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07
성공적인 데이트라면 데이트였다. 남녀 단둘이 영화 보고 밥… 은 먹지 않았지만 걷기도 하고 이게 뭐 데이트 아닌가? 물론 친구끼리도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데이트라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데이트였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교실을 들어오려던 찰나 저기… 하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나를 부른 남학생은 곤란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얼굴로 도영이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흔쾌히 알았다는 답을 주고는 교실로 들어섰다. 저 앞에서 정재현과 이태용과 함께 있는 도영이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뭐가 그렇게 웃긴 지 고개까지 젖히며 웃고 있었다. 도영이는 웃을 땐 몸을 가만히 안 두네. 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걸었다.
"도영아."
저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 방금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도영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나는 그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손가락으로 뒷문을 가리키니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린 도영이가 아- 따위의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뒷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사실 괜찮았다고 믿고 싶었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모두 틀렸다는 사실이 될까 무서워서 나는 한동안 도영이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건 도영이 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멀어졌다. 그런 우리 사이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하고 있는 건 정재현이었다.
"너네 무슨 일 있었어?"
"… 아니."
"그럼 이 상황 뭐야 대체?"
나도 묻고 싶다. 엉엉. 말을 거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멀어지는 건 싫어서 언제 한 번 내가 도영이를 부른 적이 있다. 그때 도영이의 표정이 첫 만남 때 봤던 그 표정과 똑같았다. 도영이의 동그란 그 눈과 말을 할 때마다 어색하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도영이는 나를 다시 피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나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말을 걸면 응? 어… 응 따위의 간단한 대답이라고 하던 도영이는 나를 대놓고 피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도영…"
"이민형 나도 같이 가!"
내가 부르려고 할 때마다 자리를 급하게 피한다던가.
"이따 매점이나 갈래?"
"그래."
"어…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처음의 말을 꺼낸 건 정재현이요 그 뒤론 나의 대답이었다. 이번에도 도영이는 자리를 피했다. 어디 갈 때 빼는 성격이 아니던 도영이기에 주변 친구들이 쟤 왜 저래? 하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 이유가 모두 나인 것 같아서 나는 죄인 마냥 고개를 푹 숙였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 도영이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걸음의 폭 차이 때문에 저만치 앞서나간 도영이를 따라잡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거리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을 때 나는 복도 한가운데에서 네 이름을 불렀다.
"야 김도영."
근데 이렇게 목소리가 크게 나갈 줄이야. 이건 좀 미스다. 내 목소리에 너는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눈을 마주했다. 이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나는 멈춰 선 너에게 다가갔다. 그 걸음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우뚝 멈춰 선 내 모습에 너는 그런 나를 빠안히 쳐다봤다. 그리고 나도 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지만 꾹꾹 눌러 담았던 그 질문을 이제야 꺼내본다.
"너 왜 나 피해?"
"…."
"내가 뭐 잘못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뱉고 나니 속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그런 나와 달리 너는 내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입을 열었다.
"… 피한 적 없어."
거짓말이다. 두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도영이는 말하기 싫은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너 지금 나 피하고 있잖아 근데 왜 피하는 건지 나는 진짜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네가 말해줄 수 있을 때 꼭 말해줘. 툭 튀어나온 깔끔한 문장에 내가 말하고도 놀랐다. 나는 그 자리를 미련 없이 떠났다. 나를 보는 네 눈빛은 화남 따위의 부정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도영 focus
"재현아 나 어떡해."
"그러니까… 니가 김시민을 좋아한다는 거잖아 지금."
쉬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을 가려다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점점 그 곳을 향해 걷고 있었고 그런 내 눈에 모습을 보인 건 다름 아닌 정재현과 이태용, 그 둘이었다. 그리고 들리는 김시민 네 이름에 나는 다시 돌아가려던 걸음을 멈추었다. 이태용이 시민이를 좋아한다. 그 말 하나가 돌아가려던 내 발을 붙잡았다. 이태용의 얼굴을 환했고 그와 달리 정재현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 뒤로는 김시민 네 이야기를 하는 이태용의 모습이 이어졌다. 조잘조잘 거리는 모습이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엄마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듯 마냥 즐거워 보였다. 교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걷는 것마다 왜 이렇게 힘든지 발이 무겁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너를 피했다. 피하고 싶어서 피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너를 보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 또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따위의 걱정이 앞서 그냥 피했던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에 너는 당황했으며 너 역시도 나를 피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멀어져 갔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쿵쿵 쳐댔다. 이걸 정재현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가벼운 한숨이 짙은 한숨으로 이어져갔다. 그렇게 지낸 지 일주일이 되던 날 너는 나를 불렀다. 네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이 되게 반가웠다. 하지만 좋아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자기를 왜 피하냐는 네 질문에 나는 답을 주지 못 했다. 태용이가 널 좋아한대, 그래서 나는 널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마땅한 답이 없기에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물었다. 멀어져 가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들리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어니언's
안녕하세요. 사실 인티 정지를 먹고 나서 쓰던 글들이 다 사라졌는데 그 중 좋사있도 날라가버렸죠... (말잇못)
그래도 혹시나 아직 좋사있을 기다리는 독자님이 계실까하여 내용은 싹 고쳐서 새로 썼습니다.
급하게 쓰느라 두서없고 정신 없는 점 .. 죄송합니다 ... 그리고 정말 생각보다 더 늦고 늦은 점 정말 죄송해요 ㅠ_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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