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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젠5
1. 보건교사 이동혁 X 영어 교사 김시민
이건 가운 입은 동혁이가 보고 싶어서 쓰는 조각. 학교라는 답답한 곳에 갇혀있다보니 애들은 조금만 다쳐도 뿌엥ㅠㅠ 하면서 보건실로 달려가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의자에 앉혀놓고 다정하게 바라봐주는 동혁 센세.....매일 점심시간에 동혁 쌤 사랑해요 이런거 익명 사연으로 많이 올라오고 보건실에 혼자 앉아서 커피 마시다가 사레 들리는 건 이제 일상. 시민고 선생님 밴드 연합 엔시티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데 축제때마다 학생 여럿 치이게 하는 걸로 유명. 축제 시즌만 되면 페이스북이니 유튜브니 아주 동혁 센세로 시끌시끌
시민이는 영어 교사, 뒷반 담당. 캐나다에서 온 마끄리는 앞반 담당. 생기부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잘 써주는 걸로 유명해서 애들이 엄청 많이 꼬이는데, 또 생기부 하나 보고 들러붙은 애들한테 잘 해줘서 졸업식 시즌만 되면 시민 센세 껴안고 우는 학생들 여럿 등장함. 시민교대 수석 졸업, 임용고시 한번에 패스한 엄청난 엘리트라 학교에서 기대가 컸는데..! 알고보면 엄청 덜렁거리고 맨날 점심시간에 애들 인사 받아주다가 넘어지는 게 하루 일과.
동혁센세랑 시민 센세는 마끄리때문네 친해진걸로 하자, 점심시간에 시민 센세가 국자를 놓쳐서 손을 데었는데, 안절부절 하던 마끄리가 동혁 센세한테 데려가고, 이제 거기서 폴인럽......론리 깔깔 맨 마끄리 분위기 파악 1도 못하고 동혁 센세랑 시민 센세 악수 시켜서 이동혁 머리 긁적이게 만듦. 교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시민 센세한테 등짝 맞은 건 비밀.
여튼 저 날 이후로 좀 말도 안되게 자꾸 마주침. 시민 센세네 반 애들하고 마끄리네 애들하고 피구 시합 뜨다가 시민 센세네 반 애가 다쳤는데 애보다 더 놀라서 엉엉 우는 시민 센세 동혁 센세가 달래주는거지; 다리 접질러서 온 시민 센세네 반 애는 수면실에 앉아서 안절부절 하고 (왜냐면 동혁이가 붕대 감아주고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거든;; 시민 센세 좀 달래주고 오겠다고; 아 센세;;) 동혁이가 엉엉 우는 시민 앞에 눈높이 맞추려고 한쪽 다리만 꿇어앉았는데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구여; 오우~ 시민 많이 놀랐어~? 하면서 들어오던 마끄리 분위기 이상한거 감지하고 뒷걸음질 치면서 다시 나가고; 선생님 저 다 나았어요 하면서 시민이네 반 애는 절뚝거리면서 나가버림;;
동혁이는 이제 될대로 되라 싶은거지 이게 학교에서 무슨 짓이야; 그래가지고 자꾸 민형이 시켜서 셋이 밥 약속 잡음. 뭐 말도 안되게 시민고 막내들끼리 김맠동 이라는 클럽 만들어서 잘 해보자! 이런거; 시민이는 안 그래도 고3 담임이라 힘들었는데... 이러면서 맨날 밤 마다 모여서 치킨 먹고 보쌈 먹고 그러는거; 아 아직 동혁이가 어떻게 고백 할 지는 고민 안 해봤는데 연애는 무조건 비!밀!연!애 여야함. 그래야지 동혁센세 사랑해요 하는 점심방송 듣고 표정 어두워지는 시민이랑 그거 보고 깔깔 대는 미녕 볼 수 있으니까........
2. 옆 집 정재현 X 옆 집 김시민
재현이는 시민남고 전교회장임. 운동도 잘해, 노래도 잘해, 공부도 뭐 잘하는 편이지, 성격도 좋지, 예의도 바르지 걍 학교에서 정재현, 하면 선생님들이 아! 하면서 박수치는 그런 애임. 잘생긴거 소문나서 시민여고 애들이 지나가다가 쟤가 그 유명한 정재현임; 하면서 수군거리는데 농구하다가 과외 늦은 재현이 귀에는 1도 안 들리고 맨날 집까지 헐레벌떡 뛰어가다가 자동문에 손 끼이고 그럼.
