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의 철벽이 또라이한테 통할 것인가? H 노래 꼭 재생하고 읽어주세요 ♥ H 아빠의 장례식 이후 현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것이 불현듯 머릿 속에 자리 잡았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과외 알바, 그러니까 대휘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거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에 둥둥 떠다녔다. 아, 어떻게 하지, 하며 곧장 대휘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싶어 꺼두었던 폰의 전원을 켜고 들어가면 우진이에게 문자가 와있길래 바로 확인을 했다. [ 선배, 그 때 정신 없으실 거 같아서 대휘 알바 이모한테 잘 말해놨어요, 걱정 하지 마시고 다음 주부터 출근하시면 될 거 같아요.] - 17 박우진 우진이의 문자를 읽고 불안했던 맘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또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진이에게는 매번 빚을 지는 기분이 들었다. 임영민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듣고, 되려 우진이에게 죄책감만이 증폭하는 지금 난 또 내가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히 다 챙겨준 우진이가 더럽게 신경 쓰였다. 아, 그래 밥이라도 사야지. H-1 그래 솔직히 임영민과의 관계에 있어 기대를 했냐고 묻는다면 그래 기대했다. 설렜다, 왜냐고? 내가 1년을 넘게 짝사랑한 임영민이 내가 좋다고 말을 했으니까, 뭐 임영민이 그런 말을 한 게 취중이든 취중이 아니든 내게 그런 게 결단코 중요할 리 없었다. 그냥 임영민이 내가 좋다잖아? 그래 내겐 그냥 그 사실이 중요했다. 근데, 지금 너 나랑 장난을 하니? - 기억 안 난다고? - ... 어, 근데 왜 무슨 일 있었냐? - 와 야 너 진심으로 기억 안 나냐? - ...... 왜 이래 불안하게, - 내가 진심으로 영민아 욕을 끊으려고 했는데, - ...., - 너 개같아, 짜증나. 그래 이렇지 뭐, 임영민이 이렇지 뭐. 언제 달랐던 적이 있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임영민을 죽어라 노려봤다. 그러자 영문도 모르겠단 표정으로 자꾸 뭐냐 묻는데 얼굴에 숙취에 쩔어 보였다, 근데도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임영민 얼굴을 보면 화도 안 나는 내가 우스웠다. 그렇게 임영민과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이제 막 도착한 건지 박우진이 눈에 보여 곧장 일어나 박우진에게 향하려던 참이었다. - 야 어디 가, - 남이사, 내가 어디가든? 술 때문에 하나도 기억 안 나는 임영민 님이 무슨 상관이세요? - 이 정도 삐친 거면 내가 잘못했네, - 아 예, 이제 아셨어요? - 이제 알았어, 그니까 심술 좀 그만 부려. 그래서 너 어디 가냐고. - 우리 우진이한테 간다, - ... 아주 다정하게도 부른다? 그새 친해졌냐. - 응 네가 술 처먹고 우진이랑 잘해보라고 판 깔았어, 됐냐? 벙 쪄 있는 임영민을 두고 앞으로 다가가서 박우진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이었다. 근데 갑자기 동기 한 명이 내 팔을 잡고 끌고 가던 탓에 박우진과 멍청한 표정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기는 강의실 밖으로 나와 두 손을 모은 채 내게 내밀었다. 아 또 뭐야, 불안하게. - 뭐, 왜, 싫어. - 야 나 말도 안 했거든? - 아 오키, 그럼 말 해봐. - ... 여주야, - 응 싫어. - 아 좀! 들으라고! 