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강다니엘의 싸가지를 찾습니다.
w.한올한올
02
인생이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 평생 바라는 단 한가지.
평범하게 살다 죽을래요.
그날 이후 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수십명,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나의 뒤를 쫒는 꿈.
도망치려 애썼지만, 다리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난 끝내 그들의 손에 잡히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어쩌다 가끔 재수대가리가 나타나 자꾸 내 귓가에 속삭이곤했다. " 꺼져" 라고. 땅으로 꺼져 버릴것만 같은 그 중저음은 인정하기 싫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날의 추억 아닌 추억을 아무리 기억해내보려 해도 얼마나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한건지 딱 그 부분! 중요~한 부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날의 기억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보자.
남자친구의 3번째 바람을 목격하면서 지긋지긋 했던 4년 연애의 막을 내린 민정이를 축하하며, 클럽에 갔던건 기억이 난다.
유난히 힘을 준 원피스에 자신감을 한참 잃어 어두운 조명 아래를 전전했던 내 모습.
모르는 테이블 위를 기어 다니며, 마치 헹주짝 마냥 테이블을 닦던 민정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 맞아. 분명 그때는 기억나. 민정이가 창피해서 내가 쌩을 깠고...그 다음에... "
그다음에?
쉬가 마려워 화장실을 갔다. 비싼 양주는 엄두가 안나서 사먹지는 못하겠고, 주구장창 소맥만 때렸더니 10분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었지.
그리고 화장실을 나왔는데...
" 아 그냥 가면 어떡해요 누님~ 짝수 맞춰서 넣어드린건데. "
" 예? "
" 아 4번방이요. 괜찮은 테이블 잡아드린거니깐 가서 즐겨요. 누님 친구들은 아까부터 들어가서 재미보고 있는데.... "
" 아뇨, 저 아닌데.. 제 친구는 지금 한창 테이블 닦고 있을.. "
" 자자~ 빨리 들어가자고요. 오늘 들어온 비싼 양주 다 4번방으로 들어가고 있으니까~ 손해 볼것도 없고 놀다가세요! "
" 양..주요? "
" 진짜 누나한테만 말해주는데...선글라스낀 남자. 그 남자 옆에만 있어요.. "
" 왜요? "
기억났다. 나이트 삐끼가 화장실에 나온 내 어깨를 잡으며 했던 악마의 속삭임이..왜냐는 내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싫다는 나를 반강제로 4번방에 밀어 넣었지..
재수없게도 하필 4번방이 뭐람. 아무튼 내 친구 민정이도 있다하고, 비싸서 입에도 안대본 양주도 있다니깐 일단 가보고 좀만 있다 나오자 하는 생각을 했던것같다.
그래 그 생각을 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 형님, 이 누님 잘 부탁드려요. 오늘 제일 이쁜 누나로 붙혀 드린거니깐 실망은 안하실거에요 "
" 아니 저...우리 민정ㅇ... "
" 어. 나쁘진않네. "
삐끼가 4번방 문을 정중히 두드리곤, 나를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
남자 넷에 모두 짝짝꿍이 있는데 홀로 테이블 정가운데 앉아 담배를 뻐끔거리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옆에 나를 앉히고, 끝내 그 남자로부터 팁을 챙겨 받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남자가 그 남자인것같다.
" 따라봐. "
" ...제 친구 민정이 보셨나요? "
" ....뭐? "
" 걔가요 술은 진짜 약해서요..근데 이 술은 얼마에요? "
" ......뭐라는거야. 혹시 취한건가? "
" 제가요...소맥은 진짜 잘타거든요? 근데요..양주는 처음이라서..히끅...그래서 이거 "
" 골때리네.. "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패턴이었을것같다.
내 주사가 동문서답...이라서.
혼자 물어보고 혼자 대답하다가 또 대화주제를 바꿨다가 갑자기 되돌아왔다가 그냥 ..그래 그냥 바보 똥멍청이가 되어버린다.
" 마셔봐. 양주 "
" 근데요....잔이 왜 이렇게 작아요? "
" ....죽어보고 싶으면 글라스에 마시던가.. "
" 그럼 그쪽은 글라스에...양주를...가~득 담아서... "
굳이 저 멀리 있던 글라스를 가지고와 담았다. 고급 양주를 아주 가득.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 주며 짠......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 둘이 그렇게 취했던거구나.....내가 미친년이다...
