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1)2주동안 해외여행 하기 W. 유 평일 아침인데도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학시즌이라 그런가. 무거운 짐가방을 더 굳게 잡았다. 캐리어가 큰 탓도 있었지만 걸을 때 마다 사람들에게 자꾸만 치였다. 처음에 치일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 점점 치일수록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치이면서 내게 눈총을 보내고 갔다.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무섭다. 손목에 찬 시계와 표, 사람들을 번갈아보며 발만 동동 굴렸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뚫고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하다 결국 티켓을 떨어뜨렸고, 티켓을 주우려 허리를 숙였는데 눈 앞에서 티켓이 휙 하고 사라졌다.
"여기요 티켓. 먼데 가시네요. 미국이라." 눈이 매섭게 생긴 남자였다. 나는 "아.. 하하.. 네..."라며 얼버무렸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쫄았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남자는 꽤 친절하게 캐리어는 저기에 내면 되요, 라며 설명을 해주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비교적 한산한 곳에 있던데에 캐리어를 맡기고 다시 시계를 보았다. "...아.. 저걸 어떻게 지나가..." 한숨부터 나온다. 비행기를 타러 가야겠긴 가야되겠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오히려 방금 전 보다 더 늘은 것 같다.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자 이제 이런 생각까지 다 든다. 아. 나는 죽기전에도 내가 하고싶은거 다 못하고 죽을 운명이구나. 갑자기 눈물이 나서 고개를 푹 숙였는데 누가 내 손목을 강하게 잡고 끌고갔다. 와 이게 뉴스에서만 듣던 공항납치인가 봐요. 이렇게 죽으면 보험금도 타고 좋겠네. 허탈한 생각으로 순순히 끌려갔다. 그 사람은 내 손목을 더 세게 잡으며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나는 그냥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이고, 하나 남은 손으로는 귀를 막고 끌려갔다. 사람들 땀냄새가 사라질쯤 참았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을 땐 어느새 비행기 앞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많이 아파요...? 미안해요. 그러게 왜 우물쭈물 서 있어요, 시간 다 되가는데. 손목 빨개진거봐..." 손목을 만지작만지작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드니 아까 그 남자였다. 남자는 내 손목을 만지작 거리며 어떻게할지 몰라했다. 죽기전에 이런 훈남도 보고. 나 착하게 살았나보다. 그냥 빨개졌을 뿐인 내 손목 가지고 허둥지둥 거리는 남자가 귀여워서 웃으며 괜찮다 하니, 진짜 괜찮아요? 하고 물어온다. "표 보여주시겠어요?" ...아. 승무원언니 넌씨눈. 정말 괜찮다고 그냥 빨개졌을 뿐으라고. 대답해주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불쑥 표를 보여달라고 했다. 뭔가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어짜피 죽을면 끝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승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남자가 "어.. 같이가요..!" 라고 말한것 같았지만 요새 내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감명깊게 봐서 그런가. 환청이 다 들린다며 헛웃음을 짓고 좌석에 앉았다. 장시간 비행을 어떻게 버티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내 옆에 왠 남자가 앉았다.
...미국인? 고향으로 돌아가는건가? 어색하고 좋겠네. 옆좌석 남자는 다리를 이리저리 불편하게 두고 있었다. 역시 서양인들을 길이가 남다르구나. 그래. 다리 짧은 내가 배려해야지. "저기요." "....?" "다리 불편하시면요. 제가 조금 비켜드릴테니까, 이쪽으로 다리 피실래요?" 혹시 외국인이라 한국말을 못 알아들을까봐. 삐질삐질 식은땀 흘리며 천천히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 배려가 무색하게 남자는 보란듯이 "아. 감사합니다." 라며 조금 어눌하지만 유창한 한국말을 보이며 다리를 편하게 두었다. .....왓더? 뭔가 억울한 맘에 남자의 발 끝만 째려보았다. 신발도 독특하신거 신으셨네. 어쩌겠니, 내가 먼저 말한건데. 한숨을 푹 쉬고, 결국 영화나 보기로 했다. 주머니에서 엉켜있는 이어폰을 꺼냈다. 뉴문. 트와일라잇 시리즈 두번째다. 이것만 해도 벌써 3번째 보는건데, 여주인공의 성격과 외모가 너무 좋아서 계속 보게된다. 자세를 편히 고쳐앉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국 20분을 못버티고 잠이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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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