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립니다! 공은 오른쪽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갑니다! 네 강다니엘 선수! 한국시리즈 7차전을 끝내는 투런포를 때렸습니다!]
[타이거즈 팬들이 8년간 듣지 못 했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017년 KBO리그 우승자는…]
듣기 싫어서 꺼버렸다. 말도 안 된다. 7차전 8회 초,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팀은 7대 3으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망할 불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8회말에 3점을 줘서 7대 6으로 8회말을 마치더니 9회말에는 2점 홈런을 맞아 그대로 지고 말았다. 이 망할 콩의 기운의 팀, 도대체 몇 년동안 콩의 자리에 만족하려고 그러는 건가? 그리고 저 강다니엘인지 뭔지 하는 선수는 크보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거의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선수였다. 분명하다, 저 팀에서 거의 신인급 선수일 거다. 근데 그 선수에게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러려고 내가 야구를 봤나.
멘탈이 붕괴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올해는 우승을 하겠구나! 저 팀 불펜은 약하니까 털 수 있을 거야! 하면서 자축의 의미로 사온 케이크가 냉장고 속에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을 보다 저 케이크를 보니 더 슬퍼졌다. 아아아, 우리 팀은 우승 할 수 있긴 할까.
강다니엘은 왜 끝내기 홈런을 쳤는가?
A. 최악의 첫인상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성우야…. 강다니엘이 누구야 왜 그런 선수한테 끝내기 홈런을 맞아?"
[거기 코어 유망주랬나. 올해 22살. 내년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어서 면제 받을 가능성이 큰 새로운 유망주지]
"심지어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아, 올해는 우승 보고 싶었는데…."
[괜찮아 내년 시즌도 있고!]
"이 팀은 안 돼, 벌써 삼 년이야. 1위팀은 매년 바뀌는데 우리는 항상 2위야!"
홍진호의 기운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작년은 이해했다. 부동의 1위팀이던 팀이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으니까. 그래 그렇다 올핸 작년 1위 팀이 약간 부진하길래 기대했다. 현실은 아니었다. 작년 턱걸이로 가을야구에 올라간 기아 타이거즈라는 팀은 한순간에 다른 팀으로 바뀌어서 시즌에 나타났다. 리그 탑을 달리는 선발진과 하위권의 불펜진 이런 언밸런스한 투수진과 막강한 타자들로 이 팀은 독주 1위 체제로 갔다. 우리는 항상 2위였다. 1위가 삽질해서 연패를 달리면 우리가 알아서 졌다. 1위팀에게는 졌던 팀들이 우리팀에겐 위닝시리즈와 스윕을 가져갔다. 멘붕의 현장이었다. 1위와 2위의 차는 점점 벌어져갔다. 보면서 느꼈다. 이 씨발같은 콩팀.
그래도 저건 정규시즌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린 지고말았다. 그것도 끝내기 홈런으로.
다음날, 하필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광주라 주변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준우승을 한 팀의 팬은 낄 수 없는 분위기가 거리에는 돌고 있었다. 더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 스터디 모임을 하기 위해 학교로 가면서 보이는 축제의 현장은 더더욱 끔찍했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스터디 하는 친구들은 전부 야구에 관심이 없거나 기아가 아닌 타 팀을 좋아했으니까. 별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급하게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놀라 쓰러지고 위를 쳐다보니
"어어 죄송해요. 많이 다치셨어요? 아 어떡하지. 선배 잠시만요! 사람하고 좀 부딪쳐서"
안절부절하는 얼굴, 남들과는 많이 다른 피지컬, 딱봐도 운동선수라고 느껴지는 저 체구. 그리고 낯설지 않은 얼굴. 아아, 알았다. 저 사람이다. 어제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 당황해서 뭐라 말도 안 나왔다. 아무리 광주 시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선수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그리고 이런 나는 아무생각 없이 한 단어를 내뱉고야 말았다.
"끝내기…."
"하하, 아 알아보시네요.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진짜 괜찮아요? 여기 밴드 있으니까 상처라도. 선배! 혹시 약 있어요? 제가 밴드는 있는데 약이 없어서"
저 하하라고 말하는 웃음은 무엇인가. 게다가 알아보시네요 하는 저 말은! 하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강다니엘은 광주에서 슈퍼스타였다. 내가 들은 것도 있으니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밴드를 왜 주지 하는 마음에 의아해하다 내 무릎을 보라는 말에 보니, 오마갓 이건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잠깐 넘어졌다고 이렇게 피가 나나. 그래서 아까 그 안절부절하는 웃음을 보인 건가.
