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뭐라고 표현할까. 그건 마치 숭고하고 거룩한 사명을 띄고 지상에 내려온 성녀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개들 한 가운데에 선 작고 하얀 남자가.
이곳의 모든 동물들이 그를 향해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그는 자그맣고 통통한 손으로 동물들을 어루만졌다. 마치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는 천사처럼.
내 품에 안긴 작은 강아지가 크게 짖었다. 남자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내가 있는 쪽을 봤다.
그의 시선이 내 발끝에서부터 종아리를 타고 가슴께를 지나 내 눈동자에 닿았다.
나는 그 묽게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쌍커풀이 진한 눈이 아득하게 나를 바라봤다.
남자는 나를 향해 웃었다.
나는 멍청하게 선 채 하하, 힘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왈!
내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가 힘차게 뛰어내려 그를 향해 달려갔다.
텅 빈 품이 허전해서 내 두 팔을 꽉 끌어당겨 안았다. 남자는 무릎을 툭툭 털고 허리를 펴 일어섰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심장 박동을 턱 끝에서도 느낄 수 있을만큼 떨렸다. 이유도 없이.
"봉사 오셨어요?"
그의 소년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네? 네." 하며 말도 더듬었다.
그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언뜻 스무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생김새였다.
"오늘 같이 일하게 됐네요."
"아, 네. 반가워요."
남자는 자신을 이태일이라고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이유도 없이 같이 웃었다. 실실 웃음이 났다.
ㅡ그리고 그게 지금 내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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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터는 태일이랑 사귀고 난 다음의 꿀벌시점
둘은 유기견센터에 봉사갔다가 만남
굴곡없이 원만한 로맨스 썰을 계획하고 잇슴
1부터는 말투도 편하게 바뀔듯 ~했음 하는 식으로 꿀벌이 썰푸는것처럼
0편처럼 진지한 말투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