일단 시민이는 공부를 어어어어ㅓ어어어어어어ㅓ어어엄청 나게 잘함. 여중여고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성격도 좋고 게다가 얼굴도 평타로 예쁜데 왜인지 모솔임. 아마 여중여고라서; 시민이는 재현이만큼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평판도 좋음. 일단 공부를 엄청 잘해서 전교 1등이니까; 모의고사가 내신 만큼 안나와서 좀 속상해 하는 중. 뭐 어때 수시로 다 부숴버릴건데;
재현이랑 시민이한테는 남동생이 하나씩 있는데 이 둘은 정말 친해서 걍 재현이랑 시민이 남동생이랑 친하게 지내고 시민이랑 재현이 남동생이랑 친하게 지내고 그런 사이임. 근데 가족끼리 친한 소꿉 친구! 뭐 그런 느낌은 아니라서 우리 누나도 고 3인데! 니네 형도 고3임?? 약간 이런 느낌으로 걍 데면데면 함. 그리고 시민이도 뭐 어차피 재현이 동생한테 고3 형아 있다는 얘기 들어도 어 그래~ 이러고 흘려들으니까. 재현이도 고3 누나 있다는 얘기 들어도 힘들겠다ㅠㅠ 전교 일등이면ㅠㅠ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게 전부임.
게다가 옆집 사는데 별로 마주친 적도 없음. 왜냐면 재현이는 학교에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기 때문! 그에 반해서 시민이는 느릿느릿 갔다가 학원 들려서 느릿느릿 옴. 가끔 주말에 엘리베이터 같이 탈때 있는데, 시민이가 너무 꾸벅꾸벅 졸아서 그냥 재현이는 안됐다; 라는 생각만 함. 시민이랑 재현이가 사는 아파트에는 한층에 다섯 가구 정도가 살아서, 재현이는 그 전교일등 고3이 시민이일거라고 생각은 못 함.
근데!! 여기서 중요!! 어느날 아파트가 정전되서 엘리베이터가 멈춘거임; 계속 졸던 시민이는 정전된지도 모르고 아 어둡다 이러고 걍 진짜 잠들어버리고 재현이 혼자 불닭볶음면 들고 안절부절. 저기 괜찮아여?? 119에 신고했는데 아파트 전체가 정전된건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소방대원분의 말에 저 잠든 여자애를 어쩌나 싶음. 한 30분쯤 지났나, 119가 온건지 막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림. 재현이는 손전등 켜놓고 괜히 시민이 옆에 붙어 앉아서 빠다코코넛이나 주섬주섬 먹고 있었는데, 이얏! 하면서 일어난 시민이 옆에 손전등 때문에 얼굴 번쩍거리는 생전 처음 본 남자애 있고 (심지어 빠다 코코넛 때문에 볼도 불룩함) 엘리베이터 탔었는데 그 안에는 어둡고 막 이래서 너무 놀라서 엉엉 울기 시작함. 재현이 잘 자던 애가 갑자기 우니까 어쩔 줄 모르고 빠다 코코넛 가루 묻은 손으로 어깨만 토닥거려줌. 오 저는 여기 사는 정재현입니다. 어, 시민고 다녀요.. 어 남동생 있고..어...아 , 시민고 전교회장이에여! 애 달래려고 별 쓸데없는 얘기 다하는 재현; 시민이 좀 진정되서 재현이 말 고분고분 듣는데 들어보니까 그 시민이 남동생 친구의 형인거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여튼 어찌저찌 잘 구조됬는데 아니 말로만 듣던 누나랑 형이었는데 너무 취향저격으로 생긴거임 서로; 그때 한번 마주치고 뭐 말 몇번 나누고 어두운데서 좀 같이 붙어앉아있었다고 자꾸 생각나는데 시민이는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독서실에 앉아있으면 그 뻔쩍거리던 빠다 코코넛 먹던 정재현 생각나고 재현이는 농구하다가 그 농구공이 똥그란 시민이 얼굴같고 그런거지. 그래서 참다참다 서로 남동생들한테 얘기하는거야. 그 누나/형 전화번호 좀 알아오라고.
3. 시민 학원 문과반 이제노 X 시민 학원 이과반 김시민
오 일단 제노는 문과. 왜냐면 꿈이 작가거든. 시도 엄청 잘 쓰고 소설도 잘 써서 어릴때부터 어린이 백일장 청소년 백일장 다 휩씀. 걍 이제 등단만 하면 되는 준비된 작가. 똥그란 안경 쓰고 다니는데 가끔 안경 벗을때 마다 학원에 있는 고3 누나들 심장 부여잡게 만듦 걍;
시민이는 이과여야해. 약사가 꿈이고 과학 동아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학원에 막 가운 입고 한 30분씩 늦어서 헐레벌떡 들어와야해. 아직 2학년이어서 문과이과는 미적1 수업만 합반하는데, 제노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수업 잘 안듣고 시 끄적거리는거지. 근데 죄송합니다; 하면서 들어오는 시민 보니까 자꾸 막 이상해. 눈길이 가고 흰 가운 입은거 멋있다는 생각만 들고. 시민이 친구들이 막 왜 이렇게 늦었냐고 몰이하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건지 모르겠어.