평소 이상하던 부탁을 많이 하던 동기라서 불안한 눈빛에 냅다 거절부터 하고 보니 아프지 않게 나를 때리면서 말을 이었다. - 남소 좀 받아주라, 제발. - ......., - 알아 너한테는 하늘이 두동강 나도 머리가 깨져도 임영민인 거 아는데, - 아는데? - 얘가 자꾸 너 프사 보더니 일주일 내내 너 소갸 좀 시켜달라고 카톡 테러한다고, 노이로제 걸릴 지경임. 나 좀 살자. - 그래서 너 살자고 날 팔아? - 미안하다. - 여튼 난 싫다? - 아 왜, 혹시 아냐? 너 소개팅 받으면 임영민이 질투할 지도 모르잖아, 야 그냥 이용한다 치고 소개만 받고 나와. 어차피 걔가 소개만 시켜주고 까이면 그냥 자기도 넘긴다고 했어. - .... 아 싫다고! - 야 근데 얘가 은근히 또 잘생겼다? 또 성격도 좋아, 친구로 지내기 좋을 걸? - 나 친구 충분해, 안 그래도 더 이상 남사친은 필요 없거든. - ... 야 치킨 7번 쏠게, - 콜. - ........, - 치킨에 넘어간 건 아니고, 이런 게 참우정 알지 친구야? - ...... 그래, 꺼져. 아 번호랑 사진은 톡으로 보내줄게, 이름은 옹성우야. 그래 뭐 치킨 7마리에 남소 한 번 정도는 아주 좋은 경험이자 개이득인 셈이지. 그렇게 친구의 지갑을 열어제낄 생각을 하며 대화를 마친 뒤 강의실로 들어와서 박우진에게 다가갔다. - 아 저 우진아, - 네 선배, 안녕하세요. - 주말에 시간 비어? - ... 네? - 그게 네가 대휘 과외도 신경 써주고 아빠 일도 그렇고 고마워서,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 ... 아 그러실 필요 없으신데, 그래도 선배 주말에도 볼 수 있는 기회니까 감사히 얻어 먹을게요. - ... 그래, 왜 박우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 죄책감이 느껴지는 거지, 저릿한 마음이 자꾸만 한 켠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 좋다는 듯 웃는 우진이를 보면서 따라 웃음을 지었도. 우진이와 약속 장소와 알바 때문에 저녁에 만나야 되겠단 소소한 담소 아닌 담소를 마친 뒤 걸음을 돌려 언제나 지정석인 마냥 창 밖에 앉은 임영민의 옆자리로 다가갔다. - 박우진한테 갔다 온다더니 밖에서 뭐하고 왔냐, - 야 너 나한테 관심 있냐? 내 동선 다 꿰고 있네? - ....., - 아니 그냥 동기 부탁 좀 들어주고 왔지. - 야, - 뭐. - 근데 너 요새 그거 왜 안 해? - 뭘? - ... 뭐 영민아 좋아해, 이런 거 일절 안하네? 임영민의 말에 5초 가량을 멍 때리다가 이후에 입을 가린 채 소리를 내며 웃음을 뱉었다. 임영민의 귀가 곧장 빨갛게 물들었다. 아 새끼, 귀여운 맛도 있네. - 야 너 귀엽다? - 내가 아직 술이 좀 덜 깼나 봐, - 야 영민아, - 뭐. - 짱 좋아해, 알지? 아 나도 중증이다 진짜, - ........, - 진짜 좋아해, 완전 세상 최고로 널 좋아해. - ..... 아 알았어 이제 그만해, 임영민의 빨갛게 물든 귀도, - 진짜 사랑해, - .... 아, 임영민의 당황한 말투도, - 근데 영민아 이제 나 살짝 일방은 아닌 것도 같은데, 아니야? - 몰라, 묻지 마. - 알았어, 네가 묻지 말라면 그래야지! 아니 어떤 모습도 다 좋아서 주체가 되지 않았다. H-2 꼴에 난생 처음 소개팅이라고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 여간 웃긴 게 아니였다. 아니 그리고 내가 왜 이게 떨리는 거지? 실상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라고 단정을 짓고 옷장에서 예쁜 치마와 블라우스를 꺼내고, 깊이 박아두었던 고데기도 꺼내고 화장도 하고, 이상하게 의문도 모를 설렘에 혼자 뻘짓을 해대며 꽃단장을 했다. 그래 때론 세상을 낙관적이게 살아갈 의무도 있는 거지, 하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늘어놓던 중 내 꽃단장에 가장 큰 원인이었던 동기의 전화를 받았다. - 뭐, - 전화 받는 말투 참 예쁘기도 해라. - 비꼬는 말투도 못지 않게 예쁘거든. - 그래 됐고 너 예쁘게 꾸미긴 했지? 