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놀러 왔다 이게 무슨 개이득?
누군가 나에게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느냐, 라고 물으면 난 주저 없이 5살 때라고 말할 거다. 내 어릴 적 시절을 떠올려보면 꽤 행복했던 거 같다. 큰 맘 먹고 온 인도네시아라는 곳은 생각보다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 아빠 사랑만 듬뿍 받으며 컸으니 뭐 걱정 하나 있을 리 만무하지. 망고도 엄청나게 먹었다. 하지만 엄마는 매우 힘드셨다. 매일 술병을 끼고 사는 아빠와 열심히 타지에서 언어를 배우는 엄마.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나이 7살, 즉 2년 만에 다시 지긋지긋한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냐고? 술병을 끼고 살던 아빠가 췌장염에 걸려 엄마는 급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 말을 엄마도 죽어라 벗어나고 싶었던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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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아 물 좀 다오."
짜증 나게 할머니는 엄마 나간 이후로 나만 보면 갈구지 못해 안달이시다. 나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나 뭐라나. 아무튼, 지금 난 상에 앉은 지 여섯 번째 일어나는 중이다. 왜 그러냐고? 맘보가 못되신 할머니는 한 번에 시키시지도 않고 내가 식탁에 앉기만 하면 시키시는 이 못된 버릇에 찍소리도 못 하고 수발을 드는 중이다. 나도 대들어 봤지,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밥풀 묻어있는 숟가락과 욕 한 주머니 뿐. 난 성인 되어 독립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나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독한 시집살이. 사실 내가 보기에도 아니 나 같아도 이 집을 나가고 싶은데 엄마라고 오죽할까. 엄마가 나간진 이 년째, 엄마와 연락은 틈틈이 하고 있다. 엄마한테 들은 얘긴데 사실 나만 아니었음 결혼하자마자 집을 나갔을 거라고 한다. 엄마가 밉진 않냐구? 솔직하게 처음엔 아주 미웠는데 내가 당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나와 연락을 끊은 것도 아니고 사이도 좋으니 나한테 딱히 피해 가는 것은 없다. 엄마가 나간 이유가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아빠의 버리지 못하는 마마보이 기질이다. 엄마 말엔 결혼하기 전부터 이랬다고 한다. 뭐만 하면 엄마가 이래서 엄마가 그래서. 아빠한텐 비밀이지만 엄마가 아빠 돈 보고 결혼했다고 했다. 그러니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 거지.
지금 난 19살 지금은 4월이니 즉 해방일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단 소리다. 하루하루 달력에 엑스를 그리는 것이 삶의 낙이다. 엑스의 끝은 당연히 D-DAY, 나의 해방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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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계곡으로 놀러 간다. 이것도 할머니한테 사정해서 받아낸 휴식이다. 학교에서만 보다가 지훈이 진영이 수진이랑 처음으로 밖에서 놀아보는 것이다. 얘네는 내 사정을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밖에서 못 논다고 딱히 우정이 식고 그런 건 아니다.
"야 진짜 이거 실화냐? 윤지영이랑 학교 밖에서 노는 거라니."
"아 배진영 오바 좀 하지 마라 귀 따겁다."
"근데 지영아 할머니는 어떡하고 온 거야?"
"내가 누구냐, 또 립 서비스 잘 해서 이 언니가 온 거지."
전 날 야자와 학원 때문에 저녁 11시에 집에 들어갔고. 토요일 새벽에 버스를 탔기 때문에 엄청나게 졸렸던 건지 차에 타자마자 누구도 할 것 없이 곯아떨어졌다. 어느새 날 새게 흔드는 손길에 난 눈을 떠 주위를 살폈다.
"지영아 일어나 휴게소에서 감자 먹어야지."
"아 또 윤지영하면 감자와 만쥬 아니겠냐, 이 오빠가 쏜다 얼른 일어나시죠 돼지."
"진짜 박지훈 맞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딱 앞 부분만 말 하고 입 닫지 굳이 2절까지 하냐."
분홍색 버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에 눈이 감기며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박지훈의 깐족대는 목소리에 인상을 쓰며 노려봤다. 얼른 가자며 날 일으키는 손길들에 할 수 없이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며 내 사랑 감자와 만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감자와 만쥬를 배불리 먹고 차에 올라타 지훈이의 어깨에 기대 다시 잠들었다. 사실 진영이가 이 오빠가 한 어깨 한다며 빌려준다고 난리를 쳤지만 기댔을 때 보이는 얼굴 크기 차이 때문에 섬뜩해져 그냥 뒷자리로 지훈이를 잡아끌어 같이 앉았다. 지훈이도 얼굴이 작은 편인데 배진영은 너무 작다 그냥 소멸 직전이라고 하면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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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정도를 더 타고 우린 계곡에 도착했다. 박지훈이랑 배진영은 누구도 할 것 없이 화장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달려나와 물속으로 몸을 던지고, 수진이와 난 옷을 갈아입고 티 안 나는 화장과 머리는 만지느라 20분 후에 나왔다. 누가 아냐, 잘생긴 오빠와 계곡에서 썸이 생길지.
우리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배진영은 물을 튀기며 우리보고 얼른 들어 오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난 수진이가 열심히 고데기 해 준 머리를 물속에 담가 물미역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고, 머리에 물 뿌리면 죽는다고 말하고 난 후 서서히 발부터 물에 담갔다. 하지만 눈치 없는 박지훈이 그대로 날 안아 물속으로 던졌다. 다행히 깊은 계곡이라 다행이었지 얕은 곳이었음 난 척추뼈가 모조리 부러졌을 것이다.
물에 들어간 순간 머리에 안녕을 고하고 박지훈에게 욕을 해 주려고 올라오려던 순간, 내 몸을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소리 지를 틈도 없이 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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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좀 드는가?"
켈룩- 물을 토하고 눈을 뜨니 보이는 사람 얼굴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나 아직 안 죽었구나. 근데 이 아저씨 옷차림이 좀 이상하다, 수염은 무슨 사극에 나오는 사람 마냥 길고 옷도 한복이다, 그것도 계곡에서. 뭐지? 날 일으키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일어났는데 다리에 걸리적거리는 무언가에 밑을 보니 무슨 붉은 천에 몸이 달라붙어 있다. 몸에서 떼어내고 보니 이건 치마였다, 그것도 한복 치마. 아 난 죽은 거구나, 여기가 말로만 듣던 사후세곈가. 나 혼자 생각에 빠져들 때 어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이! 누이! 지영 누이!"
...누구 나?
안녕 개구리들? |
방가워요 콘서트 영상보고 갑자기 자괴감 들어서 혼자 쪄온 글인데 비루하더라고 예쁘게 봐 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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