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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멎었다. 간병인들이 이래저래 항의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남순은 6인실에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졌다. 강주 말에 의하면 민기가 힘 좀 썼다고 했는데, 남순은 옮긴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공간이 넓어지면 그와 함께하고도 남는 공간이 많아진다. 남순은 그게 싫었다. 흥수는 그 날 이후 한번도 병원에 찾아오지 않았다. 학교엔 결석처리됐다고 했다. 무단이 아니라 다행이네, 무심코 말했다가 남순은 강주에게 얻어맞았다. 그 새끼가 챙기기 전에 너나 챙기라고.
남순이 입원한 이유는 절대 안정 때문이었다. 남순이 눈을 떴을 때 흥수는 없었다. 대신 인재가 울고 있고, 세찬이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있던 것 만큼은 확실히 그의 기억에 남았다. 남순은 긴 환자복으로 상처를 덮었다. 사실 박흥수에게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였지만. 6층 즈음에 있는 병실은 항상 북적였다. 올 사람도 없었는데. 남순과 몇 번쯤 말을 섞어본 아이들은 병실에 들렀다. 남순은 무관심하게 창 밖만 보고 있었다. 낙옆이 보도블럭에 굴러다녔다. 제법 그 길엔 승리고 교복이 많이 보였다. 유독 박흥수만 보이지 않았다.
저기, 남순아. 흥수 말이야.. .
인재가 흥수의 말을 꺼낸 것은 입원하고 4일 째 되는 날이었다. 몸 상태가 그나마 조금 나아지고 있던 날이기도 했다. 남순은 금새 눈에 생기를 찾았다. 문자도 없고, 죽어라 전화하면 조금씩 얼굴은 비추던 사람이 감감 무소식이다. 결석이라는게 더욱 그랬다. 고남순보다 건강한게 박흥수다. 무단이면 무단을 했지 결석이라고 안나올 새끼가 아닌 것은 남순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재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큰 눈망울에 또 눈물이 그렁 그렁 매달려있어서, 남순은 마음을 다잡았다. 의도적으로 상처낸 손을 이불 안으로 넣은 남순은 말씀하세요, 짧게 말했다.
네가 병원에 입원한 날.. . 이후로 한번도 안 나온건 아니?
아. 남순은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알아요, 들었어요. 목이 메여서 자꾸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났다. 인재는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신경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인재는 남순이 이불에 넣은 손을 제 손도 이불에 넣어 꽉 잡았다. 남순은 확 퍼지는 따뜻함에 퍼뜩 놀란듯 몸을 경직시켰다. 그녀는 결국 눈물을 도록 떨구었다. 이불 귀퉁이가 조금씩 젖어들어가도 남순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재를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 학교 나왔는데, .. 만신창이 돼서 왔어. 그래서 .. .
병원에, 끌고 왔는데. 인재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남순은 당황한 채로 인재를 바라보았다. 너네는 왜그래, 사람을 왜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니. 남순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박흥수가 말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남순은 덩달아 날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았다. 내가 뭐라고 걱정은 하고 지랄이야, 박흥수. 보도블럭위엔 여전히 승리고 학생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오랜 친구는 찾을 수 있었다. 그 때 처럼.
남순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때 자신은 도망갔지만, 박흥수는 도망가지 않았다. 남순은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눈물을 떨궜다. 그 떄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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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창 블로그에 올렸던거 인티에도 올려요 여러분과 소통하고싶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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