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94961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세븐틴/최한솔] Bye bye my blue (0) | 인스티즈 

 


 

 

 

 Bye bye my blue 

-
발 끝에 걸친 검은 바다가
금방이라도 날 잡아 먹을 듯 했다.
-












( 0 )

느긋하게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몇시간을 내리 앉아있었다. 반지하 방 창문 반대쪽에서 서럽게 우는 아기 고양이 소리에 금새 내 눈앞에는 갈라진 유리조각이 비췄다. 넉넉히 먹고 살지도 못하는 형편이지만 그 소리 하나 듣기 싫어서 매일 그 어미 잃은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 밥을 챙겨주고 난 후에 조용해진 놈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주곤 집을 나섰다. 집 앞 고등학교는 이제 막 하교 종이 쳤다.





















길가를 걸을때면 작은 소리 하나가 자꾸 눈앞을 막아버려서 큰길로 가면 오분도 안될 거리를 작은 뒷동네를 뺑 돌아서 가게를 간다. 어릴 때는 갑자기 오기가 들어서 큰길로 나섰다가 몇십초 되지도 않아 헛구역질 하면서 집으로 뛰쳐간 기억이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헛된 일이었다. 가게에 도착한 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이어폰을 뺐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들이 눈 앞에 나타날 듯이 퍼졌다 줄어들기를 여러번. 사장이 볼새라 빠르게 주머니 안으로 귀마개를 넣었다.




















직원이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게 내가 휘청이고 있을까 싶어 카운터를 단단히 부여 잡았다. 저기요. 저기요! 나를 부르는 손님의 목소리가 그 검은 배경을 요란하게 흔들어댔다. 청소기가 꺼지고 서서히 눈 앞이 돌아왔지만 손님은 팔짱을 낀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몇번이나 고개를 숙였지만 제 딸아이의 손을 잡고는 가게를 나가버렸다. 뒤에서 원두를 볶던 다른 알바생의 눈빛이 따가웠다.




















알바가 없는 날, 미뤘던 산책을 나갔다. 동네를 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로 뒷산으로 향했다. 지저귀는 새 소리는 따뜻하고 청량한 색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그 소리는 어렸을 때부터 매일 보러다녔다. 태어나서부터 들은 소리중에 제일 예뻤다. 그 산 앞에는 작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쉬는 시간이 되면 새어나오는 애들 소리가 병아리처럼 샛 노랗다. 가끔은 붉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귀마개, 이어폰을 꼽지 않아도 평온할 수 있는 곳이 이 곳 뿐이다.




















주변을 돌며 벌써 우거진 초록 나무들을 둘러보는데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우산도 없는데. 금방 그칠 소나기 같아 근처 정자로 빠르게 걸었다. 정자에 몇발치 남지 않았을 때 남색빛 교복을 입은 남자애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낮시간에 고등학생이라니 참으로 어색한 그림이었다. 흠칫했던 발걸음을 앞세워 걸으려 발을 떼었으나 이내 나는 자리에 다시 섰다.

























[세븐틴/최한솔] Bye bye my blue (0) | 인스티즈 

 


- 여보세요.

























그 남학생의 한마디에 평생 보지도 못했던 바다가 신발 코 앞까지 넘어왔다. 파랗다 못해 까만색이었다. 하얀 거품을 내며 다가온 그 바다가 금새 내 발등을 덮기에 뒷걸음질 쳤다.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넓은 바다 가운데에 남학생이 서있었다. 나를 보는 그 눈빛이 내 눈에 닿았을 때. 큰 파도가 그 뒤에서부터 몰아쳤다. 주춤 거리며 뒷발을 치다 곧 도망을 쳤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리길 여러번 집 현관문 앞에 다 다라서야 나는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체 문고리를 잡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젖은 몸에서 나온 물이 바닥을 질질 기는걸 보자니 달리던 내내 그려지던 그 애 눈동자와 얼굴 그리고 그 뒤에 파도가 점점 또렷히 그려짐에 결국 눈을 감았다.





















그 바다가 보고 싶었다.
순간의 사랑이었다.

































여주는 색청(음을 들으면, 음에 수반해서 색채적 직관(直觀)이 나타나는 반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세븐틴/최한솔] Bye bye my blue (0)  3
8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이거 뭐죠 소재 완전 신박한데 완전 분위기도 신기해요 너무 몽환적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요..? 색청이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어요 기분이 좋네요 음악도 글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암호닉 신청은 안 되나요..?8ㅅ8 단편처럼 보이기도 하고.. 00이라고 쓰셔서 다른 글들도 올라 올 것 같기도 한데 일단 감사합니다..! 글 너무 잘 봤어요ㅠㅠ 이런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안녕하세요 ㅠㅠㅠㅠㅠ 글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래 분위기 딱 바뀌는 시점에 글을 다 읽어서 놀랐어요 어후...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진짜 너무 새롭고 신선해요 재밌을 거 같아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