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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 인스티즈 

 

 

 

 

W.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새로운 전담의사인," 

 

"..." 

 

"김종현이라고 합니다." 

 

 

 

 

 

 

 

 

 

꽤 충격이었다. 그와 새로운 관계로 이어졌다는게. 그 말은 즉슨 나와 민현이의 관계가 깨져버린다는 뜻이었다. 나는 민현이와 황원장님 집안에서 매우 특별하고도 위태로운 존재였다. 딱 봐도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사이는 아니니까. 우리의 관계는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한부와 같았다. 내가 죽는 순간 끝이날수도 있었고 원장님의 눈 밖에 나는 순간 끝이날수도 있었다. 

 

 

민현이가 지금처럼 날 챙겨주는것도 그랬다. 그건 우리가 보통 친구라서가 아니다. 그의 아버지가 날 보호해주시니까. 그래서 민현이도 나의 전담 의사가되어 날 케어해준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관심이라도 좋았다. 기한이 정해진 사이라도 좋았다. 

 

 

 

의사와 환자 사이라도 매일 볼 수 있으니까. 내가 민현이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죄책감 없이 그를 볼 수 있어서. 그게 내 진심이었다. 

 

 

하지만 지금 황원장님께선 그런 우리의 관계조차 깨버리려고 하셨다. 대체 왜일까? 내가 방해된다고 느꼈나? 다시는 민현이를 못 보는걸까, 나는...나는..., 

 

 

 

 

 

"...안돼요.." 

 

"..." 

 

"싫어요. 제 전담 의사는 민현이에요."  

 

 

 

 

 

 

 

다른 누구도 될 수 없으니까. 그게 내 답이었다. 나는 민현이를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 내 심장을 맡길 수 없었다. 당장에 민현이가 나를 거부하는게 아니라면 용납할 수 없었다. 민현이도 그럴것이다. 지금 그는 이 일을 알고 있을까? 언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됐을까. 대체..언제부터.  

 

 

 

 

 

"저 갈래요." 

 

"..잠시만요!...." 

 

"원장님하고 얘기좀 해야겠어요. 저 갈래요." 

 

 

 

 

 

 

지금 상황파악이 안된다구요. 나는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요새 자주 움직인탓에 몸이 허해져서 머리가 어질거렸다. 기세 좋게 발을 내딛었지만 다시 침대로 추락했다. 김종현, 그는 내게 진정하라는 듯 내 어깨를 잡았다. 

 

 

 

 

 

 

 

"진정해요. 지금 움직이면 안돼요." 

 

"저 여기 가둬 놓으려는거 아니죠? 네? 금방 나가는거 맞죠?" 

 

"가두는거 아니에요. 걱정 마요. 며칠 있다가는거에요. 황민현씨,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여주씨. 좀만 참아요. 그는 오로지 나를 안심시키는데 전념했다. 나는 그의 침착함에 전염당했고 금세 심장은 제 박자로 뛰었다. 그는 내 어깨를 감았던 손을 풀고 내 안색을 확인했다. 나는 지나치게 불안해한것을 깨달았다. 

 

 

 

 

 

 

 

"제가 제대로 된 설명을 못 해줬어요. 미안해요." 

 

"....." 

 

"저는 그냥 여주씨 도와주려는 사람이에요. 다른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알다시피 원장님이 시키셨다는게 전부에요." 

 

"....." 

 

"그리고 여주씨 굉장히 힘들어보여요. 지금은 일단 누워있는게 좋겠어요. 환자복은..." 

 

 

 

 

 

 

 

꼭 입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그는 직원을 향해 말했다. 그가 수습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를 침대에 눕히더니 그는 깊은 숨과 함께 입꼬리를 올렸다. 못 말리겠다는듯이. 나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이의 손길에 조금 머쓱해졌다. 낯선 사람이었다. 내겐 평생 황민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불을 내 코끝까지 끌어올리자 그는 다시 허, 하는 특유의 웃음을 흘렸고 한 걸음 물러섰다. 나 당신 안 해칩니다. 그렇게 말하듯이.  

 

그러더니 의사 가운 안에서 익숙한 모양의 막대사탕 하나를 꺼냈다.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 인스티즈 

 

"츄파츕스. 아시죠?" 

 

"..네?" 

 

"사과의 뜻이에요. 갑자기 놀라게 한거, 그리고 저번에 너무 재수없게 말했던거." 

