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애 옹성우를 찾습니다
-본격 옹성우 데뷔 역스폰 로맨틱 코메디
"야 미친거야 정말? 왜 이제 오는데"
여주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자 마자 재환을 투덜걸기 시작했다.
"아니 이 카페 정문에서 엄청 멀단 말이야.. 이상한 카페만 찾아 너는.."
재환의 투덜거림을 받아치며 여주는 자리를 잡고 편하게 카페를 둘러보았다.
[열어줘 카페]
그냥 되게 평범하고 분위기있는 카페인데. 열어줘라면 워너워너 시절 녤라판타지아 오빠가 말버릇 처럼 했던 말인데.
'팬 여러분, 열어줘~' 하던 워너워너 오빠들 얼굴이 여주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무한대로 이어진 워너워너의 공백기로 인해
거의 강제 탈덕 당한 여주는 그 이후로 지나간 떡밥이나 주우면서 외롭고 쓸쓸한 덕질 외길 인생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주문하라고 투덜대는 김재환을 뜯어내고 막상 카운터 앞에 섰지만 처음 오는 카페인지라 여주가 한창 메뉴를 고민하고 았을 때였다.
"주문하시겠어요?"
여주가 카운터 앞에 선 것을 보고 재빠르게 포스기 앞으로 다가온 직원이 말했다.
"아 아메리카노 차가운 걸로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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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대체 김재환이랑 무슨 정신으로 뭔 말을 나누었는지도 모른채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까부터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 여주의 머리속에서 무한 루프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 아메리카노 차가운 걸로 하나요.....'
'네, 2500원 입니다'
'.....아..'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잔 나왔습니다,'
'..어어......'
분명 자신의 주문을 받고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준 사람은 옹성우였다.
여주가 고등학교 시절을 통째로 바친, 데뷔 티저를 보고 바로 입덕해서 무려 데뷔팬으로
불타게 덕질했던 워너워너의 춤꾼 바로 그 옹성우 말이다.
주문하고 커피 받고 커피 먹고 카페를 나설 때 까지 여주는 눈앞에 자기 최애를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재환만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분명 옹성우를 보게 된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머리속에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상상을 해왔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정말 아무것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커뮤니티에서 읽던 망상글도 아니고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지람.
"아니 뭐지 거기서 일하는 건가? 아님 촬영? 아닌것 같던데?? 알바? 직원? 사장? 아니 무슨 말이라도 할걸.."
처음 간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전직 아이돌 옹성우를 발견한 것도 여주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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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당분간 활동 정지야, 그렇게들 알아둬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하는걸로 하고"
당시 사장님의 말은 옹성우를 포함한 워너워너 멤버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사장님, 저희 2집이나 디지털이라도 내는걸로 말씀하셨었잖아요..2월에.."
리더인 부기의 애처로운 설득에도 사장님의 판단은 지금 배우들을 밀어줘야 할 때라고 확고하였다.
결국 워너워너는 너야너로 데뷔함을 끝으로 활동을 접을 수 밖에 없었고, 긴 공백기를 맞으면서
성우와 멤버들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자연스레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성우는 드라마 단역을 맡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연예계 생활을 어느정도 접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하게 된 곳이 [열어줘 카페]
같은 멤버였던 녤라판타지아네 큰 형이 하는 카페라고 소개 받아 일하게 되었는데, 대학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냥 저냥한
카페였다. 성우는 이렇게 잠깐 일하다가 다시 멋지게 연예계에 새로 데뷔하여 힘차게 재기 하는 꿈에 부풀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도 전직 아이돌이었던 것이, 누군가가 알아봐 주지는 않을까
늘 기대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성우였다.
'아 방금 지나간 사람 나 좀 쳐다본 것 같은데, 아 나 좀 알아보려나'
'정말 워너워너 팬들은 다죽은 걸까 어떻게 알아보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까'
'나 본다!! 본다! 아닌가, 아니..'
이렇게 매번 누군가 자기를 쳐다보거나 조금 관심 가지는 것 같으면 혹시나 자신의 팬이 아닐까 싶은
성우의 마음과는 다르게 데뷔때나 반짝 떴던 워너워너의 멤버를 사람들이 알아볼리가 만무했고
4년쯤 된 공백기에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에, 옹성우를 기억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아무도 없는게 당연했다.
그나저나 옹성우가 생각하기에 어제 왔던 손님은 정말 자기를 알아본 것 같았단 말이다.
옹성우로 말할 것 같으면 활동하던 시절 예능에서 눈치게임만 했다 하면 늘 1등먹었던,
본인이 말하기를 센스넘치는 눈치백단 되시겠다. 그런 성우가 볼때 어제 오후에 방문했던 여자 손님 한명은
심상치 않은 동공지진을 보였기에 분명 자신을 알아 본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 부기야, 나 성우"
"어어 일 끝났어? 통화 간만에 하네"
"어 아까. 넌 뭐 별일 없고?"