아 아니다 츄리닝만 입지 마라, 그거면 됐다. - 뭐래, 나 지금 영민이 보러 갈 때보다 더 예쁘게 꾸밈. - 오 웬 일? 임영민 알면 질투 좀 할 지도 모르겠는데? - 야야, 내가 진짜 설마하는 마음에 노파심이 들어서 하는 말인데 임영민한테 소개팅 말하지 마라. 어? - 왜? - 아니 좀 그렇잖아, 지조 없어 보이고. - 지조 없는 건 아니지 네가. 그 철벽에 머리를 몇 번 부딫히고도 그러고 있는데, - 그니까 말하지 말라고, - 야 진짜 유감인데, 이미 말함. - ... 어? - 말했어, 저번에 그 전공 수업 때 걔가 와서 너랑 뭔 얘기 했냐길래. - ........ 야 끊어, 뭐지 이 서운함은? 왜 술 마시고 그렇게 고백했으면서, 물론 본인은 기억은 못하지만 아 헐, 막 임영민 주사가 거짓말이라던가, 아니 사실 나도 임영민의 주사를 잘 모르긴 하는데 거짓말은 좀 아니다. 그래 그 때 말고도 간간히 오해할 법한 말들을 많이 했었잖아. 근데 내가 소개팅을 나가는 걸 알면서 한 번을 언급도 질투도 안 해준 임영민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알면서 어떻게 그러지? 아니 좋아한다는 말 왜 요새 안하냐면서 귀엽게 군 게 누군데? - 아 이게 되게 억울하네, 그냥 이렇게 된 거 나한테 소개팅을 즐기자라는 생각 밖에 안 남아 있었다. 됐어 그냥 임영민 개 망해라, 내 연애 인생도 다 망했어 진짜. * - 안녕, - 아, 안녕? 어색한 미소가 유지된 채 말을 이었다. 예의상 받은 연락처로 카톡을 이어가던 사이라 말은 처음부터 놓은 상태였다. 물론 옹성우라는 놈의 공이 90% 아 아니 95%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카페를 도착하기 전까지 길게 어색함과 침묵이 있을 거라 상상을 했지만, - 나 너 진짜 소개 받고 싶었어, - 왜? - 예쁘잖아, 어색함은 단 1%도 존재를 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잘생기고 조금은 차갑게 생긴 이미지와 달리 확실히 동기 친구의 말마따나 되게 인싸 같은 성격을 지녔음이 틀림 없었다. 물론 내 성격도 딱히 친화력이 없거나 극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기에 딱히 장애물은 없었던 거 같았다. - 야 근데 미안한데, - 뭐 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 ... 어? 알아? - 소개 시켜달라고 하니까, 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처음에 거절 당했거든. - 아니 근데 왜 자꾸 소개 시켜달라 그랬어? - 어차피 너도 일방이라며 그러니까,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니니까? - .... 헐 야 완전 팩트 폭력이다 너. - 그리고 그냥 어차피 안되면 친구로라도 지낼 수 있잖아. 성우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일방이라며, 사귀는 사이도 아니니까. 그래 맞지, 근데 왜 자꾸 이 놈의 자존심이 툭, 툭 건들여지는 느낌이지. 물론 이게 성우 때문이 아니라 뭔가 임영민과 나의 관계에 있어 조금은 발전이 됐다고 생각을 한 나 때문이었다. 뭔가 스스로 착각한 걸 깨달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 근데 착각하게 할 행동을 한 건 너잖아, 네가 그런 행동과 말을 내게 서슴없이 해놨잖아, - 근데 성우야, - 어? - 나 연애 상담 좀, - 뜬금 없이? 야 그래도 나 너 좋아서 소개 받으러 나온 사람인데 너무 거침 없이 거절하는 거 아니냐? - ... 앗, 그랬나. - 아니 그래 일단 말해 봐, 나 이런 거 좋아함. - ... 아니 남자가 술 먹고 좋다고 신경이 쓰인다고 그러고서 기억을 못 해, - 쓰레기네. - 야, 아니거든? 아 됐고 또 들어 봐. 