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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자! 특종 떴어!”

“오늘도 검찰청으로 가면 됩니까?”

“응. 카메라랑 휴대폰 꼭 가져가라.”


네! 나는 사수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과 카메라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차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에 내려가자, 보이는 회사차에 나는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A신문사의 정치부 취재기자였고, A신문사의 특종 잡기 귀신이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정치부 취재기자, 김여주의 1년 전 모습이었다. 지금의 나는 A신문사의 연예부 취재기자이다.



기자님,

열애설 써주세요! 

A. 기레기 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어머 김기자. 연예부 가더니 살만 한가보네.”

“아, 네. 배울게 많더라고요.”

“김기자가 넘겨준 정 회장 파일, 고마워. 덕분에 특종 우리가 갖게 되었지 뭐야.”


하하. 나는 나오지도 않는 웃음을 끌어 모아서 웃었다. 쟤 지금 일부러 저러는 거지? 나는 화가 치밀어, 괜히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 내 앞에서 저 말을 하고 있는 기자는, 나와 입사 동기인 정기자였다. 나는 그녀에게 자격지심이란 것이 없었는데, 그녀는 갖고 있는 듯 했다. 항상 나보다 실적을 많이 쌓고 싶어 했고, 내가 따온 특종을 종종 가로채곤 했다. 속된 말로 하면, 중간에서 날로 채먹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부서이동 되었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제일 먼저 알았다. 그리고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나에게 다가와, 그 소식을 알려주면서 뻔뻔하게 이야기했다.


어머, 자기. 몰랐구나. 오늘 후문으로 들어왔어? 정문에 크게 붙여 있었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오지 않는 눈물을 애써 쥐어짜며 나에게 위로의 말이란 말은 다 내뱉었다. 속으로는 실컷 웃었겠지.


후, 갑자기 예전 일이 떠올라 나는 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녀의 말에 대충 대꾸해주면서 예능을 마저 보았다. 

연예부가 되면서 하는 일은 객원기자 일이었다. 물론, 명함에는 'A신문사 연예부 기자'라고 검정 글씨로 인쇄되어 내 지갑안에 있지만 실상은 수습기간에 불과했다. 정치부에서 연예부로 부서 이동 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부서 분위기를 파악하라는 부장님의 지시였다고 한다. 아니, 이런 건 원래 자택근무로 시키던데. 내가 말로만 듣던 객원기자 일을 할 줄이야. 

객원기자란, 기자들이 취재나 현장을 나가서 프로그램을 못 보기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예능을 보면서, 사진을 캡쳐하고 보정해 기사로 쓰는 일을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것이고.


얘는 뭐가 그리 즐겁다고 웃고 있는 걸까. 나는 캡처 뜬 화면을 포토샵 프로그램을 켜 사진 보정을 했다. 보정한 사진을 저장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자극적으로 써야겠다. 뭐라 쓰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힐끗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곁눈질했다. 아까 정치부 기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였었다. 보아하니, 요새 비리로 터진 이회장의 일 때문일 것이다. 


아, 지금쯤 이 회장 검찰에서 나올 시간인데. 정치부로 가고 싶다. 격하게 가고 싶다. 나도 바쁘게 일하고 싶다.


*

나도 바쁘게 일하고 싶다는 건, 정치부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다는 거였지 연예부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하. 나는 차 핸들을 두 손으로 꼭 쥐면서 한숨을 몰아쉬었다. 지금의 나는, 역삼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 가고 있는 중이었다. 


김기자, 오늘 역삼동 좀 다녀와.

부장님이 부른다는 선배의 말에, 나는 보정하던 사진을 저장하고선 부장실로 발걸음을 이동했다. 부장실 앞에 선 나는, 괜 사리 긴장이 돼 바짓춤에 손을 여러번 닦았다. 똑똑.문을 두들기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부장님 앞으로 다가가자, 부장님은 나에게 종이 뭉텅이를 건네셨다. 종이 뭉텅이에는 큰 검정색 진한 글씨로, '워너원 강다니엘 인터뷰'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나가봐, 라는 말만 하시고 나를 부장실에서 내보내셨다. 내 자리로 돌아가서 카메라와 노트북, 그리고 녹음기를 챙겼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생각을 했다. 인터뷰 담당 기자인 이 기자님이 오늘 아침에 병가를 내셨다고 문뜩 들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나는 이해가 되었다. 오늘 우리 연예부의 중요한 특집 기사였던, 워너원 강다니엘과의 인터뷰가 펑크 되면 안되니까. 그래서 그 인터뷰를 내가 대신 진행하러 가는 길인 것이다. 


