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블루 F (부제 : 그대에게) "선생님.""네.""6번 베드 좀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왜, 무슨 일 있어요?""약주를 좀 하신 거 같은데 자꾸 주사 좀 놔달라고... 막무가내에요.""네, 제가 가볼게요. 유쌤은 스테이션에 가있어요.""대휘쌤이랑 진영쌤 연락할까요?""괜찮아요. 애들 깨우지 마세요."한참을 시달렸지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여주에게 찾아온 유간호사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하필 지훈은 손이 부족한 외과수술을 도와주러 갔고 진영이랑 대휘는 한가할 때 좀 자두라고 의국으로 보내놨을 때 이런 손님을 상대해야한다니. 한숨을 한 번 내쉰 여주는 베드로 다가간다."환자분, 어디가 아프세요? 열은 하나도 없으신데.""아, 그냥 주사 좀 놔달라는데 왜이렇게 말이 많아. 그 비타민 주산가 뭐 그거 좋다매, 좀 달아봐.""비타민 주사가 맞고 싶으시면 아침 일찍 외래로 가시구요. 오늘은 일단 댁으로 들어가세요.""아까 그 아가씨 어디 갔어!!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왜 처음 보는 아가씨가 있나?""아까 그 아가씨 아니고 간호사구요, 처음 보는 아가씨 아니고 의삽니다. 아가씨를 왜 찾으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술을 많이 드셨으면 곱게 집으로 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야, 넌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하라는 거나 열심히 해.""저기 아저씨.""뭐? 아저씨?""저 지금 되-게 좋게 말하고 있는 건데 잘 못 느끼시겠어요? 저랑 그냥 좋게 끝내시는 게 편하실 텐데.""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뒤지고 싶어? 내가 여자라고 봐주고 그럴 거 같아?""아직 뒤지고 싶지는 않고, 딱히 봐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역시 우리의 김여주. 잠자코 넘어갈 리가 없다. 전혀 화내거나 짜증내는 말투도 아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가엔 영업용 미소까지 지어주며 진상손님을 상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스테이션에서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 김선생님, 저러다 큰일 나면 어떡하나 잔뜩 걱정중이다. 그냥 아무라도 좋으니 누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야!!!!!""어우,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세요!!!""지금 소리 질렀냐? 의사 나부랭이가 하늘같은 환자한테?""하늘같은? 어디 뭐, 조선시대에서 오셨어요? 더 소란 피우시면 경찰 부릅니다.""불러!!! 환자한테 소리 질렀다고 고소해 버릴 라니까 경찰 부르라고!!!"남자는 여주의 어깨를 툭툭 밀기 시작했고 두어 번 막아내던 여주가 포기하는 듯 보이니 이내 머리까지 미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우 화를 참아내는 중이었는데 이정도면 거의 맞짱뜨자는 신호가 아닌가싶다. 여주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여주의 뒤에서 머리를 막아주는 손이 보인다."술을 많이 드셨네.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다니엘은 여주를 제 뒤로 숨겼다."넌 또 뭐야?""뭐겠어요, 의사지.""어, 그래? 이제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왔네. 여기 애들이 왜 다 이 모양이야!!""왜요, 얼마나 똑똑하고 잘하는 애들인데. 여깁니다!!"다니엘이 손짓을 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새 경찰까지 불렀나보다. 남자는 가지 않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끌려갔고 겨우 상황이 정리가 되자 긴장이 플린 여주는 주저않아버렸다. 다니엘 역시 여주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 어깨를 두드려주었다."이럴 때는 그냥 나 좀 부릅시다.""금방 해결될 줄 알았죠....""저렇게 사리분별 안될 정도로 취한사람이랑 대화를 할 생각을 했다는 게 대견하네.""...............""당찬 것도 좋고 씩씩한 것도 좋은데. 의사라고 여자가 아닌 건 아니야. 박선생도 없고 아래연차들도 없는 거 같은데 혼자서 뭘 어떡하려고."".........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어때, 좀 든든한가? 뭐든지 다 해결해줄 것 같고 막 안 그래?"그새 기분이 좋아진 다니엘이 허세 가득한 멘트를 날리며 윙크를 하자 여주는 헛웃음이 터졌고 다니엘은 '드디어 웃네.' 하며 여주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곤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여주가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다 저를 올려다보자 씩 웃어 보인 다니엘이 여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오프 목요일 맞죠?""