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태어났을때부터 지금까지 쭉 모든걸 함께 해왔다. 물론 학연이형은 우리보다 3살위인 형이다. 하지만 형 성격이 사교성이 좋고, 리더쉽에 굉장히 뛰어나서 나와 원식이를 잘 챙겨주고 잘 놀아줬다. 우리가 다섯살 유치원에 다닐때 형은 근방의 초등학교를 입학했고 우리가 고학년이 되었다고 형한테 자랑했을때 형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형은 바빠졌다. 모범생인데다가 나서길 좋아하는 형은 3년내내 반장이였고 학생회장을 했다. 형은 부모님이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였다. 그덕분에 형은 우리와 노는 시간이 줄었고 나는 형에게 알수없는 소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원식이는 형을 동경해왔다. 내가 혼자 형에게 토라져있을때 원식이는 어떻게든 형에게 연락해서 형과 만나고, 얘기하고…둘은 그렇게 지냈다. 난 둘사이에서 혼자 삐뚫어져갔고 우리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땐 난 그들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원식이는 점점 멀어졌다. 나는 현실에서도 어긋나기 시작했고 원식이는 그런 나를 항상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우린 같은 고등학교를 입학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나는 공부와는 전혀 거리가 먼 학생이였다. 툭하면 선생님한테 불려가 혼나고 수업시간엔 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러다 한번 크게 사고를 친적이 있었다. 결국 부모님까지 호출이 되었지만 엄마는 그런 나를 나무라지도, 혼내지도 않았다. 엄마와 단 둘이 집에 오면서 엄마는 한마디도 하지않았다. 엄마는 집에 들어와서 나보고 김원식네를 가라고했다. 난 내가 잘못한게 있으니 군말없이 김원식네로 향했다. 가는길에 계속 고민했다. 아씨 요즘은 아예 봐도 아는척도 안하는데 어떡하지 아 미치겠네. 진짜 미칠거같아서 머리를 막 헤집으면서 김원식집앞에서 몇분을 고민했다. 결국 얼어죽을순 없기에 난 김원식네 벨을 눌렀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 안녕." "……들어와."
김원식은 별 말이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난 조용히 김원식네 집으로 들어갔다. 김원식네 집은 생각했던것과 달리 조용했다. 내가 김원식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자 김원식이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부모님 없으셔. 출장가셨어." "그, 그래? 그럼 그 뭐냐.. 니 동생은?" "따라갔어." "아 그렇구나…"
또 다시 어색해진 집안 공기에 답답해 죽을거 같았다. 그냥 엄마랑 있을걸 내가 미쳤다고 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지? 나 진짜 병신인가봐… 김원식은 또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두어번 긁적이더니 방으로 쑥 들어갔다. 아아 미치겠다 미쳤어 이홍빈 여기를 왜 와 진짜 등신 쪼다새끼. 내가 한숨을 푹푹 쉬자 김원식은 갑자기 방에서 불쑥 튀어나와 내 주변에 털썩 앉았다. 난 놀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원식을 멍청하게 쳐다봤다. 김원식은 멍청히 바라보고있는 내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곤 큼큼 헛기침을 하곤 말을 꺼냈다.
"학연이형도 오늘 여기 와." "차학연?" "……어. 알아두라고 곧 올거야."
차학연.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였다. 딱히 듣고 싶던 이름도 아니였고 달갑지않은 기분에 인상을 찌푸리자 김원식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김원식은 내 이마를 꾹 누르며 인상펴. 한마디했다. 나는 또 바보같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대답할수밖에 없었다. 어, 어. 그러자 김원식이 웃었다. 웃었다…. 얼마만에 보는 김원식의 웃음인가, 김원식은 웃으면서 일찐 이홍빈 다 죽었네. 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득 옛날의 김원식 느낌에, 그리고 이상하게 좋은 기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차차 어색함이 풀려가는듯 했다.
차학연이 김원식집에 오기전엔.
차학연은 잔뜩 술에 취한채 김원식의 집에 기어오다시피 들어왔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차학연은 뭐라 뭐라 중얼거렸다. 김원식은 차학연을 부축하며 차학연의 비위를 맞췄다. 차학연은 내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는거 같았다. 차학연은 이젠 찡찡 거리며 김원식을 잡아당겼다. 김원식은 그런 차학연을 보고 웃었다. 아까와 같이 아니 나에게 웃어줬던것보다 기쁘게, 삐뚫어진 마음이 더 삐뚫어지고 있었다. 커져만가는 그런 마음을 아무도 붙잡아주질 않았다. 담배가 고팠다.
"시가 시가 형은 있자나…" "응, 형. 말해." "나느은 잘한다고 하눈건데에." "응." "왜애 뭐,어 내가 잘모옷했어?" "왜그래, 누가 괴롭혔어?"
그러자 차학연은 눈물을 터트렸다. 엉엉 우는 차학연의 모습은 생각조차 못한 모습이였다. 내가 아는 차학연이 저런 차학연이었나? 당황한것은 나뿐만이 아니였다. 김원식은 나보다 더 당황해선 어쩔줄 몰라했다. 차학연은 그런 우리둘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 크게 울기 바빴다. 김원식은 그저 차학연을 토닥거리며 울지말라면서 차학연을 위로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차학연도 진정한건지 훌쩍거리며 물을 찾아댔다. 김원식은 그런 차학연의 부탁에 물을 가져다줬고, 차학연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곤 심호흡을 하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날 본건지 차학연의 크고 동그란눈이 더 크게 뜨였다. 난 똥씹은 표정으로 차학연을 쳐다봤고, 차학연은 그런 날 못본체했다. 차학연은 김원식에게 미안하다면서 씻고 자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김원식은 어서 씻으라며 차학연을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차학연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김원식은 살풋 웃었다. 그리고 난 눈치챘다.
내가 왜 혼자 차학연을 미워했으며, 둘을 왜 질투했는지…, 그리고 김원식은 차학연을 좋아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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