아니 근데, 이렇게 중요한 걸 무슨 1시 30분에 알려주는 부장이 어디 있어! 인터뷰가 2시인데 말이야!


나는 괜 사리 화가 나 크락션을 세게 눌렀다. 객원기자는 주로 집에서 일할 정도로 쉬운 일만 했다. 드라마나 예능 보면서, 캡처를 떠서 사진을 보정하고 기사를 쓰면 되니까. 그래서 나를 만만하게 본 건가봐. 아 진짜, 차는 왜 이리 막혀.


지금 시간은 1시 45분이었다. 

잘하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잘만 하면.그런데, 도로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염없이 막혔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얼른 인터뷰 진행하죠.”


내가 죄송하다면서, 매니저님에게 연신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미쳤다, 진짜. 심지어 오늘 인터뷰 내용 읽어보지도 못했다. 아 진짜, 차안에서 읽고 올라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주차장에서 카페까지 뛰어갔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면서 매니저님으로 추정되는 분 앞으로 다가갔다. 매니저님은 연신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손목시계만을 쳐다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카페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 시간은 2시 20분. 20분씩이나 지각을 한 것이다.


“저 그러면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가방 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오늘 인터뷰는 요새 대세를 찍고 있는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의 강다니엘이었다. 


강다니엘. 

그는 요새 말로 슈스였다. 슈퍼스타의 줄인 말, 슈스. 그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텔레비전을 틀거나, 웹을 열면 그가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새로 생기는 프로그램은 그를 꼭 넣어서, 화제성을 높이고 싶어 했다. 선전 역시 그의 이미지를 통해 상품이 잘 팔리길 바랐다. 그는 요새 연기에도 관심이 있었는지, 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에서 서브 남주를 연기했다. 그의 연기력은 다들 높이 칭찬했고, 드라마를 통해 ‘만찢남’이란 별명을 얻었다.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던가.  나는 생각을 거기까지 하고, 강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남자의 첫 인상은 화면과 같았다. 아니 화면보다 잘생기긴 했다. 


내가 외모 감탄을 하는 동안, 그는 내가 녹음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고선,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와, 요새도 녹음기를 쓰는 기레기가 있네요?”

“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기자님, 열애설 써주세요! A | 인스티즈


“녹음기 들고 다니시는 기자님 처음 봤어요. 다들 핸드폰 녹음기 쓰시던데.”


와, 대박이네 얘?


나는 내 반대편에 앉아 있던 강다니엘에게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듣자,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강다니엘에게 되물었다. 내가 방금 잘못들은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자 강다니엘은 자신이 언제 그런 단어를 사용했냐는 듯 허허 웃으며, 그 특유의 눈웃음을 보여주면서 말을 바꾸었다. 나는 매니저님을 힐끗 쳐다보았다. 매니저님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다니엘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은 눈치였다.

강다니엘의 평판은 좋았다. 목격담 후기나, 스텝들 사이에서의 후기를 보면 죄다 하나같이 강다니엘의 신사같은 매너를 칭찬하는 것 밖에 보지를 못했다. 그렇기에 나도 강다니엘의 성격이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워너원이 아무리 대중성 있는 그룹이어도, 신인은 신인이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비록 종합편성채널이지만, 방송국도 있는 큰 신문사였다. 그런데 강다니엘은 그런거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나는 그의 눈웃음에 같이 눈웃음을 보여주면서 인터뷰 시작하겠다고 다시 말해줬다.


*

인터뷰 내용은 순탄했다. 

뭐, 요새 자신이 인기가 많은 걸 알고 있냐부터 이상형을 묻는 질문도 있었고.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재치 있게 대답했다. 사실,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강다니엘의 '기레기' 발언은 나를 충분히 멘탈붕괴-일명 멘붕- 상태로 이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어느덧 잘 끝난 것 같았기에, 나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강다니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 사진 좀 찍을게요.”

“네.”


촤라라라락. 나는 셔터 몇 번을 누르고서, 카메라 화면을 통해 사진을 확인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잘생기긴 했다. 나는 사진도 얼추 다 찍은 것 같아서 나는 가방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냥 이 자리에서 빨리 뜨고 싶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연히 수고했고말고요. 20분이나 기다려줬는데.” 


나는 오늘 인터뷰 끝나고 이비인후과에 갈 예정이었다. 내가 잘못 듣는 건가, 내 귀가 안 좋아진 건가 싶어서. 지금 강다니엘이 한 말 맞지? 매니저 역시 이번 말은 들었는지, 강다니엘에게 다가가서 등짝을 내려쳤다.