강다니엘이 선배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약과 밴드를 더 구해오고 난 대충 받아오는대로 간단한 처치를 했다.
"아 어떡하지 제가 바로 어딜 가야해서, 병원이라고 가야 되는데, 아 어떡하죠 진짜. 아"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 바쁘신 것 같은데 빨리 가 보세요!"
"아니 그래도. 여기 피도 나고 그래서."
그러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와 볼펜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적어서 나에게 건내주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했더라 지금은 급한 일도 있고 그래서 계속 못 있어줘서 미안하다면서 혹시 큰일 생기면 여기로 전화한다고 밥이라고 한 번 사겠다고, 이 말을 마친 강다니엘은 선배들 틈사이로 껴서 사라졌다. 물론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이 연락처로 연락을 거는 일은 없을 거다. 내가 미쳤다고 어제 날 심란하게 만든 장본인하고 마주앉아 수다를 떨겠는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존나 잘생겼네 진짜... 크보 아이돌 역사에 이름을 올릴 듯."
혹시나 하는 말인데 나 얼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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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늦,"
"여주 선배 너무 늦었잖…"
"여주 뭐하다가 이제…"
늦게 나타난 나를 보며 한 소리 하려던 사람들은 내 처참한 무릎을 보고 다들 입을 다물었다.
다들 입을 다물 정도로 내 무릎은 처참했다. 물론 강다니엘이 준 밴드나 그의 동료들이 하나씩 준 것들 이용해서 간단한 치료를 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했다. 몰랐는데 오면서 벌어졌는지 약간씩 피가 났다. 하나둘 정신 차리기 시작한 스터디 멤버들이 나에게 다가왔고
"도대체 어디서 다친 거야?"
"선배 진짜 미쳤어?
"미쳤다 진짜 미쳤어..."
단체로 미쳤다는 남발하는 멤버들의 향해서 대충 설명 했다. 오다가 급하게 달려오는 기아 선수하고 부딪쳤는데 엄청 피가 났다 그 선수 강다니엘 선수고 엄청 미안해하면서 밴드와 약을 엄청 줬다 그리고 엄청 급해보이길래 그냥 보냈다 순간 화가 났는데 느꼈다. 여긴 광주다. 기아 타이거즈의 연고지, 여기서 화를 냈다가는 난 큰일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니라고 뭐라고 하기 좀 그랬다. 대신에 번호를 주더라. 물론 난 이 번호를 사용 절대로 안 할 거다. 이런식으로.
"여주 선배 그 선수 엄청 싫어할 것 같은 데 더 싫어하겠네 무려 어제 끝내기 홈런 친 선수잖아"
"당연한 거 아니냐? 어제 나한테 막 하소연 하던데 콩의 팀! 콩의 팀! 이러면서"
입을 진짜 꼬맬까...
어찌저찌 내가 아픈 상태에 있는데 공부를 어떻게 하냐면서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 우리 스터디 멤버들은 그대로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자면서 나에게 남은 밴드와 약 그리고 어딘가에 버려져있던 붕대를 들고 와서 왔다. 아무리 봐도 붕대를 감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래야 빨리 건강해진다며 나에게 강요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내 치료가 다 끝나고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해산하자면서 나가는 저 세 명을 보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모임…. 진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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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잡담은 처음이라서 떨려요.
팀은 현재 1위인 기아 타이거즈와 2위인 엔씨 다이노스에서 따왔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팀이 엔씨고 다니엘이 기아. 저는 저 두 팀... 중 한 팀을 좋아합니다 대충 알 것 같긴...... 덕분에 속이 터질 것 같아요. 한국시리즈의 모티븐는 기아가 우승했던 09년도 ㄴㅈㅇ 선수 끝내기 홈런, 다니엘은 부산 사람이지만 모티브는 서울고 출신인 ㅊㅇㅈ 선수입니다.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전학을 갔다는 설정. 나이는 ㅊㅇㅈ 선수가 한 살? 어린가 하여튼 그래요 여주가 엔씨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차후 공개가...!
여기에 나오는 현실 야구 선수들은 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
야구 용어 모르는 거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알려드립니다!
좋아하는 팀 하소연도 받아요 저 크보 짱 좋아해서 다 받을 수 있음.
여주가 광주에 사는 이유는 그냥 엮으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아 선수들이 광주에서 그렇게 많이 보인다는 친구의 썰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광주에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