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녕.." 안녕. 내 이름은, "너 나 알아? 너 뭔데 말걸어." 이재환..인데. "어, 아니 그냥 같은 반 친구.." "지랄하네 쓰레기가." 어? 난 쓰레기가 아니라.. "아 썅. 야, 치워." "귀찮게.. 안녕 친구?" 어, 친구다. 나를 친구라고 해줬어. 그럼 나도 친구라고 해줘야지. "안녕, 친구야." 예쁘게 웃어도 줘야지. 먹을 것도 나눠 먹구. 근데 좀 무섭게 온다. 손가락을 뚜둑뚜둑 하고선 주먹을 쥐고. "니 볼좀 만져도 될까? 응?" 대답하려고 했는데.. 시간을 안줬다. 웃어주려고 했는데, 기회를 안줬다. 머리가 땅에 닿았다. 어지러워서 눈을 꼭 감았다. 보이진 않았지만 귀로는 들렸다. "장애인 새끼가 어딜 기어들어와, 어?" "아 저새끼 맞는 것 좀 봐 존나 웃겨." 나 지금 맞고있나보다. 새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게. 엄마가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는데. 아, 근데 너무 아프다. 시리고 따갑고 춥고 그렇다. "원식아, 그만 해. 홍빈이 너도." "차학연?" "이홍빈, 형소리는 어디다 팔아먹었냐 응?" 웅성대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내 다리를 치던 친구의 발도 없었다. 계속 나던 내 피의 냄새도, 그 형이 오고 난 후엔 나지 않았다. 그 형은 쓰러져서 기침을 하는 나의 눈에 맞춰 쭈그려앉았다. "명찰. 이재환.." "...아, 아파." "...잡어. 계속 누워있을거야?..재환,아?" 고개를 드니까.. 그 형이 웃고있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웃어줬다.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줬다.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줬다.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도, 내 책상이 다른 곳에 가있는 일도, 내 볼을 만지는 일도, 피비린내가 나는 일도, 학연이형이 온 뒤론 일어나지 않았다. "헝." "헝이 아니라 형." "아, 형." "응." "사랑해!" "시끄러." 시끄럽다고 하면서도 형은 형이 먹던 우유를 나에게 한입 건네주었고 혼자였던 하교길도 이제는 형과 함께였다. 근데, 그게 평생은 아니었다. "이재환. 너야?" "형?" "내 목걸이.. 니가 가져갔어?" 엄마얼굴 누나얼굴 아빠얼굴이 있었다. 정말 예쁘고 반짝거리는 목걸이였다. 항상 형의 목에서 달랑거렸다. 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목이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나 아니야. 진짜야.." "진짜야?" 형이 울먹였다. "진짜야, 헝. ..형." 나도 울먹였다. 무서웠다. 저 표정 그대로.. 이젠 날 만나러 와주지않을까봐. "찾아보자, 형. 어디서 잃어버렸어?" "아냐. 너한테 있어. 어서 줘, 장난칠 기분 아닌데." 형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근데 난.. 진짜 아닌데.. 형은, 믿고 싶어했다. 목걸이를 가져간건 나라고. 니가 아니면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형의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빨리 말하라고. 너잖아." "형, 왜 그ㄹ.." "이 냄새나는 쓰레기 새끼야. 빨리 안 내놔?" 형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나를.. 아프게 했다. "응, 나야.. 미안.." 형한테 없는 일로 미안해하고싶지 않은데. 왜.. "..그럴줄 알았어." 난 몰랐어. "학연이형.." 내 눈을 피한다. 꺼려했다. 불편해하고 싫어했다. "다신 보지말자. 이재환."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폭풍이 일었다. 그 폭풍은 너무나도 세서 어떻게 바로잡지 못했다. 순식간이었지만, 그 잔해는 오래갔다. 그 폭풍으로 누군가는 울었다. "차학연 그새끼. 이재환이랑 붙어다니는거알지." "뭐? 미친. 왜?" "몰라, 불쌍한가보지. 우리 배신하고 걔 편에 섰다니까." "헐, 야 근데 이홍빈 니 손에 있는건 뭐야?" "아 이거. 차학연 목걸이. 집에 가는 길에 버릴려고." "뭐?.. 그거 그형한테 소중한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래서 이짓하잖아." 형. 난 형때문에 살았어요. 이름불러주면서 머리 쓰다듬어줄땐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내 처음.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그냥.. 같이 옆에 있고싶었는데, 형 상황은 그게 안되었나봐요. 밉진 않아요. 조금.. 아팠을 뿐이에요. 회상하면, 참 예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고마워요. 괜찮아요. 그 힘든게 결코, 무의미한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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