“아유, 기자님. 죄송해요. 이자식이 아직 사람이 안 되어서.”

“하하, 아닙니다. 다시 사과드릴게요. 오늘 늦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오늘 늦게 와서 기자님이 제 시간에 오셨으면, 죄송했을 거예요.”


와, 진짜 매니저님 말씀 잘하신다. 나는 매니저님의 말씀에 연신 감탄을 속으로 내뱉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내 감탄을 깨고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다니엘 되시겠다.


“형, 잠시 어디 갔다 왔어? 뭘 늦게 와. 1시 반부터 기다렸잖아.”


야, 너는 눈치도 없냐! 매니저님은 강다니엘의 등을 퍽퍽 소리 나게 때리시면서, 나에게 웃으면서 다음에 뵈자고 말하셨다. 나는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카페 뒤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연예부 기자일을 하면서 최악이었던 연예인은 누구였어요? 라고 묻는다면 거침없이 강다니엘군이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

“김기자. 생각이 있어? 사진을 똑같은 것만 찍어오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하, 진짜. 왜 부서이동 되었는지 알 것만 같네. 야, 김기자 사수 어디 있어! 데려와!”

“죄송합니다, 부장님.”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나는 정치부에서 연예부로 부서 이동이 된 케이스이다. 정치부 취재기자는 사진 찍는 속도가 생명이었고, 여러 장을 찍어 잘 나온 사진 한 장만 건지면 되었다. 그리고 보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이번 일은 내가 크게 잘못한 일이었다. 정치부에서 내가 몸을 몇 년을 담갔는데. 그 습관이 어딜 가겠어. 강다니엘에게 다른 컨셉으로도 사진을 찍자고, 밖에 나가서도 사진을 찍자고, 커피 잔을 들고서도 사진을 찍자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나는 바보같이, 강다니엘이 앉아 있는 사진을 여러장 찍고선, 그것만 확인하고 자리를 빠져 나온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떤 신인 사진을 잘못 찍었다고 이리 혼내는 큰 신문사가 어디있겠느냐. 물론 그 신인이 대형 신인이라는 사실에서 납득이 되었지만.  


“제가 다시 찍어오겠습니다.”

“야, 강다니엘이 찍어줄 것 같아? 아니다. 그래, 너 말 잘 꺼냈다. 네가 책임지고 강다니엘 인터뷰 다시 따와.”

“알겠습니다.”


나는 부장실을 나오면서, 강다니엘 매니저 전화번호를 다급하게 찾았다. 그리고 내 책상에 배치되어있는 사내전화 수화기를 다급하게 들어서 번호를 눌렀다. 매니저님의 신호음은 아무 소리도 없는, 기본적인 신호음이었다. 오늘따라 길게 느껴지는 신호음이 야속했다. 몇 초가 흘렀을 까, 전화기 반대편에서 여보세요 라는 말이 들렸다. 나는 매니저님의 목소리에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안녕하십니까! 아까 인터뷰 했던 김여주 기자입니다. 제가, 인터뷰 사진을 잘못 찍어서 그런데, 혹시 인터뷰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말을 듣고 나서, 매니저님은 잠시 만요 라고 하고선 한참동안 전화기에 대답이 없으셨다. 아 진짜, 망했다. 사실 한 장만 찍어도 되긴 되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의 콘셉트는 화보집 같은 거였기에 사진이 한 장만 있으면 안 되는 거였다.


-저, 기자님. 죄송한데요. 안될 것 같습니다.


아 세상에. 아 진짜, 아 말도 안 돼.


나는 빠져나가려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고, 침착하게 다시 여쭤보았다. 강다니엘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11명 안에 들어 데뷔를 한 것이었다. 워낙에 화제성이 좋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는 11명을 한 달에 한명씩 소개하는 식으로 특집을 잡았었다. 근데 그 인터뷰를 내가 할 줄은 몰랐었고, 한다는 소식을 당일날 접할 줄 꿈에도 몰랐고, 정신을 다잡고 인터뷰를 하러 간 장소에서 기레기란 말을 듣고 나서는 정신없이 인터뷰가 진행되었기에 습관이 그대로 나왔던 것이었다.


“강다니엘군이 스케줄이 많은가봐요.”

-군이래ㅋㅋㅋ님도 아니고.


아 진짜 내일 이비인후과 가봐야겠다. 이거 매니저님 전화번호 아니야? 왜 강다니엘씨가 받으시지?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 너머에 있는 강다니엘씨에게 말했다.


