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씨 또 지각입니까?
직장상사의 호통이 사무실안을 울렸다. 집에서 부터 늦장을 부리던 그는 타야할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쳐버린 바람에 회사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숙인채 아무말 없이 발장난만 치던 경수가 한말이였다. 그제서야 마음이 그나마 풀린건지 '자리로 가봐요 그럼' 이라고 한 상사가 그자리에 털썩앉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백팩 가방끈을 다시한번 고쳐잡은 그는 힘없이 터덜터덜 자리로와 앉았다.
"오늘도 지각이냐? 우리 파트타임 도경수씨 조만간 짤리겠네-"
기분이 풀리기도 전에 옆자리로 쪼르르 달려와 비아냥대는 동료 백현의 말에 가슴에 참을인자를 새기는 그였다. 세번참는자에게는 복이 있을지어이. 큰 눈을 부릅뜬채 백현을 노려보자 경수와 맞먹는 큰눈을 부라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하아, 도움이 안되는 새/끼. 라고 중얼대던 경수는 더 큰한숨을 내뱉으며 책상위로 이마를 박았다. 저런 새/끼한테도 공적인 자리에서 조아려야 한다니. 자신의 신세를 불쌍하게 여기고는 머리를 한껏 헝크려트렸다. 백현은 나름 이 회사 옴므의 정직원이였고 경수는 파트타임 직원일뿐이였다. 말이좋아 직원이지 알바생에 불과한 위치였다. 새삼 자신의 위치를 느낀 경수는 자리에서 몸부림을 쳐댔다.
"도경수씨 오늘 회장님 오더에요 늦으면, 아시죠?"
말끝에 알수없는 미소를 지은 박대리가 경수의 어깨를 톡톡치고는 바쁘게 어디론가 나갔다. 알죠, 이번에 늦으면 파트타임이고 뭐고 길바닥에 내쫒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죠. 저번에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십분 지각을 했단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렸으니 얼굴도 모르는 회장님이지만 얼마나 깐깐한지를 알수가있었다. 경수는 파트타임의 심부름꾼이긴 했지만 이래뵈도 회사안에서는 옴므 회장의 악세사리를 배달하는 회장직속부하직원이기도 했다.
오더종이를 손에 쥔 경수는 마른입술에 침을 축였다. 오늘도 어마어마 하시네. 종이에 적혀진 공을 세보던 경수는 혀를 내둘렀다. 이번꺼는 잃어버리면 완전 끝장이겠네 끝장. 털모자를 푹눌러쓰고 백팩에 종이까지 꼼꼼히 챙긴 경수는 힘찬걸음으로 회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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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새하얀이불속에서 무엇인가가 꼼지락 대더니 이내 동글동글한 머리통 하나가 밖으로 툭하니 나왔다. 아무도 듣지않는 상황에서 오분만, 오분만을 중얼대던 남자는 힘없이 이불을 밀어내고는 욕실로 들어섰다.물을 틀자마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수증기에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회장님
..
회장니임-
..
차,찬열아
..
어딘가 모르게 인상을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 그의 비서 종대는 오늘 역시 조마조마한 운전을 하고있다. 마지막으로 회장님 하고 불렀을땐 대답이라고는 아왜! 뭐뭐뭐! 그래서 왜 계속부르는데! 라는 신경질적인 대답뿐.
"ㄱ,그게 오늘 쥬에 회사랑 디너 잊지 마시라고.."
종대가 말을 끝마치자 아랫입술을 비죽하고 내밀었다. 어딘가 모르게 뜨거운 시선에 백미러를 통해 찬열이 앉은 뒷좌석을 보니 역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노려보고있었다.
"김종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오는 찬열의 모습에 살짝 주늑든 목소리로 응..? 하고 대답을 했다.
"내가 입술 삐쭉대지 말랬지 잘릴래?"
잘릴래. 저말은 말끝마다 달고사는 말이라 종대는 무서울리가 없었다. 오늘 아침부터 좋은아침이 아닌 잘릴래? 부터 들은 종대니 말이다. 느에느에 알겠쯥니다, 저 고집불통을 누가 말려. 어린아이 한명 키우는 셈치고 일을 하자 마음 먹었던 종대의 다짐이 더 굳어지는 시점이였다. 찬열도 그럴것이 어린나이에 자수성가 한다고 많이 힘이 들었을테고 그 자리를 지켜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말로 이룰수 없다는 것을 종대는 잘알고있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타 회사들에게 세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는 그에게서는 어릴적부터 알던 자신은 유일한 안식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열심히 회사를 향해 차를 몰던 종대가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창문을열었다. 경수씨!!!!!! 하고 부른 그곳에는 짐을 한아름 든 경수가 힘겹게 걷고있었다. 종대의 부름에 큰 눈을 한껏 뜨며 어! 김경호원님! 하며 아는척을 해왔다.
"김종대 뭐하냐, 안가?"
의자에 등을 기대 눈을 감은채 잠을 청하던 찬열은 소란스러운 종대의 목소리에 미간을 좁히며 종대를 쳐다봤다. 그런 찬열은 보이지 않는지 경수와 웃으면서 대화하는 종대였다.
"경수씨 어디 다녀오시는 길인가봐요?"
종대의 물음에 인상을 팍쓰던 경수가 입을 열었다.
"아 그게 회장님이 오늘도 오더를 이만큼씩이나.."
하고 울상을 지으며 들고있는 쇼핑백들을 들여보였다.
"회사 차 안써요?"
"오늘 정기검진이래요.."
입술을 쭉 내밀고 눈을 축 내린 경수가 순간 차에 가까이 붙었다.
"종대씨 회사가시는 거죠! 그쵸!"
경수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을 눈치챈 종대기 슬몃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곳에서는 죽일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찬열이 있었다.
"ㅇ, 어쩌죠 경수씨 회사가는게 아니라 개인업무 보러가는건데.."
어색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종대가 경수의 표정을 보기 미안했는데 죄송해요!라고 외치고는 잽싸게 창문을 올려 악셀을 밟았다.
"쟤 뭐야, 회장비서한테 차태워달라는건 무슨 생각이야. 못생긴게"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뒷유리를 통해 낑낑대는 경수를 끝까지 보던 찬열 말했다. 그런 백현을 더 아니꼽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종대는 생각했다. 지가 극비로 내 직책을 알리지 말고 회사 경비원으로 알리자 했던건 기억이 나지않는건지, 회사에 면접을 보러온 경수를 보고 놀려먹기 좋겠네 라며 정직원이 아닌 심부름꾼으로 뽑은것도 기억이 안나는건지, 저런 사람에게 우리회사의 미래를 맡겨도 좋을까. 라고. 찬열의 끊임없는 불만에 고개를 휘휘 저은 종대는 유하게 핸들을 돌려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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