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G
엘레베이터 안은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박우진은 핸드폰으로 들어갈 기세로 뚫어져라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12층 입니다-.
12층이라는 것은 안내해주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는 인사를 했다. 그런 박우진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자 뭐냐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 박우진에게 내가 먼저 입을 뗐다.
"나 할 얘기 있는데."
"뭔데. 해라."
"우진아. 박우진."
"왜."
이름을 부르자 금세 왜라고 하는 박우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지도 않은 그냥 박우진 말투,
"나 주말에 약속 있는데."
"..."
"영민이랑."
영민이의 이름이 들리자 박우진의 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몸을 완전히 뒤로 돌려 내 말을 들었다.
"나 나가?"
"어. 나가라."
"진짜...?"
박우진이 나가지 말라고 하면 나가지 않을 심산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박우진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가라는 박우진의 말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한 번 되물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응, 가라.
"야. 영화 보자."
뜬금없는 박우진의 말이었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더니 영화 보러가자는 말을 하는 박우진이었다.
"내가 살게. 갈거재?"
"나 주말에 영민이 만날거라니까?"
"만나라,"
"..."
"스파이더맨 예매할게. 일요일. 피해서 약속잡던지."
"어?"
당황스러워서 입에서는 어?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를 보자고 하지를 않나. 돈도 잘 안 쓰던 애가 영화를 보여주겠다 하지를 않나.
"아니면 나가지 말던지."
"내 추천은 후자."
뒤에 오는 박우진의 말은 더더욱 당황스러웠고, 당황스러워 할 틈도 없이 박우진은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복도에는 나 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G
몇 번을 썼다 지웠는지. 읽긴 읽었는데 답을 못해서 더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안 읽었으면 어제 일찍 자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혹시라도 영민이가 보고 오해할까 보낼 말을 정하기에 급급했다.
박우진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게다가 박우진의 마지막 말은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어 울렸다. 아니면 가지 말던지. 가랬다가 가지 말랬다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모르겠다.
어 영민아 ㅠㅠ
오후 6:34 이제 읽었네 미안해 ㅜ.ㅜ
보내자마자 메세지 옆에 숫자 1이 없어졌다. 그리고는 금세 답이 왔다.
아냐 괜찮아
혹시 일요일에 시간 괜찮아?
영화 티켓이 생겨서 ㅎㅎ!! 오후 6:34
일요일에 영화약속이라니.. 박우진이 절로 생각나는 말이었다. 일요일은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혹시 다음주는 괜찮냐는 물음까지 덧붙였다. 시간을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는 영민이의 답까지 받고나서야 조금은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이건 다 박우진 때문이다.
그런 톡을 남기고는 또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도 불쑥 생각하는 박우진에 미칠 것 같았다. 박우진 생각이 또 없어졌다하니 떠오르는 영민이에 그거는 그거대로 머리가 아팠다. 이럴 바에야 그냥 일요일에 박우진을 만나고 끝을 맺자하고는 다시 박우진네로 올라갔다.
"박우진."
벨을 누르니 금세 나온 박우진이었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위에는 목이 다 늘어난 티에 밑에는 덥지도 않은지 수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왜?"
영화, 본다며. 라 하자 박우진은 아. 맞다, 영화. 하며 그제서야 영화 시간표를 찾고 있었다. 두 시 괜찮지? 라 물어오는 박우진에 고개를 끄덕였고, 예매를 끝내고는 일요일에 보자며 박우진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G
무슨 옷을 입을 지 한참을 고민하다 고른 옷은 결국 반바지에 반팔 티였다. 치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바인 것 같고 더워서 반바지 말고는 못 입겠고. 블라우스도 오바떠는 것 같아서 그냥 평소에 입고다니는 그대로를 입었다.
대충 화장까지 끝마치고 집 밖으로 나가니 박우진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 셔츠라고는 교복셔츠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또 그건 아닌가보다. 알면 알수록 내가 몰랐던 박우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요즘들어 내가 알던 박우진이 아닌 것 같다.
"어. 왔나. 가자."
그렇게 박우진의 뒤를 따라가니 어느새 영화관이었고, 박우진은 나를 앉혀두고는 혼자 바빴다. 표도 끊으러 가고, 팝콘도 사오고. 이제 좀 앉으려하니 영화시간이 다되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영화를 보는 건지,
영화를 보는 박우진을 보는 건지 모를 정도로 영화에 집중이 안되었다.
암호닉 |
* 암호닉은 가장 최신 화의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혹시라도 누락되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파카/일오/우빠/돌하르방/애정/캔디젤리러브/똥똥이/■계란말이■/0226/절편/방구뿡/따끔이/운명/우럭/809/잠만보/기화/응/데헷/나영미닝/우선/뿜뿜이/영미니/헉쓰/두동/짹짹이/슘슘 |
BGM |
연애프로젝트 - 프리미엄 프로젝트 |
A01 |
안녕하세요! A01 입니다!! 우리의 여주는 결국 영민이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우진이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갑작이 또 우진이는 여주에게 막 들이대기 시작했네요 ㅎㅎ 영화를 다 보고나선 둘이 어떻게 될 지. 영민이와 우진이 중 과연 남주는 누구일까요. 브금은 오늘도 또 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 설레는 노래 같은 걸 계속 들어봤습니다. 허허. 설레는 말 적으려니 뇌가 안 따라가서 드라마 씬 같은 것도 몇 개보면서 겨우겨우 이렇게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더운 여름날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겨우 선풍기 붙잡고 살고 있습니다 ㅜ.ㅜ 건강 잘 챙기시고요!! 원래 오늘이 아닌 내일 올리려 했는데 잠도 안 오고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오늘 올립니다! 다들 월요일이니 힘내시고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