제노랑 시민이는 다른 학교여서 얘기는 한번도 안 해봄. 걍 합반 할때마다 오 쟤가 그 유명한 작가야? 오 쟤가 김시민이야? 하는 걸로 그쳤었음. 근데 학원 끝나고 이제 다 슬금슬금 나가는데 제노가 실수로 시민이 가운을 밟아서 넘어진거임; 그러면서 제노가 쓴 시들 다 흩뿌려지고;; 시민이 가운 누가 밟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애가 막 넘어져서 안경 다리도 부러지고 시도 막 난장판 되고 이러니까 막 안절부절하는거임; 말 한번도 안해봤는데 첫 대화가 괜찮아? 오, 난 괜찮아, 이런 뉘앙스로 흘러갈거 같으니까 막 두려운거야. 게다가 이제노 시 쓰는거에 몰두하면 다른 선배들이 말 걸어도 신경도 안 쓰는 그런 쿨워터적 모먼트 많이 보여줬던 터라 엎드려서 끙끙대는 이제노를 일으키기가 더 두려움; 그래도 자기 가운 떄문에 넘어진거고, 가운은 털면 되니까. 시민이 완전 긴장하면서 저기 괜찮아? 하면서 일으켰는데 안경 벗은 제노 짱잘인거지 걍; 이제노가 괜찮다고 가운 더러워져서 어쩌냐고 막 얘기하는데 제노 눈에 묶여서 아무말도 못하고 가운도 두고 시만 대충 주워서 제노한테 주고 걍 도망치듯 나옴.
제노 학교 등교 할 떄도 가운 꼭 쥐고 등교하는데 지나가던 동혁이가 작가님께서 무슨 가운이냐면서 엄청 깔깔거리면서 놀림. 제노 그 특유의 표정으로 째려보고선 소설책 한 세네권이랑 가운 꼭 품고 교실로 총총 걸어갔으면 좋겠다. 가운에 김시민이라고 이름 수놓아져있는데 괜히 그 이름 만지작 거리는거지. 학원가서 꼭 돌려줘야지 하면서. 어제 넘어지면서 안경이 부러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렌즈 꼈는데 자꾸 학원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괜히 기분 나쁜 제노; 김시민이 자기 가운 밟았다고 소문 냈나 싶고 걍 그런거지; 잘생겨서 쳐다보는건데. 그래서 돌려줄때도 완전 딱딱하게 어제 두고갔어. 이러면서 품에 안겨주고 또 그 맨 뒷자리에 앉음. 시민이 어정쩡하게 가운 받은 채로 눈만 꿈뻑대고; 안경 벗은 이제노를 이렇게 연속으로 보니까 적응도 안되고 괜히 막 사람들이 쳐다보고 이러니까 안경 빨리 썼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하는거; 그거 질툰데..
그래서 용기있는 우리의 시민이는 수업 끝나고 느릿하게 정리하는 이제노한테 당차게 다가감. 안경 내가 부러뜨린거 미안하니까 같이 가서 고치자고. 제노 눈 똥그랗게 뜨면서 내가 넘어진건데 네가 왜? 하지만 차마 말로는 못하고 고개 끄덕임. 근데 여기서 중요한건 둘이 아직 말 다섯마디도 안 해봤다는 거임. 안경점으로 걸어가는데 제노는 자기가 애지중지 가져온 가운이 바닥에 자꾸 끌리는게 신경쓰이고 시민이는 자꾸 자기 쳐다보는 제노가 신경쓰이고 걍 난리브루스; 뭐 어찌저찌 잘 도착했는데 세상; 안경점 휴업이래 오늘; 이제노 어이없어서 안경점 앞 계단에 걸터앉고 시민이 안절부절하다가 제노 옆에 아니 바로 옆에 말고 한 30센티 떨어져서 앉음. 제노는 원래 사람 눈 잘 보는데 시민이는 그런거에 1도 안 익숙해서 가운 꼭 껴안고 계속 앞만 멀뚱멀뚱 봄. 마침 안경점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는데, 제노는 제 옆에 시민이도 앉기에 아 얘가 버스기다리는구나, 그럼 버스 타는거 보고 인사해야지! 하고 제 공책 꺼내서 시를 쓱쓱 쓰기 시작함. 시민이는 옆에 앉긴 앉았는데 뭐 해야하나 싶어서 옆에 보니까 이제노가 시 쓰고 있어서, 아 시 쓸땐 건드리면 안되지 하고 2시간동안 이제노 기다림. 아니 이 멍청이들아 집에 가라고; 벌써 날 어둑어둑해지는데 한명은 시쓰고 있고 한명은 가운 안고 동동거리고 있고.. 시 다쓰고 뿌듯하게 웃던 이제노가 옆에 보니까 시민이가 그 화단 같은데 기대서 잠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노 놀라서 시계보니까 벌써 두시간 지났고; 얘 여기서 뭐 하는건가 싶어서 깨우려고 보는데 애가 새근새근 자는게 너무 예쁜거임; 그래서 또 못 깨우고 그거 가만히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아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