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엑소유치원! prologue |
오늘부터 일하게 될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
원장님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후에 노오란 병아리색 팻말이 걸려져있는 망고반 문 앞에 섰다. 문에 작게 나있는 투명한 창너머로 노오란색 명찰을 달고있는 쬐끄만한 아이들이 보인다. 자그마한 손을 연신 꼼지락거리며 블럭 성을 쌓는 백현이. 그런 백현이 옆에 앉아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뚱한 표정으로 점차 커져만가는 성을 바라보고만 있는 찬열이. 빨간 피아노 덮개를 목에다 두르고 칼을 휘두르는 세훈이. 「나는 영웅세훈이다! 악당들은 물러나라!」 영웅놀이에 푹 빠진 세훈이가 백현이와 찬열이를 악당취급하며 칼로 성을 와르르 무너트리자 어디선가 달려와서 세훈이를 꾸짖는 준면이.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져버린 블럭 성을 바라보며 금세 백현이가 울먹이자 찬열이는 아까와는 180도 달라진, 마치 엄마에게 뺏겼던 장난감을 다시 돌려받은 듯한 표정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백현이를 달랜다. 백현이가 안놀아줘서 섭섭했던 거야? 아이고. 결국 백현이가 와앙하고 크게 울음을 터트리고말았다. 밝은 첫인상을 남겨 유치원의 최강 여신 선생님으로 등극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첫인사도 없이 아이부터 달래야할 처지. 그래도 천사같은 우리 아이들! 기다려라. 선생님이 간다!
힘차게ㅡ혹은 박력있게ㅡ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이 덕에 소스라치게 놀라고말았다. 어휴, 종인아. 문 앞에서 이러고 있으면 안돼요. 「응. 어? 처음보는 사람이다.」 오늘부터 종인이랑, 망고반 친구들과 함께 할 선생님이에요. 쪼그려앉아 시선을 마주하고 종인이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결국 무표정. 머쓱함에 종인이의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려 팔을 뻗으니. 「내 머리는 경수형껀데요.」 응? 경, 경수? 자신의 이름을 듣기라도한건지 바닥에 누워 동화책을 읽고있던 경수가 고개를 퍼득하고 들더니 동화책을 살포시 덮고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그리고는 종인이의 얼굴에다 대고 삿대질을 하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물론, 아무리 바락바락이라도 내가 보기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깡깡! 짖어대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종인이 너! 또 선생님들한테 못되게 굴었지!」 헉. 이게 뭔 일이래. 그 무표정하던 종인이가 표정을 사르르 녹이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형. 나 선생님 예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 그쵸, 선생님?」 그‥그래. 경수야. 종인이 정말 착하네. 왠지 맞장구를 안쳐주면 안될 것 같은 검은 오로라를 종인이에게서 느껴버렸다. 내가 종인이를 칭찬하자 경수가 밝게 웃으며 정말? 하더니 손뼉을 짝짝치기 시작했다. 어이구, 잘했어요. 우리 종인이. 그리고는 경수가 손을 뻗는데 자연스레 종인이는 머리를 내어준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모르게 더욱 의지가 불타오른다. 나도 언젠가 종인이가 저렇게 머리를 내어줄 날이 올지도 몰라! 종인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혼자만의 상상에 푹 빠져있다보니 경수와 종인이가 곁에서 멀어진지도 몰랐다.
「종인아. 너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으니까 칭찬 스티커 받아야하는 거 아니야?」 경수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러자 종인이가 아! 탄식을 내뱉고는 선생님, 칭찬스티커 주세요! 하며 나에게 달려온다. 그래! 칭찬 스티커. 칭찬 스티커로 종인이의 마음을 사로잡는거야. 종인이에게 참 잘했어요가 적힌 보라색 스티커를 꺼내 내밀었다. 종인아, 어서 나에게 머리를‥! 「스티커 필요없어요. 경수형 맞장구 쳐주는 거거든요. 그냥 주는 척만 하세요. 스티커 아까우니까.」 종인이가 멀어진다. 내 마음 속에서도 멀어진다. 나의 불타던 의지도 꺼져간다. 방실방실 웃는 경수 옆에 꼭 붙어 동화책을 집어든다. 형. 나 동화책 읽어줘. 그렇게 말하는 종인이의 눈빛이 말하고있다. 나는 동화책같은 건 안 읽어도 되지만 형이 나한테 동화책 읽어주는 거 좋아하니까 읽어줘. 난 경수형 좋아하니까, 경수형이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 아차. 잠시 까먹고 있었던 백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오늘부터 일하게 될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은 좀 무리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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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엑소둥이들의 애긔애긔한 모습을 보고싶어서 지른 픽입니다. 매우 똥손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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