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구름일기!
왜 성운이 앞에 서면 나는 목석이 되는걸까. 내일 학교 갈때 청심환 한통 사야겠다. 정말로... 그리고 성운이는 왜 이렇게 애가.. 밝지? 진짜 오해 할 것 같다.
성운아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를 새삼 한번 더 깨달았어...
"이름아!"
"아..안녕.."
"응, 가방에 고리 매달았구나! 나도 매달았다?"
"어, 어... 귀엽다.."
"응? 너도!"
...아침부터 좋지 않은 돌격이야 성운아... 여전히 성운이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지지만 말을 한번 트니까 좀 덜 떨게 된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구름 고리 귀엽다고 한건데... 너도 귀엽다고? 내가 매단 고리가 귀엽다는거지? 그러겠지 뭐..
"아 근데 이름아."
"어?"
"넌 좋아하는거 뭐 있어?"
"...나..? 음.."
"음식이라던가~ 장소라던가~"
"..나는 음식 안 가리고 거의 다 좋아해. 그리고 영화보는거 좋아하고.."
"오.. 영화 나도 보는거 좋아하는데!"
"아 그래?"
"응, 다음에 꼭 보러가자! 같이!"
"..ㄱ, 그..그래애.."
뭐지? 뭐야? 뭔가요 이거? 영화를 같이 보자고? 이 상황이 이해가지는 않지만 아주 나이스였다. 성운아 그리고 좋아하는거 하나 더있어.. 하성운이라고.... 절대 말하지 못하겠지만..
개도 안하는 짝사랑을 누가 한다고
C. 이렇게 확 친해진다고?
성운이와 친해진지 3일째. 아직도 나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구름 모양 고리로 인해 친해진것도 당황스러우면서도 너무 좋았다. 근데.. 그걸로 이렇게 확 친해질수가 있나? 내가 무언가를 확실하게 단정짓지 못하는데도 이번만은 진짜 성운이와 내가 친해진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갑자기 성운이가 나한테 와서 매점에서 사는김에 같이 샀다고 바나나 우유를 주질 않나,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하질 않나... 이상해. 이상하다고...
"...뭐지..?"
"이건 나도 좀 이상하다. 쟤 너한테 관심 있었나?"
"...설마.. 아니야. 김칫국 안돼!"
"아냐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좋아하는게 같다고 이렇게 퍼주나? 나라면 그냥 오 같은거 좋아하나보다 하고 말겠다."
"아 진짜 뭐지?"
"그냥 너가 끌리는 대로 해. 영화도 보고 밥도 먹어 걔랑."
"...내가 끌리는 대로?"
"1년 5개월 좋아해놓고 말거야? 빨리 사귀기나 해."
1년 5개월...1년 5개월...그래 내가 왜 그렇게 좋아해놓고 이제 와서 내빼냐? 나도 들이대는거야! 좋았어! 영화! 다 봐버려 그냥!
"..성..성운아.."
"응?"
"나..나와 영화보지 않으실래?
이건 또 뭔 말이야... 내가 먼저 영화 약속을 잡으려고 말을 걸었다. 걸긴 걸었는데.. 진짜 나 이쯤되면 문제 아니야? 또 성운이를 보자마자 말이 꼬여서 이상하게 나왔다. 않으실래가 뭐야! 뭐냐고!
"...엉?"
"아..아니 영화 볼래?"
"영화? 언제?"
"너..너 시간 될때.."
"그럴까? 번호 줄래?"
"버,번,번호는 왜!?"
"...집에가서 톡으로 정하려구.."
"아 하하하 그래! 줄게! 가져!"
"..고마워.."
말리지마. 나 죽으러 간다. 수치사...
나는 지금 핸드폰을 보는게 아니라 멍 때리는거다. 멍 때리는거... 아 왜 연락이 안오지? 성운이와 번호를 주고받은 후 별 일 없이 하교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 집까지 왔는데... 너무 이게 꿈같은거다. 정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친해져? 얼떨떨한데 좋다. 하지만 이상해! 이걸 반복하고 있다고. 좋아하다가 의문을 가지다가... 저장된 성운이의 번호를 가만히 보기만 했다. 와...
그러다가 지잉- 하고 울리는 핸드폰에 번뜩 쳐다보자 톡이 왔다는 화면이 떴다. 그리고 그 옆에 이름은 하성운이잖아!
"헐 어떡해!"
아 얼른 확인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손가락이 굳은듯 싶었다.
하성운
이름아
오 마이 갓. 진짜 성운이야! 대화창에 들어가고 나서도 한 5분동안 날뛰었을까 성운이는 내가 읽고도 대답을 안해서 의문을 가졌는지 물음표 몇개를 보냈다. 물음표라니 성운아! 너무 귀여워!
하성운
이름아??
아 잠깐
화장실 다녀왔어 ㅎㅎ
하성운
아 그래?
우리 영화 이번주 토요일에 보러갈래?
시간 돼?
그럼
당연히 되지!!!!
뭐 좋ㅎ앟하닏?
아이고 내 손아 잘 좀 쳐봐... 자판을 치는것 뿐인데 왜 이리 떨리는지. 성운이는 아무거나 다 좋아한다며 그날 가서 정할까? 라고 보내왔다. 그날..? 그러지 뭐.
알았어!
