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낙원
무거운솜처럼 몸이 한없이 늘어졌다. 몸을 뒤척였지만 무거운추를 몸위에 얹어놓은 것 마냥 움직이기 쉽지않았다. 힘겹게 책상위의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보았다. 아 날짜가 먼저 눈에 띄는듯 하였다. 05-06 생일의 두근거림은 사라져 버린지 오래인듯하였다. 창밖의 하늘은 아직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고있었다.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지만 역시 생일이란 느낌은 완전히 버릴수없었나보다 교복을 입고는 밖을 나왔다 그리고 학교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도경수네 빌라가 보였다. 시계를 보니 7시 34분이였다. 6분정도 텀이있었다. 빌라의 현관문은 고맙게도 살짝 푸른빛으로 코팅된 유리문이였다. 유리문앞에 서고 머리와 옷을 정돈하였다. 시계를 보니 39분이였다. 이제 도경수가 나올차례였다. 마음속으로 3 2 1을 세자 도경수는 샐쭉히 웃으며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는 시계를 보여주었다. 시계에는 딱 39분에서40분으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오늘도 딱 맞춰나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경수는 내손을 덥썩 잡더니 저의 머리에 올렸다. 쓰담어달라는 소리였다. 손을 살짝살짝 움직여 경수의 머리를 쓰담았다. 머리를 감고왔는지 살짝 물기어린 부드러운 머리칼느낌이 좋았다. 도경수는 고개를 살짝들고는 나의 허리에 매달렸다. 도경수의 자연스러운 스킨쉽은 친근함의 표현인걸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쩔수없었다. 강아지같았다. 아 강아지보다는
“개같아..”
“뭐? 너랑 안놀거야”
“정말?
“응”
샐쭉히 웃고는 그대로 학교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마냥귀여웠다. 달리기는 내가 한수위였기에 도경수를 따라잡기란 어려운일이 아니였다. 순식간에 따라잡은 도경수의 어깨에 팔을 턱하고올리고는 말했다. 어차피 같이 가는길인데 같이 좀 갑시다. 나의 말에 베시시웃는 도경수였다. 도경수의 웃음은 항상 기분을 좋게만들었다. 근 한달간 그러니까 도경수가 우리집에 온 이후로 도경수와 나의 관계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견고하게보였던 마음의 벽은 도경수로 인해 유리잔처럼 깨져버렸다.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였다. 그냥 친한친구사이 그래 그정도였다. 하지만 괜찮았다. 옆에서 쳐다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도경수는 멍하니 보는 내시선을 느꼈는지 피식피식 웃는 것이 느껴졌다. 경수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두근거렸다 친구 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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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왜?”
“오늘 김종대 무단결석해서 자리하나 비거든?”
“그래서?”
“밥 좀 같이 먹자고 새끼야”
김종인은 그렇게 나의 팔을 붙잡고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김종인은 웬일인지 줄의 끝에 섰다. 저 앞쪽에서 김종인을 부르는 친구들이 보였다. 김종인은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잠시만 비켜봐 그렇게 나와 김종인은 학주의 눈을 피해 아이들과 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렇게 줄의 맨앞까지 얼떨결에 왔다.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아이들은 김종인을 보더니 말했다.
“김종인 변백현 데려온다더니 진짜네?”
“와..변백현 내가 그렇게 얘기좀 하자고할때는 도경수랑 사라지더니”
아 도경수 도경수를 까먹었다. 그때 맨 앞에 있던 박찬열이 나에게 다가왔다. 도경수는 박찬열 특유의 저음은 나를 질책하듯 느껴졌다. 입가에는 서글서글한 웃음이 머물고있어 복화술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나는 계단위쪽을 올려다보았다. 홀로 줄의 끝에 서있는 도경수가 보였다. 언제 간것인지 조금전까지만 해도 내곁에 있던 박찬열이 도경수에게 말을 걸고있었다. 박찬열이 검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고있었다. 도경수를 박찬열의 손끝을 따라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리에서 빠져나오려하자 김종인의 손이 나의 팔을 붙잡았다. 그냥 여기있어. 학주한테 걸려 병신아. 나는 다시 계단위로 시선을 옮겼다 도경수의 큰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있었다. 이.리.와 도.경.수 도경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 김종인은 나에게 말했다. 니가 가서 끌고와도 절대 안올얘야 어쩔수없이 김종인과 밥을 먹었다. 뒤늦게 박찬열과 밥을 먹고있는 도경수가 보였다. 도경수가 자꾸 신경쓰였다.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몽땅 버리고말았다. 그리고 매점으로 향해였다. 내가 바나나우유를 집으려는 순간 누군가 먼저 집어들고있었다.