 

"저번..이요?" 

 

 

 

 

 

설마 엘리베이터에서? 이사람도 날 기억하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의 손 안에 든 막대사탕을 받았다. 그는 다시금 웃었다. 

 

 

 

 

"제가 그 때 많이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래서 말이 거칠게 나갔나봐요." 

 

"...." 

 

"그리고 저 원래 환자한테는 친절하거든요. 설마 그게 여주씨일줄은 몰랐어요." 

 

 

 

 

 

 

예전부터 원장님이 후원하는 사람의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 실제로 보니까 역시 신기하네요.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덧붙였다.  

 

김종현의 말대로 첫인상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었고 나는 경계를 약간이나마 풀 수 있었다. 그는 내게 한가지를 더 말했다. 

 

 

 

"아, 참. 황민현씨는 저하고도 아는 사이에요." 

 

"정말요?" 

 

"네. 같이 수술도 몇번 했거든요. 저도 요 밑에서 일하는 평범한 의사에요." 

 

 

 

 

 

당분간은 여주씨를 더 자주 보겠지만요. 그는 그렇게 싱긋 웃었다. 

 

 

 

 

 

******** 

 

 

 

 

 

 

 

 

 

민현은 아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술이라도 들어갈때면 정신을 빼놓은 듯 한번씩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차라리 쉬는게 낫겠다며 민현을 휴게실에 두고 대타를 뛰었다. 물이라도 마시려던 찰나 냉장고에 있는 토마토 주스를 보고 다시 그녀의 생각이 났다.  

 

 

그녀가 겨우 한 번 들고있었던 그의 의사 가운에서도 익숙한 그녀의 향기가 났다. 좀처럼 머리에서 여주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민현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주는 휴대폰도 없기 때문에 연락도 되질 않았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가버릴 수가 있는건지, 요새 그녀를 힘들게 한 기억 밖에 나지 않는데. 저를 챙겨주느냐고 잠도 편하게 들지 못한 여주를 생각하면 그는 미안함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설상가상으로 어제는 여주가 죽고싶다고 하는 이상한 꿈을 꿨었다. 

 

 

 

 

 

 

"..황민현?" 

 

 

 

 

 

문을 박차고 나왔을땐 앞에 종현이 있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민현의 머리를 지배했지만 병원에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건 종현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털어놓는것도 말이 안되는 짓이었다. 여주의 존재는 함부로 말할 만한것이 못됐다. 그 때 거짓말처럼 종현이 먼저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여주씨 때문에 그래?" 

 

"뭐?" 

 

"여주씨 걱정돼서 그러냐고." 

 

 

 

 

 

 

 

민현은 망치로 머리를 친듯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걔를 어떻게 알지? 다짜고짜 종현의 옷깃을 잡고 달려들자 종현은 민현의 손을 꽉 잡고 그를 떼어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나서야 종현은 말을 이었다. 

 

 

 

 

 

 

 

"이렇게 달려들면 일만 더 심각해져." 

 

".....무슨 소리야 그게." 

 

"여주씨 지금 내가 맡게됐어. 며칠 간 검사할게 있어서." 

 

"검사? 그걸 왜 네가 해." 

 

 

 

 

 

 

 

여주 맡은 사람은 나야. 민현은 당장 종현의 입을 한 대 칠것처럼 눈에 살기가 돋았다. 종현은 그녀와 민현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어쩜 이렇게 상극일수가 있을까, 답지않게 성급한 민현에게 종현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너희는 아직 만날 수 없다. 그것만 말하기엔 민현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게 뻔해서.  

 

한참을 뜸을 들이던 종현은 끝내 사실의 일부분을 말했다. 

 

 

 

 

 

 

 

 

"여주씨가 지금 상태가 좀 안좋은가봐. 그런데 집에 두면 혹시라도 자유롭게 밖에 다니는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원장님이 지시하셨어. 며칠간 보호관찰하면서 검사하라고." 

 

"그게 다야? 어차피 아버지께서도 내가 잘 관찰하고 있다는건 알고계실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이유가 뭐야?" 