네.""그럼 수요일 저녁에 들어가겠네?""그렇...죠?""집에 바래다줄게.""네?""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아, 혼자가도 괜찮습니다.""혼자가도 괜찮지만 둘이 가면 더 괜찮지 않겠어요? 요즘 하도 세상이 흉흉하니까. 수요일 저녁에 로비에서 봅시다.""어, 선생님!!!"저를 부르는 여주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 하며 긴 다리로 가버리는 다니엘이었고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여주는 곧 정신을 차리고 '오늘도 말렸네.' 하며 스테이션으로 향했다.**수술에 들어갔던 지훈과 눈 좀 붙이라고 보내놨던 대휘와 진영이 온 건 어떻게 알았는지 그새 환자들이 많아졌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이놈의 병원은 응급실 환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선생님. 방금 핸드 라쎄레이션(hand laceration:손 열상) 환자 들어왔어요. 봉합해야 될 거 같아요.""수처세트 부탁할게요. 근데 응급실 밖이 왜 이렇게 어수선해요?""아, 환자분이 연예인이거든요.""연예인?""네. 요새 제일 핫한 아이돌 가수요.""아, 진짜? 근데 왜 라쎄레이션?""넘어지면서 그랬다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여주는 머리를 긁적이다 환자가 있는 베드로 다가갔다."환자분, 손 좀 볼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어요?""아, 팬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다쳤습니다.""보호자분 되세요?""네, 매니저입니다.""아... 환자분 다른데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구요?""네..""바로 봉합해드릴게요. 연예인이시라고 들었는데 흉터 남으면 안 되니까 흉 안 지게 잘 해드릴게요. 제가 저희 병원에서 이런 건 제일 잘하거든요."여주는 환자가 너무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냥 아무 말이나 막 한 건데 영민은 웃으며 말하는 여주덕분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얼굴도 조금 풀어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래도 여주의 말이 아주 뻥은 아닌 게 한성대병원엔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약은 약사에게, 수술은 의사에게, 봉합은 김여주에게. 대학시절 이미 봉합 과탑을 먹었고 인턴 땐 '쟤가 그 한성대 봉합여신이래.' 로 불리며 봉합 몰빵을 받았고 4년차가 된 지금은 허풍 조금 보태서 눈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잘한다."최쌤. 내가 이럴 거면 외과를 갈걸 그랬죠...?""진짜 봉합은 선생님이 짱인 거 같아요.""하.... 난 왜 EM보드를 딴다고 나댔을까요...?""지훈쌤이 맨날 그러시잖아요. 여주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거 같다고.""솔직히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 그것도 아니었음 당장에 때려치웠을 거야.""전 선생님이 응급실에 계셔서 너무 좋아요.""나도."환자를 보러 영민의 베드 앞을 지나가던 지훈은 총알을 쏘면서 킥킥거리는 여주와 최간호사, 그 둘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영민과 매니저를 보고 저거 또 시작이네,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뭐하냐, 치료하다말고.""아, 죄송합니다. 금방 해드릴게요.""네, 괜찮아요."영민은 자신이 연예인인 걸 별로 의식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환자로 대해주는 여주가 참 고마웠다. 이제 데뷔한 지 고작 한 달째다. 그동안은 크게 다치는 건 없이 그냥 멍이 들거나 약바르면 되는 정도로 지나가고 말았는데 오늘은 이렇게까지 돼버리니 이러려고 가수가 된 게 아닌데 하는 회의감도 들고 이제 자신에게 다가오는 팬들이 두려워질까 걱정되기도 한다."저기, 선생님.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저한테요?""네.""그럼요.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 거면 다 해드릴게요.""선생님은 왜 의사가 됐어요?""어..... 아빠가 어렸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 때 내가 의사였다면 아빠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 때문에 의사하기로 마음먹은 게 제일 크죠.""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아유, 일상이죠.""근데 왜 안 그만두셨어요?""나중에 후회할까봐.""무슨 후회요...?""지금 그만두면 나중에 아, 그 때 왜 그만뒀을까... 그냥 좀 참고 계속 할 걸... 분명히 이럴 거 같아서 못 그만뒀죠.""......그게 다에요?""음....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어렵잖아요. 뭐, 저도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고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 못 그만뒀지만 지금은 이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 됐거든요. 