"그냥 오디션 준비하는거 알잖아"
괜히 씁쓸해 지는 성우와 부기였다.
"부기 넌 뭐 알아보는 팬분들 같은거 없냐"
"몰라 밖에 잘안나가 하핫"
아니 글쎄 부기야 정말 빅뉴스야 이건
"부기야 어제 카페에 온 손님이 나 알아본 것 같아 진짜진심"
"뭐 싸인이라도 해줬어?"
"아니 아무말도 안하긴 했는ㄷ,"
"망상좀 작작"
뚝
성우는 부기가 오디션 준비하더니 착한애가 참 까칠해졌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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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줄 긋고 어디가냐 아침부터"
"재환아 니가 상관할 일이 전혀 아니란다"
"민현이 형 만나?"
"다시 말하지만 제발 민현오빠한테 들러붙을 생각도 하지마"
"나 저번에 형이 밥사줬다고!!!"
오전 수업이 끝나고 시비를 걸어오는 김재환을 뿌리치고 여주는 서둘러 정문을 나섰다.
여주는 고민해 본 결과 좀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카페에 잠복하기를 택했다.
'열어줘 카페..여기다 여기'
그저께 왔던 카페에 슬쩍 들어와 자리잡은 여주는 구석자리에서 카운터 뒤쪽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아직 안온거 같은데..? 직원 아닌가, 촬영이었나? 아닌데, 활동도 안하잖아, 하루만나온건가.."
궁시렁 거린지 40분쯤 지났을 때인가, 딸랑 하고 카페 문을 열고 옹성우가 등장했다.
"형, 저 왔어요, 좀 일찍왔는데.."
"어 10분 늦었잖아, 녤이 한테 말해서 너 자른다"
성우와 사장님이 장난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여주는 지금 자신이 들은게 실화인지 매우 궁금했다.
'아니 방금 녤이 라고 했잖아?? 아니 옹오빠 여기서 일하네..?진짜네, 아니이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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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여주는 성우가 일하는 시간에 맞춰서 여러차례 카페를 방문하며 얼굴 도장을 찍었고,
케이크와 커피를 무더기로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직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케이크 여기 윗줄 다 주시고, 아랫줄에 있는 건 다 포장해 주세요. 우선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이따가 나갈 때 테이크 아웃 5잔 더 할게요"
"아가씨는 항상 뭘 이렇게 많이 시켜?"
사장님은 싱글벙글 했지만 성우는 자기만 쳐다보는 여자가 정말 자기를 알아본다고 확신을 굳혀가고 있었고,
그리고 김재환은 여주가 테이크아웃 해오는 커피를 몽땅마셔야 하는 불행한 나날들을 겪고 있었다.
"미친아 제발 커피좀 그만사와, 니네 호텔 커피도 해 이제???"
"그냥 좀 먹어, 나중에 설명들어"
"아니 일주일 내내 니가 사준 커피 먹다가 피가 까만색이라니까??? 야!!"
여주는 결심했다. 이제는 자신이 옹성우의 오랜 팬임을 밝혀야 겠다고.
'염탐은 그만하고 당당하게 외쳐야지 옹성우 당신의 팬입니다!'
혼자 깔깔 웃으며 좋아하는 여주였다.
대망의 디데이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여주는 혹시라도 사람이 몰릴까 조금 이른 시간에 카페를 찾았다.
성우는 왠일로 이른 시간에 찾아온 여주의 주문을 받으러 카운터로 나왔다.
"어서오세요 열어줘입니다, 주문 하시겠어요?"
여주는 4년전 첫 팬싸를 갔던 마음으로 힘차게 너야너 앨범을 내밀면서 말했다
" 옹성우 팬이에요! 너야너때 부터 좋아했어요
싸인해 주세요!"
성우는 싱글벙글 반 놀람 반인 얼굴을 하고 여주를 쳐다보았다.
"저 아세요??"
내 최애 옹성우를 찾습니다
드디어 찾아 헤메던 최애 발견과 동시에 내새끼 다시 춤추고 노래하게 무대위로 올리자
여주의 본격 옹성우 재기 스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제가 스폰 해드릴게요"
"예..?"
"우선 이거부터 받으세요"
여주는 양손가득 들고왔던, 고구려 호텔 베이커리 쇼핑백을 내밀면서 말했다.
빵으로 가든 찬 쇼핑백을 떠넘기듯 건네 받으면서, 성우는 어느 팬의 빵 100개 조공으로 인해
멤버들과 목구멍이 막히도록 빵을 먹어제꼈던 4년전의 기억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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