 

"그런 자세한것까진 나도 잘 모르지. 나도 너와 황원장님의 사이를 알게된지 얼마 안됐어. 여주씨랑 네 사이도."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해서 좋을거 없잖아, 이런 얘기. 종현은 작게 속삭였다. 민현은 이를 악 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게 답답했다. 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항상 이렇게 은밀하게 진행되는지. 그녀를 그렇게까지 과잉보호하시는 이유까지도, 그가 침범할 영역은 아니었다.  

 

혹시나 그와 여주의 사이가 이유인가? 순간 스쳐간 민현의 생각은 이상한 확신을 주었다. 그가 그녀와 있으면 의사 생활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붙어있지 못하게 하려는건가.  

 

금방이라도 여주가 있는 병실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민현은 그렇게 했을 때의 후한이 두려웠다. 종현도 아마 알려주지 못할것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명령했겠지. 종현이 언제부터 아버지의 부하 노릇을 하게 된건지도 의문이었다. 

 

 

민현은 이제 손 쓸 노릇이 없었다. 종현은 별 수 없다는 듯 민현의 어깨를 두들겼다. 

 

 

 

 

 

 

"나도 자세한건 모르지만, 별 일 없을거야. 진짜 며칠이라고 했으니까. 그동안만 참아." 

 

"....." 

 

"그래도 내가 당분간 여주씨 전담의사가 되니까, 그건 이해해줘. 내가 잘 보살필게." 

 

 

 

 

 

 

민현은 이제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었다. 여태껏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의 보살핌은 받지 않았던 여주가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지도 궁금했다. 민현은 의사가운의 끝부분이 다 구겨지도록 힘을 주어 잡았다.  

 

다시 그녀와 재회하는 날부터는 피가 싫다는 어리광도 부리지 않고 그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께서도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으실것이다. 종현은 다시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민현을 응시했다. 

 

 

 

 

"그보다 냉장고안에 토마토주스 누구껀지는 몰라도," 

 

"...." 

 

"내가 토마토는 보기만해도 진절머리가 나서 말이야. 빨리 누가 먹어버리든가 했음 좋겠는데." 

 

 

 

 

 

누가 놔둔건지 그 빨간색이...참, 괴로워 죽겠어. 나 토마토 싫어하거든. 종현은 표정으로 토마토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했다. 민현은 순간 여주 생각이 나서 그를 붙잡았다. 

 

 

 

 

"그거 네가 갖고가." 

 

"..뭐? 장난해?" 

 

"네가 갖고가서 여주한테 좀 전해줘. 내가 부탁할게." 

 

"여주씨한테?" 

 

"...그런 이유가 있어. 그러니까 부탁 좀 할게." 

 

 

 

 

 

 

종현은 퍽 싫은 티를 내며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토마토를 보기싫은건지 종현은 굳은 표정으로 휴게실 안에 들어갔다. 민현은 복도에 그대로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거기..아무도 안 계세요...?" 

 

"...." 

 

"아무도...없어요?" 

 

 

 

 

 

 

 

 

나는 텅 빈 병실 안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사실 이렇게 불렀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나는 살금살금 병실 안을 배회하다가 이내 문을 살짝 여는 패기까지 보였다.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나는 병실 밖에 나가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탈출에 대한 기대감에 심장이 쿵쿵 뛰던 그 순간, 밖에서 의사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 

 

 

 

 

잠시 숨을 참고 긴장했지만 그들의 대화소리는 금방 잠들었다. 나는 이제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것을 확인한 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오른쪽에는 내가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직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서 의자에 앉아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김종현씨도 이 자리에 없고 다른 직원도 자고 있는 지금. 지금이 아니라면 이곳을 나갈 수 없을것이다. 나의 목표는 어차피 대단한것이 아니었다. 그저 민현이를 한 번 보고 오는것. 나는 집까지 가봤자 다시 잡힐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처지를 알았다. 

 

민현이에게 내 상황이라도 전하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내가 괜찮다고 했을 때 혹시라도 네가 서운해한다면 사실 괜찮지 않다고 해주려고. 그래서였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원이 깨기전에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정말 괜찮겠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이 곳, 황원장님의 구역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병원. 나는 민현이를 찾고자 무작정 커다란 병원으로 나섰다. 

 

 

 

 

 

 

 

***** 

 

 

 

 

 

 

 

 

 

 

 

 

나는 쫓기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병원의 복도로 들어섰다. 대충 병원의 구조는 드라마나 영화로 몇 번 접했던 나지만 실제로 놓였을 땐 미로와 다름이 없었다. 이 곳은 여러모로 분주해보였다.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우왕좌왕하며 스텝이 꼬이자 판단력이 서질 않았다. 대체 민현이는 어딨을까. 나는 일단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여기...어디 안내도가 있을텐데..." 