“도경수 가져다줄거냐”
“응"
박찬열의 미간이 한번더 찌뿌려졌다. 그리고는 바나나우유를 내려놓고는 유유히 매점 밖으로 향했다. 도경수에게 바나나우유를 가져다 주니 어린아이마냥 좋아하였다. 바나나우유에 노란색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네것은? 돈모잘라서 내가 그렇게 얘기하자 바나나우유를 나에게로 내밀었다. 아니 괜찮아 경수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무언가 할말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이였다.
“백현아..나는”
“어?”
“네가 새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얘들이 뒤에서 엄청 욕하는거 알잖아..너 욕먹는게 싫어서 그래”
“미안해”
물끄럼히 도경수를 보았다. 도경수의 시선은 바나나우유를 향해있었다. 이럴때 보면 참 어른같은데.. 도경수의 입가에 우유가 보였다. 닦아 주고싶었다.
경수야 응? 입에 우유묻었다 아 여기? 거기말고 여기? 거기도 말고
도경수의 손가락이 갈곳을 잃고 헤메였다. 손가락으로 경수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묻히고 먹어도 되니까 이러고 돌아다니지만 말자”
“넌 항상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 같아”
도경수의 어린아이 같은 투정이 귀여웠다. 도경수가 다시 바나나우유를 먹고있는동안 나는 손가락에 묻은 바나나우유를 살짝 햝았다. 달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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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붉게 익어가고있었다. 휴대폰이 지잉하고는 울렸다. 휴대폰 액정을 보니 도경수였다. 어디야?하고 와있었다 정문이라고 문자를 보낸후 얼마되지 않아서 저 멀리서 잠시후 쫑쫑거리며 정문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경수는 집을 향해 걷다 말고 나에게 말했다. 무서워 천천히 같이가 아직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5월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도경수의 하얀손이 나의 소매끝을 잡았다. 발걸음을 멈추고는 도경수 쪽으로 돌아보았다. 동그란 머리가 땅을 향해 떨궈져있었다.
“오늘..생일이였다며..”
“응. 오늘 생일이였네”
“왜 말안했어..”
“그냥”
도경수는 살며시 소매를 놓았다 꼬옥 붙잡고있었는지 소매끝에 손자욱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도경수는 저의 왼손목에서 갈색의 클래식한 시계를 빼서 건넸다.
선물이야. 쓰던거라 미안해 난 너가 생일인지도 몰랐어
시계를 받고는 바로 오른쪽손목에 대었다. 하얗고 빨간 흉터는 따듯한 금속에 가려졌다. 노을빛이 골목길안을 붉게 물들였다. 몽환적이였다. 왠지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않았다. 그냥 서로 멍하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도경수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붉은 노을이 도경수의 얼굴로 부서져 내리고있었다. 가만히 나를 올려다 보는 도경수의 머리에 살짝 손을 올리고는 살살쓸었다.
“경수야..”
“응..?”
“우리 사귈까”
“지금 사귀고 있잖아”
“친구 말고”
“어..?”
“좋아하는 것 같아”
경수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이 스며들었다. 경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입안 가득 무슨 말을 담고있는지 우물우물거렸다. 또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때 경수가 한걸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허리에 손을 두루고는 꼭 안았다. 아무말없이 그렇게 나는 가만히 도경수를 내려다 보았다. 경수는 나를 빤히 보더니 천천히 나의 얼굴과 가까이 하였다. 무언가 촉촉한 것이 입가에 붙었다 떨어졌다. 소설처럼 달콤한 맛은 나지않았다. 하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도경수는 나른한 목소리로 특유의 웃음을 머금고는 말했다.
나도 네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