하성운
그래
그럼 내일보자~
응ㅎㅎ
엇. 끝나버렸네. 정말 영화가 목적이었는지 성운이는 톡을 바로 끝냈다. ...나 뭘 바란거니? 성운이는 그냥 나랑 영화보려고 하는거잖아; 너처럼 그렇게 어? 그런 마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구... 새삼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성운이와의 대화를 보다가 성운이 이름을 바꿨다. 내 폰 볼 사람은 없을테니 마음대로 저장해도 되겠지? 그러겠지?
성운이 ♥♥♥
그래
그럼 내일보자~
....흐흥. 콧노래가 나오는게 아무래도 오늘은 성이름을 위한 날 이었나봐! 오늘만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아 그런데 조금 찜찜한건 왜지? 너무 확 몰아쳐서 그런가. 모르겠다. 얼른 일기쓰고 자야지... 얼른 토요일 왔으면 좋겠다.
"아 어떡해 옷 뭐 입어? 왜 어제 본거 이제 보니까 별로지?"
분명 성운이와 약속 잡은지 별로 안된거 같은데 눈 한번 감았다 뜨니 토요일이 덜컥 왔다. 벌써 약속 잡고 3일이나 지났단 말이다! 어제 분명 옷도 골라놓고 팩도 하고 잤는데 왜... 왜 이마에 뾰루지도 났고 옷은 이제 보니까 별로지? 왜? What?????
"미친 1시간?"
게다가 약속 시간까지 1시간 남았다. 나 방금 일어났는데.....
성운이 ♥♥♥
이름아
나 지금 안에 들어와서 영화 뭐 있는지 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액션이나 코믹은 자리 없대
그냥 그때 정할걸
미안해ㅠ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10분만에 머리 감고 씻는 기적을 보이고 옷도 제일 괜찮은걸로 골라입고 화장을 하고 있으니 핸드폰에 성운이의 톡이 뜬게 보였다. 벌써 갔다고? 약속 시간까지 30분은 더 남았는데..? 아니 성운아! 왜이리 부지런해! 조금 더 손에 속도를 가했다. 액션이나 코믹이 없다고... 그럼 로맨스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거잖아.
"아 어색해서 어떻게 봐.. 그걸.."
로맨스는 딱 질색이었다. 자고로 성이름이의 영화 취향은 액션, 코믹, 공포.... 로맨스를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고. 그걸 성운이랑 둘이 본다고..하면...
"아..."
괜찮아 성운아. 뭔들 너랑 보는데 어떻겠니. 난 니 얼굴만 봐도 즐거워.. 암 해피니스.
"...미안.."
"아니야 성운아! 괜찮다니까?"
"너가 액션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아냐 진짜~! 괜찮아. 나 다 좋아해!"
"...남은게 공포 영화 밖에 없대."
"...엉?"
네? 응? 뭐라구? 영화관에 도착해서 성운이를 찾아가니 성운이는 의자에 젤리가 되어가지고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는 다 나갔다고. 그냥 그때 예매할걸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건 괜찮다만. 음. 공포? 난 물론 공포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근데.. 걸리는건..
"...공포 영화 볼때 무서운 척을 하라고?"
- 어! 그래야 팔짱도 끼고 안기고 다 하지.
"...어떻게 그게 그렇게 되는거지?"
- 꺄악. 무서워. 하면서 은근슬쩍 기대라고.
"......"
- 공포 영화를 너가 볼지는 모르겠다만. 보게 된다면 해봐라.
"....그 구식 방법이 통할것 같아?"
- 야 구식도 방법은 방법이야. 아니면 그냥 내숭 부리지 말고 즐기면서 보던가.
어젯밤 친구와 통화하면서 느낀건 공포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내가 너무 잘봐서 얼떨떨해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연애에 연자도 모르는 성이름이는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들로만 연애를 배울수밖에 없었다고. 공포 영화 볼때 여자가 무서워하면서 남자한테 안긴다. 라는.... 이제 생각하니 너무 내숭인데? 아냐. 그래도 멀쩡하게 보면 성운이와 접촉(?) 할 기회가 없잖아! 그리고 내 친구도 드라마로만 연애를 배운듯 싶었다. 뭔 조언을 해준다고.. 참...
"어쩔수 없지 뭐.."
"공포 영화 잘봐?"
"어? ㅇ, 아니? 무서운거 좋아하지는.. 않아."
"아.. 그래.. 미안해.."
"아냐 정말로! 얼른 들어가자. 팝콘도 샀으니까.. 하하하!"
"응.."
그까짓거 해보자. 오늘만은 내가 아주 무서운걸 싫어하는 여자가 되는거야. 귀신 나오면 놀라는척.. 놀라는척... 명심하자. 성운이가 공포 영화를 잘보는지 못보는지는 몰랐지만 일단 하고 보는거야. 모처럼 영화까지 보러왔는데 내가 그냥 보고간다면 호구지. 호구.
"..성이름 파이팅!"
"이름아 뭐해?"
"아, 아 들어갈게."
....파이팅.
오늘의 반성할점..
말 더듬이 성이름! 일단 성운이 얼굴 보면서 안떠는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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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할점과 일기는 약속잡은 날 당일에 쓴검니당 ^-^
왜 갑자기 둘이 저렇게 친해졌을까요
성운이는 왜 저렇게 잘해주는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누가 주말 당일날 가서 예매하나요 이 바부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