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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착한 아내 나쁜 남편 A | 인스티즈


"급한 일 아니면, 찾지 마."

"...네."

"만일 다른 사람이 찾거든, 대충 얼버무려."

"네, 그렇게 할게요..."



여주의 대답에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살짝 푸르던 정국이 상체를 틀었다. 그렇게 정국은 여주를 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리고 여주는 붉은 하이힐을 신은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죄를 지은 사람인 양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감히 정국을 잡아서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까봐 떨리는 두 손을 맞잡고 떨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결국 정국이 멀어지는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때, 여주는 얼굴을 들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새하얀 두 뺨을 흠뻑 적셨고, 입술 위로 바른 빨간 립스틱은 뭉게진지 오래였다.

벌써 차갑게 식은 정국의 빈 자리를 보며 조심스레 한 손을 들어 날카로운 칼날에 스친 듯한 심장을 눌렀다. 정국이 가려는 목적지가, 그가 가고자 하는 행선지가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여주는 미치도록 괴로웠다. 그리고 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가지 말라는, 그 한 마디를 내뱉는게 무서워서 묵묵히 대답만 하던 자신을 떠올렸다. 한심하고, 바보같고, 멍청했다. 원망스럽고 뒤늦게 후회스럽고, 마음 같아선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싶었다.

여주는 허공에 대고 천천히 쉼호흡을 했다. 이성을 찾지 못 하고 흔들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 했다. 보는 눈이 듣는 귀가 많은 호텔 연회장에서 갖은 방법을 총동원 하여 호소를 해도 풀리지 않을 한이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산이나 바다에 가고 싶었다. 조용한 장소에서 한탄을 하면, 이 상처가 나아질까 싶어서. 예를 들어 이 곳이 산이라면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를 것이고, 이 곳이 바다라면 깊은 심해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영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주는 후자를 과감히 포기했다. 정국이 없는 바닷 속을 견디지 못 한 여주는 금세 육지로 올라올 테니까.



"여주씨?"

"...!"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음성에 흠칫, 하고 놀란 여주가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연한 초록빛의 샴페인을 따른 잔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지민이 반가운 듯 여주를 보고 있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지민이 서서히 여주와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여주는 눈치가 빠른 지민이 자신이 운 흔적을 발견이라도 할 까봐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상대방의 있지도 않은 의구심을 키울 것이라고 판단을 한 여주는 어깨를 피고, 억지로 딱딱하게 굳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 지민씨."

"정국이는 어디 가고, 혼자 있어요."

"저, 정국씨는 화장실 갔어요!"

"그 자식, 병원 한번 가봐야 하는거 아니에요? 너무 자주 가는데."

"꼭! 화장실이 그런 용도로만 쓰이는 곳은 아니니까요..."



여주는 배우가 아니었다, 또한 천성이 착한 탓에 거짓말도 능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주는 지민에게 더욱 필사적으로 정국에 대한 변명을 보따리처럼 늘어놓았다. 하지만 지민의 능글 맞은 말투 뒤에 숨은 꿰뚫는 듯한 시선에 여주는 점차 말 끝을 길게 늘였다. 지민은 정국과 여주의 사정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분명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일 뿐,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정국이 화장실에 간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여주는 정국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걸. 애초에 지민을 속이는 것은 무리수를 둔 셈이었다. 괜스레 비참해서 정국의 변호를 포기하고 바닥만 보는데, 이어지는 지민의 목소리에 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착한 아내 나쁜 남편 A | 인스티즈


"뭐, 여주씨가 그렇다면 그런거죠."

"믿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여주씨를 믿는데, 뭐가 고마워요."

"...그냥요."

"그러면 여주씨, 고마운 김에 저랑 같이 놀래요?"

"네? 하지만..."

"정국이도 늦게 나올 것 같은데, 어때요?"



