너지로 변환해 아이의 등짝에 내리꽂았다그와 동시에 아이는 여주에게 전달받은 에너지를 비명으로전환했다. 그리고 긴 팔로 자신의 등을 쓸어내리며 여주를 향해 최후의 유언을 공포했다




가시나, 니 손 함부로 쓰지 말라 했제. 살인미수라 안카드나. 




순간 여주는 생각했다. 신은 참 공평하시구나. 아이에게 비주얼과 피지컬과 능력치를 주시고 눈치를 앗아가다니. 그리고 아직 웃음기가 남아있는 아이의 눈을 맞추었다. , 아이야. 그 말을 끝으로 한숨을 뱉은 여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활용할수 있는 근육이란 근육은 모두 끌어당겨 미소에 가까운 표정을 만들어낸 여주는 씹어뱉었다




니 앞으로 내한테 주디 나불거리면 조지삔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을 여주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여주를 쳐다볼 때부터 얼굴에 머물렀던 웃음기는 여주가 자취를 감춘 뒤 폭발했다. 웃다 지쳐 고개마저 푹 떨군 아이는 또다시 눈을 곱게 접었다. 여주가 그 꼴을 봤다면 한 마디 했을 거다. 뭘 쪼개노 문디새끼야, 라고. 마치 그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 아이는 후아, 한숨을 내쉬고는 책상에 왼볼을 대고 엎드렸다. 오 분 뒤면 심통난 표정으로 제 옆자리에 앉을 여주를 기다리면서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아이에게 제일 흥미로운 건 김여주인 것 같다.









***








, 이 앙증맞은 개새끼. 눈치가없으면 코치라도 있던가. 여주는 자기가 뱉은 말을 후회하는 중이었다분명 자기가 말을 걸지 말라고 선포했음에도 곧이곧대로 그를 이행하는 아이의 모습에 복장이 터진 결과였다. 자녀에게 한바탕 화를 내고 난 뒤 언제쯤 사과를 건넬지 초조해하는 어머니의 심정쯤을 느낀 여주는 툭툭 손가락을책상에 부딪히고 있었다. 아이는 말을 걸지 말라고 했더니 쳐다보지도 않는 기염을 토했다. 입력값에 비해 산출값이 너무 뛰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주는책상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마주 잡고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여기서 내가 먼저 말 걸기 쪽팔린데




그 때, 아이가 여주에게 일본어를 읊조렸다. 여주는 당황했다. 그리고 아이는 또다시 순둥한 개새끼의 얼굴을 해보였다. 톡톡, 사태를 파악하느라 멍한 여주를 도울 아이의 손가락이 교과서에 머물렀다. , 일본어 시간이구나. 2 외국어 과목의 특성상 짝과 대화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수업임을 인지한 여주가 아이에게 물었다. 뭐라고? 못들었다.




키미노 나마에와?



아직 아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여주는 훅 들어온 아이의 장난에 페이스를 잃었다. 물론,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넨 그 순간부터 무너진 지 오래인 페이스긴하다만. 그래, 복잡하게 생각해서 쓸 데도 없지. 생각과 동시에 김여주는 재롱을 부리는 대형견의 볼을 꼬집었다. 괘씸함을 가득 담아 힘주어 잡은 볼의 탄력이 자신의 것보다 좋은 것 같다고 느끼며 김여주는 답했다. 와타시와 김여주데스. 아이노 토모다치. 그리고 삼 초 뒤, 김여주와 아이는 웃음을 매개로 화해에 성공했다



물론 이 모든 건아이의 계획대로였고, 그 사실은 김여주만 몰랐다


김여주 바보. 














+) 이런 글은 처음이시죠? 독자분들은 어떤 '아이'를 생각하셨을지 궁금하네요. 제가 염두에 두고 쓴 멤버가 있기는 하지만, 독자님들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이런 방식을 사용해봤어요. 별로인가요? 이 글을 읽고 누가 생각났는지, 이런 방식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써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이게 괜찮다고 하시면 나중에 글을 올릴 때도 그대로 쓰고 싶어서...ㅎㅎ(읽는 사람이 있을 지도 의문...) 읽어주신 독자분들, 댓글써주실 독자님들, 미리 감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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