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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28
'후회해요?'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나를 버리고 도망가셨다. 나는 그렇게 한 가정이 입양되어졌다. 그분들은 나를 사랑해 주셨지만, 내겐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한시도 그분들과 떨어지길 싫어했고, 아마 그런 내가 귀찮았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또 다시 버려졌고,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선배는 제가 왜 좋은 거예요?" 

"너니까." 

"거짓말." 

 

그런 나에게도 봄이라는 계절이 찾아온 것 같았다. 무섭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때 그 상황만큼이나 초콜릿 같던 기억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초콜릿처럼 처음에는 달달하지만 많이 먹으면 씁쓸한, 그런 기억. 

 

"내가 너를 왜 좋아해, 미치지 않고서야." 

"선배?" 

"재미도 없고." 

 

17살 겨울, 나는 그렇게 세 번째 혼자가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지독하게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 건.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고, 모두가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았다. 평생 입을 것만 같았던 교복도, 그렇게 벗게 되었다.  

 

 

 

 

 

 

돈이 급했다. 당장 내 주머니에 있는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이 전부였고, 집은 어렵게 구한 작은 단칸방이었다. 밥은 항상 오백 원짜리 작은 컵라면 하나로 채웠고, 그조차 거르기 일쑤였다. 이렇게 살다간 딱 죽을 것 같았다. 

 

"나랑 뭐 하자는 거야, 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에휴,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를 하나씩 다시 줍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 처량한 신세가, 이 한심한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모습이 잘 어울리기도 했다.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내 전단지들을 주워 주었다. 그 전단지를 받자마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그저 누구에게나 베푸는 친절일 뿐일 텐데, 이 한심한 것은 그 친절에 따뜻함을 느껴 버렸다. 그냥 그 자리에서 얼굴을 묻고 펑펑 울어 버렸다. 

 

"어, 울어요? 안 되는데.... 울지 마요, 네?" 

 

서툴게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달래는 그의 손길에 눈물이 계속 흘렀다. 욕심을 내고 싶었다. 물론 내일이 되면 다신 만나지 않을 사람이지만, 그냥 지금이라도 이 손길을 받고 싶었다. 항상 이런 느낌에 상처만 받았으면서, 또 이런 느낌을 원하고 있었다. 나에게 건네는 손길이 거짓이든 뭐든, 그냥 사람의 손길을 받는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그동안 계속 부러워하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무서워졌다. 내가 이 낯선 남자에게 마음을 줘도 되는 걸까? 이러다가 또 버려지면 어떡하지? 이 사람도 그냥 날 동정하는 게 아닐까? 잡생각들이 솜사탕처럼 불어났다. 그에 따라 얼굴도 보지 못한 이 남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나를 비웃고 있을 거야. 내가 한심해서, 내 모습이 웃겨서. 

 

"다 울었어요?" 

"왜... 그쪽은 안 웃어요?" 

"네?" 

 

저 한심하잖아요. 내 말에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아니, 심각해진 게 아니라 표정이 굳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려나. 그의 눈을 바라보자 뭔가에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그의 눈을 피했다. 굉장히 순둥한 얼굴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나만큼은 아닐지라도 굉장히 깊은 슬픔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왜 자신을 낮춰요." 

"사실이잖아요." 

"그런 거 싫어요, 전." 

 

그쪽이 싫어하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하마터면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았다. 말씨름을 할 시간에 전단지 한 장이라도 돌리는 게 내게는 더 이득이니까. 그리고 그냥, 저 사람에게는 말을 막 내뱉지 못했다. 글쎄,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마요, 약속." 

"제가 앞으로 안 그런다고 해도 그쪽은 어차피 저 못 보잖아요." 

"운명이면 만나게 되겠죠." 

 

운명, 그런 걸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구나. 내게 말을 건넨 것부터가 신기했지만 새삼 다시 신기한 사람임을 느꼈다. 신기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내가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하고 눈도 마주치고 있으니 말이다. 단 한 번도 말을 나눠 본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와 대화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너무 꽉 누르면 안 좋아요." 

"무슨 말이에요?" 

"감정이요, 감정. 울고 싶을 땐 확 우는 게 좋아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가 없잖아요, 이 거지 같은 세상은. 나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시간을 너무 많이 버렸다. 이정도 시간이면 전단지 반 세트는 다 돌렸을 텐데... 후회가 밀물처럼 쏟아졌다. 나를 위한 잠시동안의 힐링 타임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잠깐의 환상이었다고. 

 

"다음에 보면 이름으로 불러 줘요." 

"네?" 

"임영민! 꼭 기억해 줘요, 내 이름!" 

 

임영민, 임영민, 임영민. 별것도 아닌데 나는 말버릇처럼 계속 외우고 다녔다. 좁은 단칸방에 몸을 굽혀 누웠을 때도 그의 인상과 이름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그래도 이번에는 예감이 좋았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깜깜한 단칸방에도 서서히 봄날이 찾아오길 기대해도 되는 걸까.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본인과 잘 어울리는 단정한 글씨체의 쪽지가 대답해 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 너에게도 봄날이 올 때가 되었다고, 굳게 닫힌 문을 다시 열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발 이 기분 좋은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루 정도는 웃게 해 주세요. 그동안 많이 울었으니까, 나." 

 

기적이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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