지민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여주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그리고 지민의 제안에 입술을 감쳐문 채 고민을 하던 여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의 걱정은 단 하나였다, 섣부르게 지민을 따랐다가 사교 모임에 출석한 경제계 인사들의 눈에 띄는 것. 국내 경제의 든든한 디딤돌과 같은 존재인 AR 그룹의 작은 사모님인 여주가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와 다닌다? 그야말로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래서 여주는 꽤 우려가 깊었다, 그녀의 불찰로 정국에게 피해를 줄 까봐. 하지만 여주는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정국의 집안과 지민의 집안은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관계였다. AR 그룹의 전회장과 BT 그룹의 박회장이 흔히 말하길 비밀 따윈 없을 만큼 친한 소꿉 친구여서, 정국과 지민도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던 사이였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다. 오히려 여주와 지민의 사이를 오해하는 것이 더 이상할 따름이었다.

여주의 긍정적인 대답에 눈꼬리를 휘며 웃는 지민이 그녀를 이끌었다. 생각한 곳은 없지만, 지민은 어떻게 해서든 바닥으로 치닫았을 여주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낫게끔 해 주고 싶었다. 여주의 예상대로 지민은 그녀가 정국이 화장실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지민은 도저히 여주가 홀로 동떨어진 채로 있는 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민은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여주에게 놀자고 권유를 했다. 원래 지민은 웃음을 사고 파는 가식적인 연회장이 싫어서 집에 가고자 나왔다가 우연히 혼자 있는 여주를 본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연회장을 나온 목적을 잊은 듯한 지민이었다.




-



"그래서 제 친구가..."

"...지, 지민씨."

"...여주씨? 왜 그래요."

"우, 우리요... 그! 다른 길로 가요..."




여주는 이성을 잃은 듯 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파르르 떨리는 손 끝을 뻗어 지민의 옷자락을 붙잡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한편, 여주의 흔들리는 동공을 당황스러운 눈으로 보던 지민은 침착하게 태세를 변환했다. 먼저 왜 여주가 사시나무 떨 듯 공포에 물든 표정을 하고 있는지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그래서 지민은 조심스레  여주의 시선이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고, 이내 그 끝은 연회장과 거리가 있는 인적이 드문 테라스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민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지민의 초점에 잡힌 장면은 테라스 난간을 벽 삼아 격정적으로 입술을 맞추고 있는 한 남녀, 그리고 종이 한 장 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여자의 허리를 붙들고 있는 남자는 여주가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눈을 세게 감고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머릿 속에서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새겨진 각인은 지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체념하고 눈을 뜬 여주는 절망했다. 여주는 죽기 전에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정국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는 것이라고 답을 할 터였다. 그런데 벌써 소원을 이루었다. 비록 여주가 아닌 다른 여자를 보며 짓는 미소지만.

시야가 트이니 들리지 않던 것이 들렸다. 가늘게 흔들리는 여자의 미성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와, 끈적이게 혀를 섞는 소리가. 이미 이성은 여자의 머리채를 쥐어 흔들며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육체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멍하니 서서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를 지켜볼 뿐이었다. 헛웃음을 치는 동시에 눈가에 고인 눈물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 그리고 계속 이 자리에 있다가는, 심장에 어레스트가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 여주는 마저 지민의 옷자락을 뒤로 끌었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 한 상황이 펼쳐지자 여주도, 그녀를 봐서 화를 억누르던 지민도 얼어붙고 만다.




"...어머."

"..."




필사코 여주가 지민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여주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제스처가 제 3자가 보기에는 너무 간절해서 지민은 발이 땅에 박힌 듯 서서 여주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여주의 의지에 따라 테라스를 지나가던 인기척은 그녀 한 사람인 격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여주는 마주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하루만 몸을 바꿀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꾸고 싶은, 정국의 그녀, 희주를. 



[방탄소년단/전정국] 착한 아내 나쁜 남편 A | 인스티즈


"...너."



