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카페에서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박지훈은 내가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언제 어디서 박우진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더운 날씨에도 내 옆에 꼭 붙어서 걸었다. 그런 박지훈의 언급에도 여태까지 나는 박우진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만, 박지훈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생각해 먼저 말을 꺼낼 때 까지 기다렸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나를 이렇게 과잉보호하는 것이 충분히 나의 화를 돋게했다. 더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별로 내 입에 담고 싶지 않은데. "
" 나 괜찮아, 내가 궁금해서 그래. "
박지훈. 이라고 내가 먼저 불렀을 때, 그 어느때보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그게 또 그렇게 귀여워서 피식 웃을뻔 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꽤나 진지한 이야기라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하는데, 박지훈은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눈치를 챈 것인지 내가 말하지 못하게 계속 말을 돌렸다. 이미 음료를 시키고 반이나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딸기 파르페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정훈이는 언제 데리러 갈거냐고 묻지않나─당연히 언제나 그랬듯 강의가 다 끝나고 같이 갔는데 말이다─ 말을 돌리려고 하는게 눈치가 없는 나도 알 수 있었다. 계속 이렇게 휘둘려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박지훈의 말을 끊고, 박우진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분명 나에 관한 얘기라서 박지훈이 나를 이렇게 보호하는 것일테니 나는 괜찮으니까 말해주라고 했다. 박지훈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인상을 펴고서 입을 열었다.
" 그새ㄲ, 아, 박우진이 고등학생때 너한테 잘해줬던거 기억나지? "
" 기억나지. "
" 그거 다 나한테 열등감 있어서 너한테 잘해준거야. "
" …어? "
" 나한테 열등감 있어서 나 떠보려고 너한테 잘해주고 내 반응 본거고, 너랑 한 번 놀아볼까 이 말도 나한테 했었고. "
박지훈이 꺼낸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고등학생때 박우진은 나에게 단지 짝사랑하고 착했던 남자애였는데 그게 온통 가식이었다니. 아니, 가식도 아니었다. 그냥 본성부터가 그랬던 것이다. 박지훈이 내게 박우진은 쓰레기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박지훈은 아직도 박우진이 처음부터 왜 자기를 싫어했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단지 열등감때문이었던 건지. 아, 열등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싫어지게 되지.
" 너가 박우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 얼마나 미칠 것 같았는지 이제 알겠지? "
" …어. "
" 내가 왜 불안한지도 잘 알거같고. "
" 응. "
" 이제 알았으면 남편한테 잘해주세요. "
박지훈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고등학생때, 박지훈과 같이 술을 마셨던 날, 내가 박지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다 기억이 나는데 그 말이 박지훈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가시가 됐는지 생각하니까 박지훈에게 미안해졌다. 그러니까 이제 자기한테 잘 해주라고 하는데 그 눈빛이 얼마나 청초한데다가 아직도 약간의 불안은 남아있는 것 같아서 마음 깊이 새겼다. 더이상 박지훈을 불안하게 하지는 말자.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박지훈에게 좀 더 잘해주리라 다짐했다.
──
" 너네 지금 무슨 말이 나돌고 있는 줄이나 알아? "
" 왜. 무슨 일인데. "
" 미쳤냐고 진짜. "
" 그니까 무슨 말이 나돌고 있냐고. "
박지훈과 박우진에 대한 얘기는 끝나고 하하호호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음료를 마시며 평소하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만치서 카페로 들어오는 수정이가 보였다.─그 옆에는 남자가 보였다 참고로 수정이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강인 학생들이 이 카페로 많이 오다보니 남은 자리는 많이 없었고, 그런 수정이는 주위를 빙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수정이의 눈이 커지더니 자신과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를 거의 끌다시피하고 나와 박지훈 앞으로 왔다. 남자에게는 미안하다며 잠시만 저기 자리에 앉아있어달라고 말을 했고, 수정이는 내 등짝을 때렸다. 그러더니, 박지훈이 눈이 커지고 수정이를 째려봤다. 수정이는 그런 박지훈의 시선을 무시하고 우리 쪽으로 몸을 숙여 조용히 말했다. 왜 너네만 이렇게 평화로워? 평화롭다니. 그럼 나랑 박지훈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어야 된다는 말인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서 눈만 꿈뻑거리며 수정이를 쳐다봤더니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네 지금 무슨 말이 나돌고 있는 줄이나 알아? 그 물음에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수정이는 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미쳤냐고 진짜. 라는 말을 반복했다. 보다 못한 박지훈이 표정을 굳히고 그니까 무슨 말이 나돌고 있냐고. 라고 물었다.