 

 

 

 

 

넓은 병원은 안내도만 보고 사람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망연자실하던 그 때 간호사 한 분이 지나가셨다. 꽤나 친절해보이는 인상. 나는 이 때다 싶어 그 분의 팔을 붙잡았다. 

 

 

 

 

"저기요...!" 

 

"....?!" 

 

 

 

 

 

눈이 동그래진 간호사는 곧이어 미소를 유지했다. 무슨일이시죠? 나는 우물쭈물 했지만 곧이어 그의 이름을 말했다. 정확히는 말 하려고 했다. 어떤 소리에 처참히 무시당했지만. 내가 '황...' 하고 입을 크게 벌렸을 땐 간호사도 이미 주의를 뺏기던 중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어딘가에 걸려버린 환자가 있었고 나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나도 도와야할까. 역시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었을 땐 반대편에서 김종현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코너에 숨어 그 상황을 지켜봤다.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 인스티즈 

 

"박간호사, 나 좀 도와줄 수 있죠? 하나 둘 셋 하면 여기서 빼내는거에요." 

 

 

 

 

 

 

그는 이런때마저도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하긴 한 두번 겪는 일이 아니겠지. 그에 반해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아 민망했다. 동시에 새삼 알게됐다. 여기는 나만 아픈게 아니잖아. 누구한테 도움 청할때가 아니었어. 나는 그대로 휠체어를 일으키는 김종현 의사와 간호사의 움직임을 보고 다른 쪽 코너로 돌아섰다. 

 

 

얼핏 김종현씨의 손을 보았을 땐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 주스가 들려있었다. 내가 황민현을 놀릴 때 써먹던 그것. 빨간색 토마토주스. 내가 민현에 대한 생각에 잠겼을 때 쯤 어느새 발길은 낯선 곳을 향하고 있었다.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자 앞에는 새로운 병동이 있었다. 

 

 

 

 

 

 

 

-아동청소년병동- 

 

 

 

 

 

 

 

 

그 표지판은 홀리기라도 하듯 내 시선을 빼앗았다.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병동 내부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 그리고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의사분들. 모든게 바깥 세상과는 달라서 나는 조심스레 그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 들어갔을 땐 다짜고짜 반창고를 이마에 붙인 아이가 친숙하게 말을 걸어왔다. 

 

 

 

 

"누-나! 누나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 

 

 

 

 

 

응? 어디가아파? 혹시 배 아파?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는 내가 대답할 때까지 따라붙을 작정인지 이리 불쑥 저리 불쑥 뛰어다니며 나를 재촉했다. 환자복은 어린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들은 익숙해진 일처럼 서로와 놀고, 장난치고. 그런게 일상이 되어버려서 내게 당연한 듯 질문을 걸어온것 같다. 나는 밝게 대답했다.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누나는 그냥 ...음... 심장이 조금 아파서 왔어." 

 

"심장? 여기 왼쪽에 있는거?" 

 

"응응!" 

 

"막 안 뛰면 죽어버리는거?" 

 

 

 

 

 

 

아이는 한 치의 악의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심장이 대수냐는듯이. 사실 내가 대수라고 하면 그것도 웃겼다. 결국에 내가 고통받는건 다 이 심장때문인데. 없어서.....죽는게 나을수도 있나. 처음으로 그런 사색에도 빠졌다. 한 명의 어린아이때문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아이는 흥미가 떨어진듯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그 때였다. 다른 의사가 그 아이를 붙잡은게. 

 

 

 

 

 

 

"지웅아 거기 서!" 

 

"..싫어요!" 

 

"어허. 이지웅 거기 안 서나? 선생님 말 들어야지!" 

 

 

 

 

 

 

 

 

 

그는 꽤나 단호했지만 어찌보면 어린아이만큼 귀여웠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작은 조그만 아이를 꼭 붙잡고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본다면. 그는 싫다고 총총총 도망가는 남자아이와 몇번 아웅다웅 하더니 금세 그를 제압하고 내 앞에 데려왔다. 대체 왜? 나는 그 의사가 어린아이의 허리를 억지로 숙이게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 안녕하세요. 하고 대응했다. 