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왔고 또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맨날 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버티고 있구요.""와... 멋지다...""환자분도 가수가 좋아서 하게 된 거 아니에요?""맞죠. 근데 손이 이렇게 되니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이런 얘기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병원에서 진짜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거든요. 고소한다고 협박당하는 거, 멱살 잡히는 건 기본이고 뺨도 맞아봤고, 메스 휘두르던 보호자분도 계셨고.... 아, 링거병에 안 맞아보셨죠. 그 땐 진짜 죽을 뻔 했어요."세상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여주와 그 옆에서 덩달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간호사를 보고 당황한 영민은 헛기침을 내뱉었고 그런 영민을 보고 여주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근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기에는 너무 작은 일들이에요.""아.....""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환자분 몫인 거 같아요. 봉합 끝나셨고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소독하고 실밥도 제거해야하니까 가까운 병원 꼭 들르세요.""네, 감사합니다.""근데 제가 TV를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인 좀 해주세요. 저희 간호사쌤들이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더라구요.""네, 그럼요. 해드릴게요."여주덕분에 응급실 스테이션에서 작은 사인회가 열렸고 영민은 마지막 한 장을 여주에게 내밀었다."저도 주시는 거예요?""너무 감사해서요.""우와. 연예인 사인 처음 받아봐요. 오.....""제 고민 이렇게 귀 기울여서 들어준 사람, 선생님이 처음이거든요. 선생님 그거 가보로 남길 수 있게 제가 엄청 유명해질게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아직 덜 컸나봐요.""스물 셋이잖아요. 아유, 한참 커야지. 아직 멀었지.""그쵸?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병원 아니면 선생님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만날 수 있겠죠?""그럼요. 그렇다고 절대 다쳐서 오지는 마시구요. 이거 가보로 남길만큼 엄청 유명해지시면 제가 치료해드렸었다고 자랑 좀 할게요.""네. 얼마든지요.""그럼 조심히 가세요."영민은 인사하는 여주에게 손을 내밀었고 여주가 영민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자"악수요."하며 윙크를 한다. 푸하, 하면서 웃음이 터진 여주는 영민의 손을 맞잡았고 두어 번 흔들던 영민은 꾸벅 인사를 하고 매니저와 함께 응급실을 나섰다. 여주 역시 저를 부르는 간호사의 호출에 오래 지켜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환자에게로 달려간다. - 여러부뉴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긴 여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서 빨리 못왔네요ㅠㅠㅠㅠ빨리 여주 오프날 되야하는데 계속 다른데로 새는거 같은 건 제 기분탓이겠죠.....?ㅋㅋㅋㅋㅋ그리고 영민이 에피소드는 7월달쯤인가 써놨던 글인데.....왜때문에.... 지훈이가 다쳤다고..... 하필 손을......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하핫.....저도 오랜만에 글잡 둘러봤는데 못 들어왔던 사이에 멋진 글들이 많이 생겼어요!이 글도 얼른 마무리짓고 좀 더 신박한 소재를 찾아봐야겠어요!!!우리 독자님들 즐거운 주말 마무리 잘하시고!아참, 저 오늘 생일이랍니다....헤헷급하게 오느라 글은 똥망이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넘나 감사할 것 같아요ㅠㅠ(분명히 10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새벽1시.... 실화인가욬ㅋㅋㅋㅋㅋㅋㅋ)다음 글에서 또 만나기로 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굳밤'-' *암호닉 신청은 가장 최근화에 [암호닉] 으로 부탁드려요! 혹시라도 누락되면 꼭 알려주세요!*암호닉녜리 / 다녤잉 / 자몽몽 / 레인보우샤벳 / 응 / 꼬부기 / 못생긴햇님 / 정연아 / 라벤 / 설아 / 디눈디눈 / 마티니 / 괴물 / 사모예드 / 부0608 / 둘셋0614 / 망개몽이 / 깡구 / 몬 / 우진이랑 / ■계란말이■ / 일오 / 코튼캔디 / 수 지 / 쨘쨘 /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 설 / 다녜리 / 망개몽이 / 종합병원 / 어어 / 덕배 / 숮어 / 레몬에이드 / 981 / 파요 / 지은호 / 과자 / 박저장 / 으악 / 강낭
코드 블루 F
(부제 : 그대에게)
"선생님."