“혹시 강다니엘씨?”

-님이요.

“네?”

-님이요.

“아, 강다니엘님 맞으세요?”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물었다. 설마 싶었다. 강다니엘이 계속 '님' 거리기에, 왜저러지 싶었다. 혹시나 해서 호칭을 바꿨더니 흡족하다는 듯,  내 말에 강다니엘은 엄청 큰 소리로 웃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엮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객원기자 일을 하면서, 예능에 나왔던 강다니엘의 모습은 더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이익과 손해를 빠르게 계산할 줄 아는 신인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내가 갑이고 강다니엘이 을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겉에서 바라본 제 3자의 입장이었고, 내 위치는 지금 을보다 더 밑이였다. 갑, 을, 병, 정 순으로 내렸을 때 '정'에 위치해있는 듯 싶었다.


“스케줄이 많으신가봐요.”

-아뇨, 그건 아닌데. 그쪽이랑 인터뷰하기 싫어서.

“그쪽이요?”

-네. 정확하게는 기레기랑 인터뷰하기 싫어서요. 되었죠.


뚜뚜뚜-. 그리고 응답 없는, 전화기. 나는 전화가 끊겼다는 사실을 한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신호음은 길게 가지 못하고, 짧게 끊겼다.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가 여보세요, 라고 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난데, 지금 당장 나와.


*

“김여주,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기에 나를 부르셨어.”


털썩. 김재환은 회사 앞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와 나를 발견하고선 내 앞에 앉았다. 김재환은 내 앞에 앉자마자, 뭘 이리 많이 시켰냐면서 잔소리를 퍼부었다. 나는 김재환 잔소리에 성의없이, 예예 거리면서 김재환 앞에 잔을 놓았다. 그리고 술을 따르려고 하자, 김재환은 오늘 야근이라면서 손짓을 휘휘 저었다.


“경제부는 재밌어?”

“야, 솔직하게 신문 쓰는 게 재밌냐?”

“아니 그건 아니지.”


나는 술을 입안에 털어 넣으면서 웃었다. 오늘따라 술이 참 달다, 달아. 


재환아, 정치부로 돌아가고 싶어.

“오케오케! 또 시작되었고.”

“아니, 나 진짜 진지해. 정치부로 가서, 검찰청 앞에서 죽치고 서 있는 게 더 좋아. 아이돌 취재가 제일 화나.”


나는 술잔에 술을 따르려다가, 술병에 술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한 병 더 시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재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주꾸미볶음을 먹었다. 쯧쯧, 혀를 가볍게 차는 것 역시 잊지 않고선.


김재환은 나랑 같은 입사동기였다. 나는 정치부에 배정되었고, 그는 경제부에 배정되었다. 사실 김재환과 처음부터 이런 사이였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둘의 수습기간에는 항상 속상한 일이 있었다. 어느날, 나는 사수 선배에게서 심하게 깨졌다. 여태까지 쌓여왔던 속상함이 그날 다 폭팔했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 앞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던 김재환이 발견을 했다. 김재환은, 내가 그리 슬프게도 있어서 도저히 지나갈 수 가 없다면서 내 앞에 털썩 앉았다. 그렇게 같이 술잔을 기울이다가, 김재환이 나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김재환이 해준 위로는 별거 아니었다. 진짜 소소한 위로였다. 그 시절의 나는 그런 위로 조차 못 받던 수습기자였다. 바쁘게 돌아가서 위로를 얻을 생각조차 못 했던 나였기에 정말 큰 위로로 와닿았다. 그렇게 그 일 이후로 우리 둘은 항상 속상한 일이 있으면, 회사 앞 포장마차에서 같이 술 먹으면서 그날의 속상한 일을 푸는 게 암묵적 일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내가 전화하자마자, 김재환은 야근하다가 회사에서 나온 거고.


“설마, 이번 특집 네가 망쳤냐?”

“진짜, 정치부 취재기자 습관은 어디 가겠냐.”

“와 너 진짜 대단하다.”


나도 알아. 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어묵국물을 한입 떠먹었다. 아니, 재환아 들어봐. 나는 재환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해주었다. 재환이는 처음에 호기심 있게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재환이의 얼굴색은 새하얘졌다. 특히 강다니엘이 '기레기'라고 한 부분에서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야, 걔가 그런 성격인지 나는 정말 몰랐다, 몰랐어.”

“누군 알았겠냐. 하, 나 잘못 걸린 것 같아.”