내가 매일 좋다고 막 했다가 요즘 들어 그런 말을 딱히 안했거든, - 응, - 근데 갑자기 좋아한단 말 요새 왜 안하냐 그러고, - 오, 그럼 관심 있는 거 같은데? - 아니 근데 고백을 해도 그냥 별 말도 안하고, - 응. - 너랑 소개팅 하는 것도 알면서 아무 말 안해. - 답 나왔네, - 뭐, 뭔데. - 나 갖기는 싫지만 남 주기는 더 싫은 거지. - 야 아니거든? 우리 영민이 그런 애 아니거든? 그런 애 아닌 건 내가 제일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왜냐면 나 좀 기대했던 것도 같아. 네가 한 번쯤은 제대로 질투를 하겠거니 하고, 나는 말야 영민아, 열 댓명의 남자가 구애를 해도 네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그런 생각을 해. * 누군가 그랬다. 여자는 남자가 꼬이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라고, 어릴 땐 그저 아 그게 뭐야, 나한테 존재는 하는 거야?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에 다다라서 묻는 다면 당당히 외칠 수 있다. 그래 그런 시기가 있다. 주변에서 나를 보고 과팅이나 소개 좀 시켜달라거나, 길 가다가 번호를 따인다거나, 갑자기 나를 좋아한다는 후배가 생긴다거나, 1년을 철벽치던 놈이 철벽을 허무려는 태도를 취한다던가, 나를 찼던 구남친이 나를 만나러 캠퍼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던가, 좀 이상하게도 성우와의 소개팅을 마친 뒤 임영민과 굉장히 서먹해졌다. 이건 순도 임영민의 탓이 100% 아니 200% 였다. 왜냐면 누가 봐도 티가 나게 나를 피했거든, 저렇게 날 피하는 놈의 행동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내 앞에 앉던 놈은 티가 나게 정세운 앞으로 갔고, 강의실에서 내가 옆에 앉으면 바로 폰을 꺼내 들으며 이어폰을 꼈고,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던 탓에 친구로 지내기로 한 옹성우에게 자꾸 상담 아닌 상담을 하면 옹성우는 또, - 내가 리얼로 확신한다, 걔는 쓰레기야. - 어, 끊어. 이런 통화의 반복이랄까,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이 이유 모를 추격전에 대해 끝을 봐야겠다 싶었다. - 여주야. - ........, 강의가 끝나자 마자 바로 강의실을 나가는 임영민을 따라 가 팔목을 붙잡은 순간 낯선 목소리 하나가 귀에 꽃혔다. - ... 잘 지냈어? 그래 구남친의 등장이었다. 물론 나도 저 오빠도 서로 좋아서 사귀었다기 보단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등 떠밀려 사귄 거였고, 그냥 보여주기 식의 연애라 딱히 큰 감정도 없었고 연애라고 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감정이 없었던 탓에 좀 그랬지만, - ... 뭐야, 웬 일이야? - 너 보러 왔어. 잘생긴 건 여전하구나 싶어 그냥 말문이 막힌 채 시선을 구남친에게로 던져놨다. - ......, 그러다가 잡고 있는 팔목이 두 눈에 들어왔고, 임영민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오빠와 나를 번갈아봤다. - 누군데. - 어? - ... 누구냐고. 근데 왜 너 꼭 질투하는 것 마냥, 아, - ... 아, 전남친이랄까? 하하, - ........ 뭐냐. - 어? -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 .... 아니, 그래 임영민 저 눈빛은 100퍼센트 질투의 눈빛이었다. - .... 아 짜증난다 좀. - 어? - 야 너 주변에 남자 졸라 많다, - ......., - 좆 같게 진짜. - ..... 아니, 왜 욕하냐. - 야 너 남소는 왜 받았냐, 내가 진짜 찌질해서 안 물으려다가. - ......., - 아 됐다, 몰라 그냥 간다. 빨갛게 물든 임영민의 귀를 요새 자주 보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 옹성우한테 상담하면 이번엔 우리 영민이 쓰레기란 소리는 안 듣겠다. 