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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같이 가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네 문자는 나를 들뜨게 했다. 괜히 눈이 빨리 떠진 게 아니었구나. 너와 단 둘이 등교를 할 생각에 콧노래도 나왔다. 아끼던 신발도 꺼내 신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동현아, 여기!" 

"어, 먼저 와 있었어?" 

"너네 집이 학교랑 더 가까우니까 내가 먼저 와야지." 

"내가 너네 집까지 가도 되는데." 

"그래도, 미안하잖아." 

 

나를 향한 네 미소는 무엇보다 달콤했다. 그래서 계속 보고 싶었다. 너무 달콤해서, 이미 난 중독되어 버렸으니까. 너와 함께 있을 때면 심장이 배로, 아니 3배는 빨리 뛰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가 너에게 들릴까 싶어서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너에게 말을 많이 건넨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 어떡하지. 너 먼저 갈래? 나 충전하고 올게." 

"아니야, 같이 가. 청소년 둘이요." 

"아, 뭐야. 내일 갚을게." 

"안 갚아도 돼. 저기 자리 하나 있다. 너 앉아." 

 

자리를 핑계로 네 손을 살짝 잡았다. 글쎄, 오늘은 아마 손을 안 씻지 않을까. 학교에 도착하고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연신 고맙다며 말하는 네가 너무 귀여워서, 그리고 아직까지도 내 왼손에 네 손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오늘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김동현, 나랑 이거 같이 하자." 

"아, 안 돼! 동동이 나랑 할 거야!" 

"누가 보면 둘이 연애하는 줄 알겠네." 

"뭐래!" 

 

기분 좋게 웃다가도 굳어지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지, 너에게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니까. 바보처럼 너를 또 여자 친구라고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건 다 내 상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인데. 

 

"동현아, 학교 끝나고 시간 있어?" 

"글쎄, 왜?" 

"나랑 놀러 가자, 응? 나 노래방 가고 싶어." 

"다른 애들도 있잖아." 

"어?" 

"꼭 나랑 가야 해?" 

 

그야 우린 친구니까.... 친구, 죽도록 좋았던 그 단어가 이렇게 싫어질 수가 있나. 너에게 이리 차갑게 말한 걸 집에 가서 또 후회하겠지만 어쩌겠어. 난 항상 이런 식이었잖아. 아무리 덤덤한 척을 해도 네 앞에서는 한없이 바보가 되면서 저 바닥 끝까지 무너졌잖아, 난, 늘 항상. 

 

"김동현, 어디 가!" 

"니가 좋아한다는 그 선배랑 가. 난 갈 마음 없으니까." 

"왜 삐쳤는데! 야!" 

 

말해 줘도 이해 못 할 거면서. 목까지 올라왔던 말을 겨우 삼키고 등을 돌렸다. 새벽에 또 후회하겠지, 바보 같은 난. 어쩔 수 없잖아. 널 이렇게 미워해도 결국 네게 돌아가는 바보라는 걸, 벌써 몇 달을 너만 보며 지내 온 걸 어쩌겠어. 

 

"좋아해, 좋아한다고." 

 

네가 못 들을 하공에 내 마음을 고백한 지 벌써 몇 밤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두꺼웠던 겉옷을 벗고 하복을 꺼낼 때까지 매일을 이렇게 고백했으니까,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으니까, 그런데 넌 아직도 모르니까.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달빛에 눈물이 고였다. 지금 상황도, 지금 내 모습도, 내 옆에 없는 네 모습도, 네 옆에 있을 그 선배도 너무 싫었다. 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무너져야 네가 나를 좋아해 줄까, 아니 어떻게 해야 네가 나를 봐 주기라도 할까. 

 

"새벽부터 열이 안 떨어져서 오늘 학교 가는 건 힘들 것 같아요." 

 

네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결국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돌아섰는데도 연락 한 통 없는 네 모습에 정말 나는 너에게 아무 존재도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어제는 한숨도 못 잤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네 관심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다는 건 욕심이었을까.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흘렀다. TV를 틀어도 모두 흥미롭지 않은 방송들이 전부였다. 이렇게 비참한 순간까지도 난 네 생각뿐이었다. 너랑 함께 있을 땐 하루가 1초 같았는데, 너 하나만 없을 뿐인데 1초가 하루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일어나니 밝았던 하늘은 어느새 내 마음처럼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너의 알림이 몇 개 쌓여 있었다. 

 

[어디 아파? 왜 안 와 ㅠㅠ] 

[많이 아파? 입원이라도 했어?] 

[동동 답 좀 해!!] 

 

도저히 답할 기분이 아니었다.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 버렸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으니까. 나만 죽도록 매달리는 그런 관계가 너무 싫었다. 그것보다 더 싫은 건, 싫다면서 이 끈을 절대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 차라리 연애라도 했으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차라리 내가 네 남자 친구였다면 너를 이렇게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여지기라도 했을 텐데. 

이러면 안 되지만, 정말 안 되는 일이지만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몰래 냉장고에서 소주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네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져야 할까. 네가 뭐라고 생전 마시지도 않던 술을 이렇게 마시게 만드는 걸까. 

한 모금, 두 모금 넘어갈 때마다 목이 타들어갈 것 같았다. 술과 함께 네 기억도 모두 넘어가 버렸으면, 흐릿해지는 정신과 함께 너도 모두 흐릿해졌으면.  

취기가 살짝 오르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휴대폰 전원을 켜고 너에게는 전하지 못할 말을 녹음했다. 글쎄, 언젠간 네가 듣게 되겠지. 

 

"왜 하필 너일까. 왜 내가 널 좋아하게 됐을까. 뭐, 고마워, 덕분에 어제는 한숨도 못 잤으니까. 너도 알겠지, 내가 무리하면서까지 네 옆에 있으려고 했다는 걸. 미안해, 널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새도 없이 계속하여 바닥을 적셨다. 이미 이 바보 같은 눈물샘은 지 주인을 닮아 제어 능력을 상상한 것 같았다. 흐르는 눈물을 한 번 닦고 다시 아무 말이나 뱉었다. 

 

"몇 번이나 부정했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멍청한 나는 네가 베푸는 다정함에 또 속아 내 마음만 키웠어. 나한테 하는 모든 것에, 정말 아무 의미도 없었어? 너의 껍데기라도 가지고 싶다, 이런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물론 넌 걱정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냥 내가 다 정리할게, 이런 거 내 전문이거든. 벌써 몇 번이나 정리했는지 몰라, 그게 다 너라서 문제인 거지만." 

 

별 말도 안 한 것 같은데 녹음 시간은 3분을 지나고 있었다. 봐, 역시 너랑 관련되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잖아. 변하지 않아, 바보 같은 거. 

 

"노래 한 곡 길이 정도 되겠네. 글쎄, 원래부터 하고 싶은 말은 없었어. 술김에 하는 말이라 내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거든. 그냥 널 죽도록 좋아해, 아니 사랑해. 끝까지 비참하고 초라하네, 난. 네가 먼저 인사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넌 역시 나보단 그 선배에게 먼저 가겠지. 네 상대는 내가 아니라는데 뭐 어쩌겠어, 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 그러진 말았어야지. 마지막 말은 마음에 담은 채 녹음을 멈췄다. 너에게 들려질 일은 없겠지만, 나는 이걸로 만족해. 

 

 

 

 

"김동동, 어제 많이 아팠어?" 

"아니, 걱정했어?" 

"당연하지!" 

"이제 괜찮아." 

 

오늘도 역시 나는 괜찮다고 거짓말을 한다.


 
독자1
이 노래 알아요 ㅠㅠ 흐어어억 짠해 동동이...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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