 

 

 

토끼같이 동그란 눈으로 연신 내 눈치를 보던 남자는 내 태도가 맘에 안들었는지 눈짓을 마구 해댄다. 그리고는 입모양으로 "말 함부로하면 안된다구 혼내야죠...!" 하고 나만 보이게 속삭인다. 어찌나 진심같아 보이는지 나는 어..어.. 하고 목을 큼큼 다듬었다. 아이는 톡 하면 울음이 나올것처럼 두 뺨이 일렁일렁거렸다. 

 

 

 

 

 

 

"음...그러니까, 누나는 굉장히 아픈 사람이에요! 심장이 없으면 친구말대로 살아갈수도 없고.. 아니 그건 누구나 그렇긴하지만..." 

 

"...." 

 

"어쨌든, 누나한테는 심장이 엄청엄청 소중하구 으악!! 하고 죽을까봐 무섭기도 해요. 그러니까..." 

 

"...." 

 

"막 함부로 없으면 죽어버린다! 그런 말은 안하는게 좋아요. 그런 말은 누나 뿐만이아니라.. 아픈 사람이면 누구나 상처받게 될거니까요." 

 

 

 

 

 

 

 

 

알..알겠죠? 훈계아닌 훈계를 끝마친 나는 그 아이에게 괜찮다는 뜻을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것으로 대신했다. 이정도면 충분한건지 잘 모르겠는 마음에 자꾸만 의사의 표정을 살폈다. 이제보니 그는 처음부터 이럴 마음이었나보다. 혹시나 내가 아이의 말을 듣고 신경이 쓰였을까봐. 그래서 나름 세심한 배려로 날 보살펴준것이다.  

 

 

새삼 이 상황이 퍽 민망해진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뭐라고 감사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달까. 과연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때에 무슨 말을 건넬까. 워낙 숫기도 없어서 가만히 팔꿈치에 얼굴을 묻자 남자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아이에게 요구르트 하나를 건네주더니 자신의 명찰을 보여주며 신나게 자기 소개를 했다.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 인스티즈 

 

"여기 아는 분이 계신가봐요?" 

 

"...." 

 

"저는 최민기라고 해요. 나름 여기서 이름 날리고 있는 의사긴한데." 

 

"..." 

 

"어, 역시.. 여기는 올 일이 없으니까. 절 모르시겠죠?" 

 

 

 

 

 

 

 

저도 여기 제 또래로 보이는 환자가 찾아온건 처음봐서 말이죠.. 하하. 그는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어색함을 무마했다. 곧이어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그 쪽...아니, 음. 환자분께서는 참 여기랑 어울리지 않는달까..." 

 

"....네?" 

 

"어..그러니까, 아! 그래. 되게 병원에는 와본적이 없는 사람 같아요. 정말 맑은 느낌. 그런게 막 느껴져요. 여기 오래있다보면 그런 사람 보기가 힘들거든요." 

 

"아.....제가 정말 그렇다구요?" 

 

"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되게.." 

 

 

[뉴이스트/황민현/김종현] 사랑은 왜 아파야만 할까 03 | 인스티즈 

 

"막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여기 워낙 친구가 없어서. 제가 너무 외로웠나봐요...." 

 

 

 

그는 우는 시늉을 하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런 친근감의 근원을 알 수 없었지만 내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인것은 분명했다. 나는 이름도 쉽게 흘리고 다닐 수 없는 신분이라서 그와 말을 잘 섞지 못하는게 답답했다.  

 

 

남자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것인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의 손을 마주잡자 위아래로 힘껏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앞으로 자주봤으면 좋겠어요! 여기 계속 계신다면요. 제가 심장 고치는건 못해도 마음 치유해주는건 자신있거든요!" 

 

 

 

 

 

 

나는 이렇게 또 다른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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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3편 다 봤는데 너무 재밌어요ㅠㅠ다음편 기대할게요 정말 찌릿찌릿한 사랑이네요..ㅠㅠ❤
6년 전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앗!! ㅜㅜ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힘이 되네요♥ 아직 부족한게 많은데 재밌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다음 편은 더 재밌게 써볼게요 ㅋㅋ
6년 전
독자2
작가님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6년 전
글쓰는걸사랑하는러브
감사해요!!♥ 다음편 얼른 쓰겠습니다 하핫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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