근데 저 새끼 생각 해보니까 웃기네, 아니 왜 지가 화내는 건데? 긴 다리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임영민의 뒤를 급히 따라가는 중에 팔목에 기분 나쁜 촉감이 맞닿았다. 앞에 병풍 마냥 두고 있던 구남친의 손이었다. - .... 아 오빠, - 여주야 얘기 좀 하자. - ... 어 반갑진 않은데 겉치레 식으로 인사는 해야되니까 오랜만이다 오빠, 잘 지냈어? - 어, 잘 지냈, - 그럼 형식적인 인사는 끝났으니까 나 가볼게. - 여주야. 얘기 좀 하자, - 난 오빠가 여기 왜 온 건지는 모르겠거든? 근데 지금 보다시피 오빠한테 쏟을 시간 없고 굉장히 바쁜데 손 좀 놓고 오빠 그냥 갈 길 가면 안될까? - 얘기 좀 하자니까? - 아니 우리가 딱히 좋은 사이도 아니고 마주하고 대화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 할 말이 있어. - ... 우리가 딱히 그렇게 깊은 연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막말로 오빠 외로워서 여자가 필요해서 온 거면 번지수 잘못 찾은 거 같으니까, - 야, 김여주. - 그냥 쪽 당하지 말고 갈 길 가. - 너 성격 왜 이렇게 변했냐? 예전엔 하자고 하면 다할 것 같이 순진해서 예뻤는데, - ... 뭐냐, 되게 기분 나쁜 말인 거 알지? - 맞잖아 너, 오빠 오빠 거리면서 좀만 더 꼬셨으면 될 거 같았는데 그 때 하필 소연 누나가 나한테 고백하는 바람에 너 차긴 했는데 아쉬워서 왔더니 애가 변했네. - 오빤 여전히 쓰레기네? 좀 변하면 좋았을 텐데 - 야 그냥 곱게 좀 가자고, 기분 나쁜 말들과 불쾌함의 연속. 아니 내 인생은 왜 좋은 날이 이어지지를 않아, 꼭 짜증 폭탄을 선사해주는 신에게 아주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지경이었다. 잡힌 팔목을 가까스로 빼내고 대화를 이으면 놈의 손이 어깨에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 미친 새끼 잘못 만났다 싶었다. 애초에 고등학생 때 1달 정도 밖에 안 만난 놈의 찌질함을 내가 보고 들어야 하나 짜증이 나던 차에, - 아, 내가 두고 가는 게 아니였지. - ....., - 어깨에 손 치워. - ... 상관 없는 분은 그냥 가시죠. - 내가 왜 상관이 없어, - ......, - 너한테 굳이 우리 관계 설명할 가치 못 느끼고, 그냥 그 손 치우라고. - ... 아 짜증나게 진짜. 어깨 넓고 키 큰 임영민의 몇 마디에 쫄아 되지도 않는 허세를 곧장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구남친의 뒷모습은 찌질의 극치였다 진짜, 내가 저런 놈을 만났다니. 최근 엮였던 놈들 가운데 저렇게 찌질한 놈도 없었는데, 속으로 빅 엿을 날리며 째려보다 날 부르는 목소리에 영민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 야, - 영민 나 걱정 했어? - ... 왜 자꾸 그러냐. - 뭘? - 너 아버님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냐, 아님 그냥 나 간보는 게 재미있어서 그래? - ... 아니, 뭔 말을, - 아니면 왜 이유도 없는 소개팅에, 정체 모를 구남친에 번번이 사람 신경을 쓰이게 만들어. - ... 아니, - 일부로 내 앞에서 박우진 얘기를 꺼내거나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편을 들거나 하고. - ......, - 지금 너 되게 장난 치는 거 같아. - 영민아, - 너 나 좋아하긴 하냐? - ...., - 아니면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쫓아다니는 게 좀 용기 있어 보이고 멋져서 해보는 거야? - 야, 임영민. - 그냥 네가 애초에 날 좋아한 적은 있었냐? 마지막 그 한 마디는 꺼내면 안 됐지, - 좋아한 적 있었냐고? - ......, - 말 참 곱게 나가게 말한다 진짜. 