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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원/박우진/라이관린] 소수망각 # Pr | 인스티즈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소수망각

나보코프

Pr.












괴로웠다. 너에게서 잊혀지는 게. 두려웠어. 네가 죽어가는 게.


"울지 마. 내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우리 그냥, 받아들이자."


마주 앉은 나의 손을 감싸 안으며 나를 달래는 너였다. 너의 손은 평소보다 더 찼고 더 거칠었으며, 나이 든 나무처럼 빳빳했다. 너의 힘없는 목소리며, 퀭 죽어있는 네 눈가에도 나는 쉴 새 없이 울음을 삼켜야만 했었어. 너는 그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두 눈꺼풀을 고요히 감았다 뜨는 게 최고의 선택인 양 하루에 열댓번은 그렇게 넘어가고는 했었지.


"나 잊어도 돼. 이기적이게 잊지 말아달라고 안 해."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하는 얘기야. 너는 너의 말이 비수처럼 들쑤셔 왔다는 걸 알고서 하는 이야기겠거니, 나는 너의 고요히 감겨지는 두 눈꺼풀처럼 고요히 울음을 토해내어야 돼. 두 눈이 일렁거려 너를 제대로도 볼 수가 없었다. 들썩이는 몸 때문에, 요란히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도저히 취할 수가 없었으니까.


"생각 많이 했어. 그래서 시간 갖도록 너한테 이렇게 얘기한 거야. 말없이 집 나간 거 미안해. 그건 용서해줘."


내가 필요했어, 그 시간이. 이젠 너는 내가 없는데, 나는 나조차도 없어지는 거니까. 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목울대가 울리기 시작했고, 나를 감싸던 두 손 중 하나가 제 눈 위에 살포시 펴 놓아지고는 또 고요히 두려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안쓰러웠다, 가지 말라고 떼써서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아서. 이런 내가 미울 정도로,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떤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사실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


"나 너무 무서워. 아직 우리는 어려. 우리 둘 뿐이었잖아. 너무 가혹해."


도망치듯 한국을 와서 겨우 숨 쉴 틈인 너를 만났는데. 너랑 있던 시간 빠짐없이 전부 다 행복했어서, 나는 한 번도 네가 없는 나를 꿔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나에겐 나조차도 남지 않게 되었어. 나, 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아이처럼 처음으로 내 앞에서 엉엉 울기 시작한 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엉엉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따금씩만 주륵 흐르는 눈물 몇 가닥을 제외하고는. 바들바들 떨며 우는 너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네게 위로 따위 되지 않을 테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아직 어리다. 겨우 스물하나, 우리가 만났던 건 열여덟. 나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었고, 너는 뭔가에 쫓겨 한국으로 무작정 와버린 열여덟의 아주 여린 소년이었다. 거짓말처럼 우린 다리 위 중간지점에서 만났고, 서로 거짓말처럼 죽음을 정해두었던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가 같다는걸 굳게 닫힌 입술로, 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눈 속의 구멍으로 확신해, 그날. 우리는 도망을 쳤다.


그런데 지금 너는, 내게서 도망을 친다고 내게 고하고 있다. 그게 어떠한 의미로든, 너의 의지가 아니든. 어찌 되었든. 나는 결국 속박한 혼자가 된다는 게 요점이자 현실이었다. 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질 않았어. 굳게 닫힌 입은 열릴 생각을 안 한다. 무슨 말을 해야 될까, 가지 말라고 너의 다리라도 붙잡고 울면 너의 나날이 조금이라도 연장이 될까.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예쁜 아기도 낳자고, 소소하게 결혼식도 올려서 신혼여행도 조촐히라도 가자고. 그랬는데."


이렇게 가버려서 미안해. 보고 싶을 거 같아. 너무 좋아해. 네가 나한테 처음으로 제대로 가르쳐줬던 단어였어. 유일하게 글로 쓸 수 있었던 단어였어. 좋아해, 좋아해 다혜(아)야. 사랑해, 난 이제 사라지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 나는 네가 첫사랑이었고 이렇게 사랑받아 본 적도 처음이었어. 이래도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계셨더라면 이런 느낌일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나 자꾸 눈을 감게 돼. 너에게서 말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그때처럼,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혼자로 만들어서 미안해.


눈 위에 올려두었던 커다란 손을 치우자, 눈 주위가 자욱이 붉은 두 눈이 나를 맞이했다. 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나의 두 손을 꼭 쥐며.


"어떤 모습으로든 널 만나러 다시 올게.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어디로 떠나면 안 돼."


몸도, 절대로. 함부로 해선 안 돼. 부탁할게. 좋아해.
기다려줘, 다혜(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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