...
여기까지가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에 머리를 쥐어 짜고 짜내서 기억해낸 전부. 그 이후로는 정말 필름이 끊겨 기억이 완전히 삭제되었고.
그 이후의 메모리는 나는 물론이거니와 그 남자 또한 없을 거라고 장담 할 수 있다.
그 이후 달라진것들은 없었다.
첫 경험 = 원나잇
이라는 공식이 한동안 나를 괴롭히는듯 하다가도 까짓 별거 아니네 라고 생각하려고 애쓴 후 부터는 정말 별게 아닌게 되어버렸다..
사실, 가끔 자다가도 이불킥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 한들 변하는건 없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고.
민정이에게는 의도치 않게 비밀이 되어 버렸다.
사실 말을 하려고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전화를 걸었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기도 전에 속시원히 털어 놓을 생각이었다. 사실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입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 난 혼전순결을 추구해! 꼭 지킨다 "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년인데 술먹고 자버림. 그것도 이름도 성도 모르는 싸가지랑..이라고
절대 못하지. 절대!
조용히 있자. 그냥 나 혼자 뭍으면 된다. 그러면된다.
얼마 전부터 모르는 번호들로 전화가 왔다. 나는 모르는 번호는 그냥 스팸 이라는 생각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 발신자가 뜨지 않는 번호는 받지도 않은채 모두 차단으로 돌렸다.
이것 또한 실수일줄은...
앞으로 나에게 무슨일이 펼쳐질지 조금의 예상도 , 아니 생각 조차도 못햇다.
[ 너 왜이렇게 전화를 늦게받아!! ]
" 아, 라면먹고 있었지. 왜? "
[ 넌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라면이 쳐 목구녕을 들어가냐!!!! ]
" 아 시발 또 왜 난린데!! 쳐 들어간다 어쩔래!!! "
[미친년아... 아이고 미친년아.. ]
" 아 진짜 미친자가 어디서 나보고 미친ㄴ... "
[ 너 지금 실시간 검색어 2위야!!! ]
...?
..........? 에?
내가 왜 실시간 검색어 2윈건데... 나처럼 평범한 집순이가 또 어딨다고.
나 뭐 안훔쳐 먹었는데...
배고프면 돈 주고 사먹는데...
" 푸하핫 뭐라냐...꿈꾸냐? "
[ 사태파악 안되지? 너 강다니엘이랑 아는사이 맞아? ]
" 뭐? 강다구? 뭐? "
[ 미친년아!! 장난하지말고!! 모델 강.다.니.엘 아냐고!!! 너 그놈 집엔 왜 갔는데!!!! ]
" .....야..끊어봐. "
[ 야!!! 김여주!! ]
거짓말...
내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않은 그 비밀...그 비밀이 왜 실시간 검색어가 알고 있는건데....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민정이의 전화를 끊었다. 네이년의 어플을 누르는 내 손가락이 덜덜 떨려왔다.
클릭과 동시에 감긴 내 눈.
제발..다 꿈이어라...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 강다니엘
2위 강다니엘 여자친구
3. 강다니엘 스캔들
4. 디스패치
5. 디스패치 사진공개
6. YG 케이플러스 공식입장
7. 비디오 파문
.
.
..
미친 좆됐다.
내가 그날 함께 했던 남자가 모델 강다니엘이라고?
유명한척 했던게 아니라 정말 유명한 남자였다고?!!!!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다니엘 스캔들을 클릭했다. 흥분되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데 나는 어찌할줄을 몰라 그냥 핸드폰을 꼭 붙잡을 뿐이었다.
클릭과 동시에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
나와 강다니엘이 그날 밤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는 사진들. 남자의 앞모습..그리고 내 앞모습...다행히 나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다행히는 개뿔, 나를 스쳐지나갔던 사람라면 딱 보고
어, 김여주 아냐? 라고 할만큼 그냥 나다. 그냥..누가봐도 나 김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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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올한올 입니다.
늦은 시간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용~
하 오늘 늦게 야근까지 하고 왔던 터라 매우 피곤한 상태지만
2화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힘이나서 빨리 들고 나타났답니다!!예이!!
거의 눈감고 써서....오타가 장난아니게 많을것같은데..
하나하나 고쳐가야겠어용 ㅎㅎ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시고! 신알신, 댓글, 좋아요 한번씩만 꾹 눌러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