적어도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면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 술 먹고 이 감정 저 감정 다 꺼내놓고 기억도 못하고, - ......, - 좋아하냐는 말 요새 안해주냐고 해서 하면 아무런 대답도 없고, - ......, - 소개팅 나가는 거 알면서 단 한 번의 언급도 없었으면서 그 후로 피해다니는 네가, - ......, - 내 앞에서 감정으로 운운할 자격이 있어? - ... 야, - 야 넌 내가 너 좋아하는 게 우습냐? - ......, - 난 매번을 진심으로 표현 했는데 넌 그거 다 장난이라고 생각했겠네, - ... 아니, - 야 난 뭐 쉬운 줄 알아? - ......, - 아 그래 됐다, 맞아. 이게 딱 우리 관계잖아. 넌 못된 말 하고 난 상처 받고, 요새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 내가 착각했네. 이게 일상이었잖아 우리. - ......., - 넌 네가 던지던 모든 말들 기억은 하니? - ...., - 난 다 기억해, 근데 그게 좋아하는 척을 하는 거라고? 적어도 네가 나의 감정을, - 내가 너한테 표현한 모든 말들을, - ...., - 난 매일을 곱씹고 생각하고 밤새면서 준비하는 말이였어. - ....., - 너한텐 늘 듣는 익숙한 말이겠지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누구보다 진심인 걸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 김여주, - ... 지금 너 졸라 보기 싫으니까 그냥 내가 꺼질게. 실망이 컸다. H-3 임영민과 다툼을 하고 도망치듯 광장을 빠져나왔다. 울컥거리는 감정을 억지로 삼켜냈다. 분명 기분이 좋았는데, 또 임영민에 의해 감정이 한순간 뒤바꼈다. 늘 그랬었다, 영민이로 인해 좋았다 슬펐다 좌우지간 난 임영민의 손 안에서 놀았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잘못을 한 건 없었다. 내가 일부로 영민이에게 질투 유발을 했던 것도 아니였고, 우진이에게 미안하지만 나를 좋아해달란 것도 아니였고, 성우 소개를 받을 때에 나는 싫다고 몇 번이고 거절을 했었으며 구남친 보고 찾아와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임영민과 이런 문제로 다퉈야 하는 건지 이해가 당최 되지 않았다. - 아 존나 서러워, 그냥 서러움 감정이 물 밀려왔다. 그렇게 꾹 참고 삼킨 감정들의 폭발한 건 박우진을 봤을 때, - 선배, 왜 혼자 있어요? 아까 영민 선배랑, - ........, - ... 울어요? 아직까지 이유를 몰랐다. 왜 널 보면서 꾹 참던 눈물이 터졌던 걸까, 왜 네 어깨에 눈물을 적시고 있는 걸까. 시간이 흘러도 알지 못할 감정들과 행동들엔 터무니 없는 변명만이 잇따랐다. 익숙한 얼굴을 봐서, 안심이 되서 터진 눈물이었다고 그렇게 생각을 했다. - .... 아, - 다 울었어요? - ... 응, 미안. 옷 다 젖었다. - 뭐 덕분에 선배 안았으니까 괜찮아요. - ....., - 아 농담인데 하나도 안 웃기나보네. 멋쩍은 미소를 흘리는 우진이를 따라 작은 미소를 지었다. 바람이 박우진의 머릿 결에 찰랑이며 스며 들었다. 붉은 머리에 손을 올려 머리카락을 두어번 만진 뒤에야 나의 행동을 자각했다. 1년 전의 임영민 머리 색과 너무 똑같아서 자연스레 머리카락으로 손이 향했었다. 그때의 영민이는 아닌 척 싫은 티를 냈지만 실은 머리카락을 만지는 걸 좋아했었단 걸 잘 알았다. 왜냐면 매일 바라보던 그 뒷모습 속에 항상 조금의 미소를 머금은 게 보였기에, - ... 아, 미안. 머리 색이 예뻐서. 근데 매번 마주하던 영민이의 뒷모습과 달리, 앞에서 환하게 웃는 박우진이 눈에 가득 담겼다. - 머리 만져주는 거 좋아요, - .... 아, - 아 좀 이상하긴 한데. 그리고 그런 박우진을 바라보다가 이유도 없이 난 우진이에게 말을 뱉고 있었다. 못된 말들을 가득 담아서, 그렇게라도 정이 떨어졌으면 싶었던 걸까. 사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임영민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우진이한테 푼 거였을까. 