“그러게. 기레기가 뭐냐. 누군 몰라서 안 쓰는 줄 알아.”


재환이는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자신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콸콸 부었다. 나는 그런 김재환의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야, 너 야근하다가 오는 길 아니었어? 


는 다급하게 재환이의 손목을 붙잡으면서 말렸다. 재환이는 내 손목을 뿌리치더니,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잔을 원샷했다. 

아까 재환이에 대해 소개를 덜 했는데, 재환이는 연예부였다가 경제부로 부서 이동한 케이스였다. 그는 연예부에서 일하던 시절에, 편집 기자였다. 재환이는 아이돌 분야 쪽 담당이었는데, 재환이는 항상 기사를 쓸 때마다 자신의 메일로 팬들이 쌍욕을 보냈다고 했다. 물론, 나도 저번에 재환이 일을 도와주다가, 재환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화면에 띄어져있는 메일함에서 메일을 삭제했던 적도 있었다. 남의 메일함을 함부로 보는 건 잘못된 일이었지만, 제목만 봤는데도 ‘기레기’라는 단어가 도배되어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재환이는, 경제부에 가서도 그 때의 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다. 사실 누가 저런 표현을 좋아할까 싶었다. 저런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생각이 재환이에게도 닿았는지, 재환이는 거칠게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어했다.


“시발, 누군 기레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아 그러니까. 진짜 너무 서러워 죽겠다. 재환아.”

“오늘 너 야근 아니냐?”

“아니, 내일부터. 강다니엘에게 전화해서 인터뷰 따기 전까지는 정시 퇴근 없어.”

“야, 강다니엘이라고 하면 안 되지. 강다니엘님이잖아.”


아하하핰. 재환이는 자기가 한 말이 웃겼는지, 그만의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웃었다. 야, 장난이어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아직도 강다니엘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재환이를 쳐다보았다.


“아 정회장 비리 파헤칠 때보다 더 의욕이 생긴다. 야, 내가 인터뷰 꼭 따고 만다.”

“따기만 해. 내가 아주 기사 헤드라인 멋지게 써줄게. 왕년에 내가 A 신문사 연예부였잖냐.”

“고맙다. 진짜, 너밖에 없어.”


나는 재환이에게 감동받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내 눈빛에 김재환은 부담스럽다면서 욕을 내뱉었다. 김재환은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채우며 나에게 짠 이라며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김재환의 말에 술잔을 내밀어 짠 해주었다. 짠 하면서 부딪힌 잔안에 있는 술들은 일렁거렸다. 


술 때문인 건지, 재환이의 말 때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실실 웃으면서 술을 삼켰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술에 취하지 않았다. 강다니엘이 한 말을 생각하면,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재환 역시 그랬는지, 우리 둘은 야근을 내일로 살포시 미뤄놓고 술잔을 계속해서 기울였다.


땐 몰랐다. 이렇게 시작된 강다니엘과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냥 연예부로 부서이동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냈어야 했다.


*

작가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상상해서 썼습니다. 읽는데 그 점 감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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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게 잘 읽었어요 작가님! 신알신 하고 가겠습니당
7년 전
독자2
호오 신알신하고 가겠습니다!!!! 재밌을것같은 예감이 뿜뿜....
7년 전
독자3
오오..기대하겠습니닼ㅋㅋ!!!
7년 전
독자4
헉 쥰잼삘이난다 갸악
7년 전
독자5
꺄 기자의 입장에서 보는 작품이라니! 설렙니당
7년 전
독자6
오오오 신박한 소재구만유 기대되요!!
7년 전
독자7
우와우와 자까님 재밌어요!!!신알신히고가요!!!
7년 전
독자8
헐 짱재밌어요!!!!!신알신 누르고갑니당
7년 전
비회원136.148
기자를 소재로 한 글은 처음 읽어봐요 재밌게 읽겠습니다!
7년 전
독자9
앞으로가 기대되는 내용이에요!!신알신하고 갑니닷!!
7년 전
독자10
다니엘 성격이 아주!!!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7년 전
독자11
신알신하고가요!! 다니엘이 왜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요.... 나쁜말이야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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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입원한지 1주일이 됐다아저씨는 맨날 병문안?을 오고 나는 그덕에 심심하지 않았다 " 아저씨... 근데 안 바빠요...? "" 너가 제일 중요해 "" 아니... 그건 알겠는데... 나 진짜 괜찮은데...? "" 걷지도 못하면서 뭐가 괜찮아, " 아저씨는 이렇게 과민반응이다 이러다보니 나는 너무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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