그 눈빛과 말에 수정이는 잠시 쫄은 것인지 깨갱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내 다시 몸을 숙이고 말을 이었다. 너네 지금 고딩때 원나잇으로 만나서 애 만들었다고 소문 돌고 있어. 수정이의 말에 뒤통수를 한 방 크게 맞은 것 같았다. 아니, 왜 소문이 거기까지 가? 물론 박지훈이 저번에 정훈이를 학교에 데리고 왔을 때, 다른 사람들의 눈빛과 반응들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데 뭐? 원나잇? 이건 좀 아니지않나. 박지훈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인지 수정이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지훈은 벙찐 표정을 짓고 이내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듯 뒷 목을 잡고 두 눈을 감았다.
"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
" 어디서 들었긴. 그냥 학교에서 지나가다보면 다 그 얘기야. 나는 너네가 무슨 연예인인줄. "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박지훈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듯 했다. 이 말을 듣고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박지훈과 내가 답답하다는듯 수정이는 제 가슴을 막 치고서 아까 혼자 보낸 남자한테 가봐야된다면서 그 쪽 자리로 갔다. 수정이가 가고 난 후, 약 1분 동안 박지훈과 나는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에게 해가 되는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박지훈은 그때 내가 정훈이를 학교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해도 데리고 온 것에 대해 미안한 것 같았고, 나는 … 그냥 미안했다. 박지훈은 항상 날 위해서 노력하는게 보이는데 나는 아니니까. 항상 박지훈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에 미안해서 말을 꺼내지 못한게 아닌가 싶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
" … "
" 그냥 당당하게 다니자. "
" 어? "
" 좋네. 이제 너한테 관심 갖을 사람도 없고. "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박지훈에 차마 건들지 못했는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얘기하는 박지훈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당당하게 다니자는 박지훈의 말에 쟤가 지금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그 다음으로는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학교에서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아니라고 부인을 하자고 했겠지.─물론 지금까지 박지훈이 내게 학교에서 한 행동을 보면 부인을 해도 믿을 거 같지는 않지만─ 자기는 이제 나한테 관심을 갖을 사람이 없어졌다며 오히려 좋아했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했다. 박지훈이 워낙 잘생겼어야 말이지.
──
강의 시간이 다 돼서 카페에서 나와 박지훈과 같이 강의를 들으러 갔다. 원래 내 강의인데 박지훈은 절대 나를 혼자 보낼 수 없다며 몇 주 전부터 강의를 몰래 몰래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 일이 났다. 평소에는 한두 명씩 빠졌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자리가 다 꽉 찼다. 그래서, 박지훈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 박우진은 그런 우리를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는게 내 눈에 보였다. 다행히 나와 박우진이 눈이 마주친 것을 박지훈은 보지 못했는지 정색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강의가 시작하려고 하자 박지훈은 나보다 더 안절부절 못하더니 오늘은 어쩔 수 없다며 정훈이를 데리고 오겠다고 울상을 지으며 나갔다. 나는 그런 박지훈이 불안해하지않게─혹시라도 운전을 하고 가다가 딴 생각해서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박지훈이 나가고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아, 박지훈의 그 울상이 그득한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귀여워서.