여튼 난 내가 받은 상처를 되려 우진이에게 박히게 만들었다. 매번 날 배려한다고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는 우진이에게, - 넌 왜 묻지도 않아? - ... 네? - 왜 우냐고 뭐 때문에 기분 안 좋냐고 궁금하면 물어 봐, 왜 필요도 없는 배려를 하는 건데? 기회 달라면서. 왜 뭐 하나도 안 해? 너한테 배려가 기회니? - ........, - 뭘 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기회를 달라는 건데, - 답은 정해져 있는데, - ....., - 제가 하면 달라지긴 해요? - ......., - 선배도 진짜 너무하다, - ......., - 부담 덜 주려고 억지로 꾹 참고 있는데, 그렇게 말을 하면 참고 있던 제가 바보된 거 같잖아요. - ......., - 제가 표현하면 힘들 거는 선배 뿐이니까, - ...., - 세 명 다 힘들 거면 혼자 힘든 게 나아서 그래서 참았는데, - ......, - 하나도 몰라주냐 진짜. 담담하게 말을 하는 박우진이, - ......, - 기회는 주실 생각이었어요? - ...., - 아니 근데요 선배 저한테 몇 번이고 화풀이는 해도 되는데요, 제발 울고 다니지는 마요. 어쩌면 나보다 훨씬, - 자꾸 상처 받지 마요, - ...., - 그래야 되잖아, 아니에요? 아픈 짝사랑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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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왜 자꾸만 의미 없는 인물이 나오는 건가요? A1. 질투를 하게 만드려면 질투를 할 대상이 필요한데 더 이상의 남주 후보는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래서여 하핫,,, Q2. 글 빨리 써서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A2. 저는 시간이란게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어요, 저는 제가 철벽글 G편을 올린 지 3일 정도 밖에 안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나 지났더라고요 하핫, 그래서 급히 써가지고 와서 내용이 순 엉망입니다,,, 핑계 아니냐고요? 네 핑계 맞습니다. Q3. 이번에 밝게 쓰신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A3. 제가요 정말 초반에 밝게 썼는데, 성우 부분까지 밝게 쓰고 비지엠도 굉장히 밝고 달달했는데 한 부분에서 막혀서 다시 조금 다운된 음악으로 바꿔 틀고 쓰니까 진전이 되더라구요,,, 하핫 그래서 또 이런 결과를 가지고 왔어요, 어쩜 저는 자꾸 애들을 싸우게 만들고 짠내나게 만들고 그럴까요... Q4. 영민이를 왜 나쁜 사람 만드는 거죠? A4. 저번 암호닉 신청 때 둘의 싸움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핑계2),,, 여주는 불도저라 웬만한 말에도 영민이를 좋아해서 나쁜 애를 만들었어요, 미안 영미나,,, 내가 널 참 조아해,,, Q5. 복습 겸 본인 글을 다시 읽어본 소감 A5. 굉장히 엉망이고, 무슨 욕이 저렇게 많은 지. 읽다가 너무 재미도 감동도 1도 없도 두서도 없고 삭제할 뻔 했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독자님덜 감사드려요... 이런 글을 읽어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혹시 시간 나시면 구남친 세운이 글도 읽어주시고, 암호닉 신청도 많이 부탁드려요 암호닉 신청글은 하단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 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