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 |
3
빼곤 별다른 말도 오가지 않았다. 아직도 수군거리는 것은 여전했고 누구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딱히 나서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레 시간은 지나갔다.
“밥먹으러가자.”
점심시간이 되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루한이 찾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비어있는 옆자리에 눈길이 갔다. 점심시간이 되면 빠르게 어디론가 가는 변백현은 막상 급식실에 가면 볼 수 없었다. 밥을 빨리 먹나, 뒷목을 쓸어내렸다. 오늘 급식에 고기나온다! 빨리 가자, 재촉하는 루한을 따라 교실을 나섰다.
식판을 내려놓자 그제야 먼저 앉아있던 오세훈이 보였다.
“먼저 와있었네?”
살갑게 묻는 루한과 대답하는 세훈을 보다가 숟가락을 들고 기름이 둥둥 떠있는 하얀 국을 휘져었다. 국은 밍밍하고 별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검도연습 잘되고 있냐, 그럭저럭. 세훈의 물음에 국과 반대로 짜게 느껴지는 반찬을 씹어 넘기며 대답했다.
“대회 참가해?”
짧게 이어지는 대화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왔는데 그만 먹게? 루한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입맛 없다. 잔반처리통에 급식을 쏟아 부었다. 쏟아지는 음식물들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
급식실을 나오고 익숙하게 보건실로 향했다. 보건실 문을 열자 따듯한 공기와 소독약 같은 알싸한 향과 음식냄새가 났다. 준면이 책상 위를 뒤적이다 눈을 마주했다. 때마침 잘왔다.
“이것 좀 백현이한테 전해줘.”
손에 바스락거리는 비닐을 쥐어준 준면은 다시 바쁘게 책상을 뒤적였다. 손에는 얇은 비닐로 싸인 약이 있었다. 묻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보건실을 나왔다. 따듯하게 히터를 튼 보건실을 나오자 한기가 몰려들었다. 아, 춥다. 중얼거리는 입 사이로 하얀 입김이 새어나갔다.
냄새가 진하게 났다.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약이 생각나 변백현의 책상에 약을 내려놓았다. 변백현은 팔에 무언가를 바르던 손을 멈추고 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다시 팔을 문질렀다.
“너 거짓말이지.”
조용한 정적을 깨트리는 질문에 창문가에서 변백현으로 시선을 옮겼다. 언제 말했었냐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백현을 빤히 쳐다보자 팔에 투명한 젤을 바르던 손이 멈추었다.
“냄새 안 난다고 했던 거.”
손에 진득하게 묻은 투명 젤을 닦아내고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어 아직도 김이 올라오는 물을 따라내는 동안, 변백현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백현이 바스락거리는 약봉지를 찢어내 한 번에 약과 물을 입에 털어 넣고 삼켜내는 새에 팔에 바른 투명한 젤이 하얀 막으로 변했다.
“흉터연고야.”
안 궁금했으면 됐고. 백현은 하얀 막을 몇 번 건드리다 올렸던 소매를 잡아끌었다. 소매 단추를 끼우고는 너저분한 책상을 치우던 백현이 약봉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오늘 청소당번한테 일러야겠다. 팔랑팔랑 떨어지던 약봉지를 보던 백현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오늘 청소당번 난데.”
실없는 말이 오갔다. 그리고 실없이 웃었다. 반에는 키들키들 웃는 소리만 작게 울렸다. 변백현은 ‘평범한’ 일반 남자애들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단순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오랜만이었다. 준면 외에 편안히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속이 편했다.
수업이 모두 끝났다. 담임은 어수선한 반을 수습하며 종례를 했다. 무단횡단 좀 하지말고, 딴 길로 새지도 마라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 계세요! 학교가 끝나 들뜬 목소리들이 들리고 우르르 빠져나갔다.
늘 학교가 끝나면 바로 달려오는 루한이 오늘따라 늦었다. 꺼놓았던 핸드폰을 키자 카톡이 여러 개 와있었다. 발신자는 모두 루한이였다.
[나 종례가 길어진다ㅠㅠ기달려]
모두 확인하고선 무료하게 액정을 이리저리 눌렀다. 꾸미지 않은 기본화면이 누르는 대로 따라 움직였다. 아직 가지 않고 남아있는 애들이 내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가방을 정리했다.
쾅, 뒷문가에서 큰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청소를 하던 백현을 중심으로 남학생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청소 좀 대신 해달라고. 협박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애들은 자신에게도 해가 될까봐 재빨리 교실을 빠져나갔다. 협박조의 말투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바뀌고, 음담패설로 이어졌다. 간접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변백현을 향한 말이었다. 쓰레기부터 시작해서 걸레까지 욕이 잔뜩 섞인 말을 가만히 듣던 변백현의 눈과 마주쳤다.
짧은 진동이 손에 울렸다. 핸드폰을 내려다 봤다. [나 끝났어, 지금 달려감!!] 지잉, 한 번 더 진동이 울렸다. [오센 오늘부터 연습한다고 먼저 체육관감] 미간이 좁혀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크로스백을 가로질러 매자 뒷문이 열렸다. 루한이였다.
뒷문에 우르르 몰려있던 남자애들을 훑어보다가 그사이를 비집고 내 쪽으로 왔다. 가자. 밝게 웃으며 말하는 루한의 뒤를 따라갔다. 루한은 굳이 뒷문으로 갔다. 딱히 돌아서 갈 생각은 없어서 나도 뒷문으로 갔다.
“도경수 잘 가라.”
변백현을 에워싼 무리들 중 하나가 말했다. 딱히 친하지는 않지만 어울려다니는 무리였다.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옆을 봤다. 바로 옆에 있던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또 그 눈. 뭐해? 오센 벌써 체육관가서 연습하고 있겠다. 루한의 말에 마주친 시선을 뗐다.
변백현을 향한 욕과 음담패설은 멈추지 않았다. 개중에는 툭툭 거리며 백현을 치는 손길도 있었다. 멍한 옆모습과 까만 머리통을 별 생각 없이 보다가 교실을 나왔다.
루한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였다. |
콘 |
ㅠㅠㅠㅠㅠㅠㅠ연이은 공구실패에ㅠㅠㅠㅠㅠㅠㅠ의지를 잃었네요ㅠㅠㅠㅠ분량이 또 똥...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뭔 일잇엇냐는듯ㅋㅋㅋㅋㅋ돌아오는 단세포..☆ 그나저나 도경수 나쁜남자 스럽네요 허허 암호닉 받습니다 쨌든 읽어주셔서 감44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