오늘따라 왜이리 졸린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내 팔을 꼬집어봐도 잠이 깨지 않아 꾸벅꾸벅 졸았다. 교수님이 큰소리를 내지도 않으셨는데, 내가 혼자 헤드뱅잉을 하다가 깨기도 하고, 옆에 있던 사람이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깨워주기도 했지만, 이내 그 옆사람도 지쳤는지 초반에는 잘 깨워주더니 후반에는 깨워주지도 않았다. 항상 왜 교수님이 강의를 끝내려고 하실 때 잠이 깨는 건지 언제 졸았냐는 사람처럼 말똥말똥 수업을 끝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나는 것을 보고, 박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 너 마음 속. "
" 내 마음 속에는 당연히 있지. 나 강의 끝났는데 어디냐구. "
" 헐. 뭐라고? 너 마음 속에는 당연히 내가 있다고? "
어디냐고 물었더니 내 마음 속이란다. 뭔가 나도 표현을 해주고자 내 마음 속에는 당연히 있지. 라고 말했는데 박지훈은 그 말에 또 감동을 받은 것인지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통화를 하면서 나도 가방을 챙겨 나오는데 박우진이 뒤에서 나를 불렀다. 못 들은 척 하려고 박지훈에게 빨리 어디있는지 말하라고 하니까 박지훈도 눈치를 챈 것인지 건물 바로 앞에 정훈이와 있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강의실 계단을 내려와 문을 여려고 하는데, 박우진이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너무 급하게 잡힌 손목에 놀랬는지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박우진은 그런 내 눈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나를 벽 쪽으로 밀어 세웠다.
" 왜 이래. "
" 너 그렇게 노는 애였어? "
" 뭐? "
" 그때 본 애가 진짜 니 애 였구나. "
아무래도 박우진도 나와 박지훈의 이상한 소문을 들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모르는 척 해보려고 했는데, 박우진의 말투를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한 손은 가방을 들고 있고, 한 손은 박우진에게 잡혀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아, 내가 금방 안 내려가면 박지훈이 올라올텐데. 박지훈이 이 상황을 볼까봐 그게 너무 걱정됐다. 아까 박지훈을 더이상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잡힌 내 손을 빼내려고 손목에 힘을 주었는데, 내 손목을 더 꽉쥘 뿐, 풀리지 않았다.
" 나한테 왜이래. 나 지금 가봐야돼. "
" 박지훈한테 갈 거 뻔히 아는데 내가 널 왜 놔줘. "
" 진짜 왜 그래? "
" 우는 것도 예뻐보이면 어떡하냐. "
느끼지는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고여있던 눈물이 툭 떨어졌나보다. 박우진은 소름돋게도 떨어져 내 볼을 타고 흐르고 있던 눈물을 제 손으로 훔쳐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너무 소름이 돋고 이 상황이 무서워서 차라리 박지훈이 빨리 와주기를 바랐다. 바라고 또 바라는데 평소에는 빨리만 오던 박지훈의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박우진은 나를 보고 한 번 더 웃더니 이내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더 피하고 싶었지만, 벽이라서 그러지도 못했다. 계속 다가오는 박우진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더니 나를 잡고 있지 않은 한 손으로 내 턱을 돌렸다. 나는 너무 무서워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강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쪽을 쳐다보고 싶었지만, 박우진에 잡혀있는 턱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헉헉대는 숨소리를 이어 박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 떼, 씨발.
" 싫다면? "
" 다시는 못 잡도록 분질러줘야지, 새끼야. "
" 오, 이름이 앞에서 말이 너무 험한거 아니야? "
" 너 같으면 말이 험하게 안 나오게 생겼냐, 개같은 새끼. "
박지훈은 정훈이를 어디에 뒀는지 혼자 강의실 계단을 내려오며 박우진에게 무차별적인 욕을 했다. 항상 그랬듯, 박우진은 여유로운 반면에 박지훈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마도 박우진이 이런 박지훈의 태도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약간, 나는 너의 약점을 아니까 너는 내 발 밑에 있다. 이런 느낌이었다. 박지훈이 박우진의 눈 앞에 왔는데도, 도대체 어떤 배짱으로 박우진은 내 턱을 놓지 않았다. 박지훈은 화가 많이 난 것인지 씩씩대며 박우진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저런 새끼랑은 상종을 하면 안 돼. 박지훈은 내 손을 꼭 잡고 강의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건물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박지훈은 내 손만 꼭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또 자기를 불안하게 만드는 거냐고 물어볼 법도 한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게 더 무서웠다. 1층으로 내려가자, 쭈구려 앉아서 정훈이의 손을 잡고 있는 수정이가 보였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박지훈은 이렇게 늦게 올라온 것이며, 수정이가 정훈이를 데리고 있는지. 박지훈은 수정이에게 짧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정훈이를 한 손으로 안고 계속 걸었다.
