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보냅니다. 희망프로젝트
우중충한 하늘은 결국 굵은 빗줄기를 내려보냈고 학교의 마른 잔디들은 소리없는 환희에 물들어 맞이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의 실력을 자신하고 혹은 자만하며 모여드는 이곳의 오늘은 입학식이다.
싱그러워야하는 입학식은 저마다의 눈치싸움으로 치열했다. 누가 수석이라더라 누가 차석이라더라 몇점 차이가 난다더라 커트라인이 몇점이라더라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동기들의 의리와 우정은 어느순간부터 시기와 질투로 이어졌고 동경은 별질되었고 타락했다. 순수한 열망과 열정보다는 타인을 짖밟으려는 마음이 커진 곳.
천재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곳은 남들과 경쟁을 시켜 천재를 그저 영재로 남아있게 만들며 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천재가 되라고 말한다.
삭막한 사막보다 더욱 목마르고 정글보다 살아남기 어렵지만 최고라는 타이틀에 눈이멀어 결국은 들어올수밖에 없는 모순덩어리의 공간.
- 2013년도 한국대학교 예술 종합대학의 입학식을 시작 합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택받은 사람들의 치열한만큼 조용히 숨죽인 이곳은 한국대학교 소속 예술종합대학교 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발레를 했다. 그저 언니를 따라 발레학원을 등록했고 원장님의 말씀에 따라 한국대학교 예술종합대학 부속기관인 영재원에 입학했다.
언니는 왜 쟤가 영재원에 가느냐고 자기보다 잘난게 뭐냐고 시기와 질투를 일삼았고 그래서 나는 주말이 되어도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재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촌에서 올라온 촌스러운 여자아이가 화제의 중심이 되는게 고까웠는지 매일 토슈즈가 없어지고 무용복은 난도질되어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샤워를 할때면 수도를 잠그고 불을끈채 문을 잠궈버려 추위에 떨다 다음날 가까스로 구조된적도 있었으며 개인연습을 위해 연습실에 남아있는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매일 옥상에서 거친 시멘트 바닥 위에서서 조그맣게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스피커소리에 따라 연습을 할수 밖에 없었지만 행복했다. 거친 바닥에 토슈즈가 하루에도 두세켤레씩 바꿔야 했지만 괜찮았다.
춤이 좋았다. 음악에 맞춰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전달을하는 그 동작 하나하나가 손끝 하나하나가 좋았다. 살아있는듯한 기분이 드는 유일한 시간이였다.
하지만 점점 지쳐갔다. 몇년간 이어진 시샘과 질투 친구하나없는 학교생활 언니의 끝없는 질투 그리고 죄를 저지른것마냥 몰래 그것도 가끔 아주 잠깐 만나는 엄마까지
점점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졌다. 아무생각없이 춤만 추고싶었다 하루종일. 그래서 더욱 매달렸고 연습을 했다. 닥치는대로 하라는대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열심히 춤만췄다.
그리고 당연한 순서로 한국대학교 예술종합대학의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그 아이들을 만났다.
- 호명하는 학생들은 장학금 수여를 위해 단상위로 올라와주시기 바랍니다.
연기과 수석 김준면 차석 박찬열
영화과 수석 변백현 차석 오세훈
실용음악과 수석 도경수 차석 김종대
회화과 수석 우이판 차석 루한
영상 디자인과 수석 김민석 공동차석 장이씽 공동차석 황타오
무용과 수석 김종인 차석 오징어
그리고 처음 내 앞에 이름을 올린 아이를 만났다. 그 누구도 여지껏 내 앞에 이름을 세우고자 했지만 세운적이 없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들어 그아이를 천천히 바라보았지만
김종인이라 불린 그 아이는 지독한 무표정으로 그저 지루하다는 티를 내며 마치 사자가 걸어가듯 조용히 단상으로 향할 뿐이였다. 뭐하는 아이일까. 처음으로 호기심이 생겼다.
천천히 관찰하며 단상에 올라가서 장학금 수여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자 내 옆에 나란히 선 그 아이는 힐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니가 차석?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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