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병 더 시켜. 김호진 죽여버릴거야"
"이수진 적당히 해. 아무리 그자식이 개자식이었어도 니 몸만 상해"
친구는 나를 급하게 말렸다.
나는 김호진이라는 똥차랑 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다.
아니 그 새끼가 바람을 폈다.
복수하고싶다. 복수하고싶어 미치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에다 술을 들이붓는 일 밖에 없었다.
"야 잠깐 기다려, 먼저 가면 진짜 나 너 다신 안본다. 나 화장실 갔다올거야"
"어 제발 다신 안봐주라 친구야"
친구는 웃으며 모진 말을 뱉어냈다. 나쁜 지지배 저러면서 부르면 또 나와준다.
"어...화장실... 화장실이 여기인가? 하핳 저 그림 되게 이쁘게 생겼.....아악....."
"이수진?"
하필 김호진 그새끼다. 하필 왜 지금 이 장소, 이 상황에서 만나냐고!!!!!!! 심지어 옆에는 바람난 새여친도 서 있었다.
나는 한 없이 초췌하고 못나 보였다.
그때 한 남자가 지나갔다.
나는 짱돌을 재빨리 굴렸고, 내 옆을 지나가는 한 남자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준호야!!! 준호야 나 오늘 많이 취한거 같아 나 집에 데려다 줄거지 자기?"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나의 눈 신호로 더듬더듬 맞춰갔다.
"당연하지 자기야. 그러게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말랬잖아. 집에 가자 자기"
그리고 그는 한 술을 더 떴다.
"아니다 그냥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가 가자"
나는 그렇게 그 사람과 팔짱을 끼고 술집을 나갔다.
"아 대박 김호진 표정 대박이었다. 그걸 찍어놓고 두고두고 통쾌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 남자가 앞에 있는 걸 까먹고 엄청 통쾌해 했다.
아 기억났다. 나 이 남자랑 같이 나왔지.....
아...........이 어색함 어떡하냐고ㅠㅠㅠㅠ
바람은 선선했고 어색한 공기는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실례했습니다. 죄송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그에게는 밝음의 기운이 철철 넘쳐보였다.
너무 천사같고 예쁜 웃음을 나에게 지어줬다.
"어...저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번호 ㅈ....."
"야 이수진 화장실 간다더니 왜 여기 있어? 걱정했잖아"
아............저 년을 죽일까?...........
그는 내 친구가 나를 나무라는 사이 좋은 웃음을 흘리며 사라졌다.
다음날....
아..........머리.......속.......토할거같아ㅠㅠ
어제 그렇게 무리하는게 아니였다. 역시 친구 말 들을 걸 그랬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았다.
"엄마 나 병원 갔다올게"
"이 앞에 내과 없어졌는데, 어디로 갈거야?"
"아 몰라몰라 나 갔다올게"
너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엄마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잠시후....
덜렁거리는 내과간판과 텅 빈 병원이 나를 맞이했다. 엄마 말 들어서 안 좋을게 없다 진짜
나는 결국 한 층 밑에 있는 소아과에 가기로 했다. 이대로 집에 가긴 정말 무리였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아기 우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 때 쓰는 소리........... 내가 있을 곳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별 수 있나ㅠㅠ 접수 할 때 간호사분이 살짝 당황하는 것을 봤지만 부끄러워서 모르는 척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고,
이수진님
"네~"
나는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경쾌하게 대답하며 들어갔다.
"어???????'
"어????환자분 어제???"
"잘 들어갔어요?"
그렇다....거기에는 어제 내가 강제로 이름을 준호로 개명시킨 그 남자가 앉아있었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