난데 없이 테라스를 울리는 희주의 외마디 비명에 정국이 뒤를 돌았다. 그러면 굽슬거리는 검정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정국의 아내가 물기 어린 눈으로 밀회를 즐기던 정국과 희주를 보고 있었다. 달을 담은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슬픔이 묻어 있었다. 그러자 구슬픈 곡조를 들은 것 마냥 가슴 한 켠이 아릿해지는 정국은 아파오는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한편, 여주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를 꾹꾹 누르는 정국은 귀찮은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시라도 빨리 정국의 눈 앞을 떠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국의 동정을 빙자한 한 줌의 정마저 무언가에 휘날려서 없어지고 말 것이다. 여주를 향한 정국의 일말의 정이 바닥을 보일 바에야, 차라리 여주는 인어 공주가 되기를 자처했다. 이웃 나라의 왕자님과 공주님을 위해 가슴에 날카로운 칼을 꽂고 물거품이 되어 바닷 속 아래 깊은 곳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미안해요..."




그것이 진정한 정국을 위한 해피 엔딩이고, 그의 행복이 곧 그녀의 엔딩이다.




-------------------------------------------


안녕하세요! 푸망이에요!

연애 조작 사기단을 올리고 나머지 두 소재를 빠른 시일 내에 올리기 위해 노력을 했건만...

이렇게 늦고 말았습니다...

연애 조작 사기단 A편을 읽어주신 독자님,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 모두 감사드립니다ㅠㅠ

치환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하시는 독자님이 계셔서 착한 아내 나쁜 남편 A편을 포함한 연애 조작 사기단 A편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이제 한 소재가 남았는데, 그 소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하게 쓰고자 하는 거여서 작가가 솔로인 탓에 공부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착한 아내 나쁜 남편 B편이 오늘 또는 내일 올라올 듯 합니다.

똥손인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착한 아내 나쁜 남편 A편...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뻔뻔)

그리고 읽어주신 독자님들, 제 사랑으로 부디 눈을 세척해주세요.

사랑합니다♥

브금이 첨부가 안 되서 첨부를 못 했는데, 너무 슬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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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조작 사기단과는 또 다른 매력의 글이네요! 대체 소재를 몇 개나 가지고 계신 건가요 작가님? 게다가 하나 같이 전부 소재가 좋아요ㅠㅠㅠㅠ 연애 조작 사기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반면, 이 글은 너무 치명적이어서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몰입해서 봤어요 신알신 하고 갈게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독자2
하아,,,여길 들어오다니,,,제 선택이 대단했습니다 ;ㅁ; ㅜㅠㅠ 다음편이넘나리보고싶아요
6년 전
독자3
와 너무 재밌어요ㅠㅜ 얼른 다음편 보고 싶어요..!!
6년 전
독자4
신알신하길 잘한 것 같아요!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 정국이 ㅠㅠㅠㅠ 나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이것은 대작입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6
헐 진짜 이건 명글 삘ㄹ입니다
6년 전
독자7
캬하ㅠㅠ 작가님 신알신 하고 가야겠네요ㅠㅠ
혹시 암호닉 받으시나요?

6년 전
독자8
헐 미쳤어요 축하해요 작가님...대작 탄생했네요❤️
6년 전
독자9
와...신알신하고가여..
6년 전
비회원16.150
와 재밌어요 캡챵
6년 전
독자10
흐어.......작가님 너무 분위기가 막 ////
6년 전
독자11
와 이거 짱이에요..... 작가님.... 천재짱짱맨...!!!
6년 전
독자12
푸망 작가님! 이제 전 작가님의 모든 글을 읽으렵니다...다 제 취향 저격이네요! 정국이, 지민이와의 사이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갈지 너무 궁금합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6년 전
독자13
진짜 저런남편안만날래요 여주가 너무 불쌍하잖아요ㅜㅠㅜㅠㅠㅠ
6년 전
독자14
헉!!!!재밌다재밌다 !!다음화기다릴게용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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