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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 


. 


 


 


"너는 강씨 가문의 맏아들 의건이 아니냐?"
 


"으흠, 부인. 이리 좀 와보시게."
 


.
 


.
 


.
 


 

'강 씨와 그의 부인이 참형을 당했다고 하오.'
'아니 어째서, 양반 댁에 그런 일이…." 


'폭군 앞에 양반이 어딨겠소, 의건이가 장에 나와 노비로 팔리고 있는데 차마 볼 수가 없더이다.' 


 


 

오라버니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열두 살, 나보다는 두 살 많았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데. 얼마나 슬플까. 


 


 


 

"의건아."
"네, 도련님." 


 


 

[워너원/강다니엘]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인스티즈 


"아니다, 나는 형이라고 부르면 된다. 허나 이 여인은 우리 집 유일무이 공주님이니 아씨라고 불러주겠느냐."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와 나, 남동생, 그리고 그. 우리는 이렇게 함께 자랐다. 


 


 

"검술이 아주 많이 늘었구나."
"형님이 알려주신 덕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면 우리 집안 공주님을 지켜주기에 충분하겠구나." 


그에게 지옥을 보여준 폭군이 우리 집에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나이가 열여섯이 됐을 때였다. 


 

남동생과 셋이서 산책을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라버니가 끌려가는 광경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나와 남동생을 다른 길로 인도해 숨겨주었고,
가지고 있던 검을 뽑았다. 


 

"제가 지난밤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으십니까?"
나는 가엾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어린 남동생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워너원/강다니엘]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인스티즈 

 

 


 


 

"그렇다면 제가 오지 않아도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아씨가 어디에 있든,
내 이 몸으로 꼭 찾아가, 지켜드릴 테니 저를 잊어서도 안됩니다."
 


. 


. 


. 


 


 

[워너원/강다니엘]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인스티즈
 


 

지난밤, 커다란 보름달과 쏟아지는 별들을 마루에 누워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다가왔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저..제가.."
"어서 말해보거라."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그는, 별안간 내 옆에 눕더니 


 

"아씨를 평생, 평생 동안 지킬 것입니다."
"평생? 평생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나 하는 말이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 말입니다." 


. 


. 


. 


 


월영에게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본 날 너무 어두운 탓에 알아볼 수 없었고, 이후 내 앞에서 쭉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정확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복사꽃이 아주 예쁘게도 피었습니다."
어느 날은 복사꽃 한 송이를 꺾어 내게 가져다주며 산책을 하겠느냐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워너원/강다니엘]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인스티즈 


"꽃이 지고 열매가 열렸습니다, 아주 달큰하여 맛이 좋습니다."
어느 날은 복숭아를 따와 내 앞에 두고가곤 했다. 


 

"무사 월영이옵니다, 부르셨습니까?"
한 밤에 그를 불러 


 

"왜 말하지 않는 것이냐."
하고 물으니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를 잊었다고 생각하느냐."
문 밖에 서있는 그의 그림자는 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거라. 내 너의 얼굴을 보고 말해야겠구나."
한참 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면... 네가 나를 잊은 것이냐."
그의 그림자 앞에 서 묻고는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문을 밀어 열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로 고개를 땅에 박을 것처럼 숙이고 있던 네가 입을 열었다. 


 

"잊어주길 바라서였습니다." 


. 


. 


. 


 


 


'잊어주길 바라서였습니다.' 


잊어주길 바라서라, 어느새 폭군에 곁에 서서 그렇게 변한 것일까.
너는 변한 것이냐,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냐. 


 

묻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았지만 물을 수 없었다. 


 

. 


. 


. 


 


 


 

# 


 


 

"네가 그들을 숨겨준다고 숨겨질 것 같느냐, 당장 비키거라."
"나를 베고 나면 그 때 비켜주겠다." 


. 


. 


. 


 

'검술이 아주 뛰어나구나. 세자를 보필할 생각이 있느냐.'
'나는 폭군의 곁에 서지 않는다.' 


 

'네가 궁에 들어오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지키고 싶은 둘을 목숨만은 살려두겠다.' 

나는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월영,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후궁 말이야, 왕이 기방에서 데려온 거래." 


 

후궁이 됐기에 잘 살았다 싶었는데, 열여섯에 목숨만은 건진 채 간 곳이 기방이었다니.
그 곱디고운 아이가, 기방에서 살고 있었다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워너원/강다니엘] 화야(花夜): 밤에 피는 꽃 02 | 인스티즈 

 

 

'월영아, 내 부인을 보필해 줄 수 있겠느냐.'
나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씨, 제가 의건이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렇게 물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씨가 어디에 있든, 내 이 몸으로 꼭 찾아가, 지켜드릴 테니 저를 잊어서도 안됩니다.'
꼭 잊지 말라 하였는데, 나를 원망한다 하여도 할 말이 없었다. 


 


"무사 월영이옵니다, 부르셨습니까?"
"왜 말하지 않는 것이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 지난 시간들은 오직 너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어딘가에서 살아갈 널 생각하며 내 아비를 죽인 놈의 자식을 너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보필해왔다고 말해야 할까. 


 


 

"내가 너를 잊었다고 생각하느냐."
그래도 내 기억은 온통 너 뿐이었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아달라고. 


 

"안으로 들어오거라. 내 너의 얼굴을 보고 말해야겠구나."
내 너를 지키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목숨을 끊겠노라고. 


 

"아니면 네가 나를 잊은 것이냐."
너를 찾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잊어주길 바라서였습니다."
너를 두고 가서 미안하다고. 


 

그 어떠한 말도 너의 힘든 시간들을 대신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 

. 

. 


 

복숭이입니다, 오랜만이네요. 

쓰면 쓸 수록 뭔가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사극물 최고bbbbbb 

의건이 최고bbbbbㅠㅠㅠㅠㅠㅠ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신알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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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잔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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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브금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다 찰떡같이 어울리네요 ㅠㅠㅠ뮤ㅠ쟈까님 대박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쩔어요 녤이 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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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ㅠㅠ다녤이 무사라니ㅠㅠ혹시 노래알수있을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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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의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가 너무 예쁘네요! 월영이 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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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7.235
와ㅠㅜ 제 취향탕탕저격..
무사라니요..의건이가 무사라니 이런 미친설정이ㅠㅠ 작가님 감사합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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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허류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이런 슬픈 사연이 뒤에ㅠㅠㅠㅠㅠㅠㅜ다음편 기대할게요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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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옹왕님이 아버지들을 죽였다니ㅠㅠㅠㅠ넘 마음이 아프고..그와중에 여주생각해서 버티면서 지냇을거 생각하니까 눙물이 앞을 가리네여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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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 둘다 슬픈사연과 인연이 있었네요ㅠㅠㅜㅠ 신알신 누르고 갑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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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세상에. ㅠㅠㅠㅠ다녤 너무 슬퍼요 ㅠㅠㅠㅠㅠㅠ
브금이랑도 잘어울려서 그런지 더 슬픈느낌이구 ...
작가님 잘 봤어요 !!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다녤쿠]로 신청할게요 !!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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