차가 주차 돼 있는 곳 까지 그래도 3분 정도의 거리가 있는데, 그곳까지 갈 때도 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하는데 상황 자체가 약간 차갑다보니까 그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뒷 문을 열어주며 밝게 웃으며 타라고 말해줬을텐데, 박지훈은 정훈이를 내려주고 먼저 앞 문을 열어 그대로 탔다. 나도 뒷 문을 열어 정훈이를 먼저 앉히고, 그 다음으로 내가 탔다.
" 정훈이. 수정이 이모한테 가 있을래? "
" 어? 좋아! "
" 아빠 엄마랑 할 얘기 있어서 정훈이 빨리 데리러 갈게. "
박지훈은 한숨을 쉬더니 시동을 걸지 않고, 뒤를 돌아 정훈이를 쳐다보고 수정이한테 가 있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이미 이 상황을 눈치를 다 챈 정훈이라 금세 좋다고 말하자, 박지훈은 전화를 걸더니 이내 몇 분 되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고 오는 수정이가 보였다. 수정이는 정훈이를 받고는 박지훈에게 일당은 주는 거지? 라고 물었다. 그 말에 정색한 박지훈이 백미러로 보였다.
수정이가 정훈이를 데리고 가고, 내게 앞좌석으로 오라고 말을 건네는 박지훈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충분히 예상이 가서 더 무서웠던 거 같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었던건데. 난 박지훈한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도대체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 나 무서워. "
" … … "
" 그냥, 진짜, 막, 불안해. "
" … … "
" 너가 안 그럴 걸 충분히 아는데. 아는데, 무서워. "
박지훈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눈에 고여있는 눈물도 아닌, 뺨을 타고 흐르는 누가 봐도 서러운 눈물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박지훈에 당황해 어떤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울면서 무섭고, 불안하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되게 애처로워 보였다. 몇 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더욱 미안했다. 박지훈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한숨을 크게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 오늘도 늦게 나오길래 불안해서 정훈이 데리고 엘리베이터 타려고 봤는데, 점검중이었어. 정훈이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갈 수는 없으니까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정수정이 지나가더라고. 그래서 맡기고 뛰어서 올라갔지. "
" … … "
" 올라가면서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생각했는데, 보이는건 네 턱을 잡고 있는 박우진이더라. 그것도 위험하게. "
" … … "
" 근데 더 충격적이었던건, "
" … … "
" 너가 눈을 감고 있었어. "
박지훈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충분히 이해를 했다. 어느 누가봐도 이상한 상황이었고, 어느 누가봐도 이상한 자세였으니까. 게다가 내가 무섭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 있었으니 그게 박지훈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왜 그랬던거야? 박지훈이 물었다. 나는 뻔한 대답이지만 뭐라도 말 해야 될 것 같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박우진이 이상한 말은 안 했어? 라고 물었다. 내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딱히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아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라고 말하는 박지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러자, 멈춘지 알았던 박지훈의 눈물도 한 두 방울 씩 다시 떨어졌다.
박지훈은 내게로 가까이 와 두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박지훈이 닦아주면 이렇게 좋은데, 박우진이 그런 행동을 보였을 때는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나도 박지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등도 토닥여주었다. 그런 박지훈이 내 눈물을 닦아주다말고 내 양 볼을 잡고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아직 다 닦이지 못한 눈물이 서로의 입으로 들어왔다. 박지훈 자체가 달달해서 그런가, 원래 짜던 눈물도 달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몇 초 있었을까, 박지훈은 내게서 몸을 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걱정이다. "
" … … "
" 나한테만 예뻐야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너무 예뻐서. "
+ 와 여러분 드디어 왔어요 시험은 망했지만 글은 들고왔습니다
독자님들 다 떠나신건 아니겠쥬..? 약속대로 시험 끝나는 날 바로 왔어요 너무 죄송해서ㅠㅅㅠ!!
(p.s. 저 대학 갈 수 있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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