"네."
"6번 베드 좀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왜, 무슨 일 있어요?"
"약주를 좀 하신 거 같은데 자꾸 주사 좀 놔달라고... 막무가내에요."
"네, 제가 가볼게요. 유쌤은 스테이션에 가있어요."
"대휘쌤이랑 진영쌤 연락할까요?"
"괜찮아요. 애들 깨우지 마세요."
한참을 시달렸지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여주에게 찾아온 유간호사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하필 지훈은 손이 부족한 외과수술을 도와주러 갔고 진영이랑 대휘는 한가할 때 좀 자두라고 의국으로 보내놨을 때 이런 손님을 상대해야한다니. 한숨을 한 번 내쉰 여주는 베드로 다가간다.
"환자분, 어디가 아프세요? 열은 하나도 없으신데."
"아, 그냥 주사 좀 놔달라는데 왜이렇게 말이 많아. 그 비타민 주산가 뭐 그거 좋다매, 좀 달아봐."
"비타민 주사가 맞고 싶으시면 아침 일찍 외래로 가시구요. 오늘은 일단 댁으로 들어가세요."
"아까 그 아가씨 어디 갔어!!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왜 처음 보는 아가씨가 있나?"
"아까 그 아가씨 아니고 간호사구요, 처음 보는 아가씨 아니고 의삽니다. 아가씨를 왜 찾으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술을 많이 드셨으면 곱게 집으로 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
"야, 넌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하라는 거나 열심히 해."
"저기 아저씨."
"뭐? 아저씨?"
"저 지금 되-게 좋게 말하고 있는 건데 잘 못 느끼시겠어요? 저랑 그냥 좋게 끝내시는 게 편하실 텐데."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뒤지고 싶어? 내가 여자라고 봐주고 그럴 거 같아?"
"아직 뒤지고 싶지는 않고, 딱히 봐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역시 우리의 김여주. 잠자코 넘어갈 리가 없다. 전혀 화내거나 짜증내는 말투도 아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가엔 영업용 미소까지 지어주며 진상손님을 상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스테이션에서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 김선생님, 저러다 큰일 나면 어떡하나 잔뜩 걱정중이다. 그냥 아무라도 좋으니 누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야!!!!!"
"어우,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세요!!!"
"지금 소리 질렀냐? 의사 나부랭이가 하늘같은 환자한테?"
"하늘같은? 어디 뭐, 조선시대에서 오셨어요? 더 소란 피우시면 경찰 부릅니다."
"불러!!! 환자한테 소리 질렀다고 고소해 버릴 라니까 경찰 부르라고!!!"
남자는 여주의 어깨를 툭툭 밀기 시작했고 두어 번 막아내던 여주가 포기하는 듯 보이니 이내 머리까지 미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우 화를 참아내는 중이었는데 이정도면 거의 맞짱뜨자는 신호가 아닌가싶다. 여주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여주의 뒤에서 머리를 막아주는 손이 보인다.
"술을 많이 드셨네.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다니엘은 여주를 제 뒤로 숨겼다.
"넌 또 뭐야?"
"뭐겠어요, 의사지."
"어, 그래? 이제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왔네. 여기 애들이 왜 다 이 모양이야!!"
"왜요, 얼마나 똑똑하고 잘하는 애들인데. 여깁니다!!"
다니엘이 손짓을 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새 경찰까지 불렀나보다. 남자는 가지 않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끌려갔고 겨우 상황이 정리가 되자 긴장이 플린 여주는 주저않아버렸다. 다니엘 역시 여주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럴 때는 그냥 나 좀 부릅시다."
"금방 해결될 줄 알았죠...."
"저렇게 사리분별 안될 정도로 취한사람이랑 대화를 할 생각을 했다는 게 대견하네."
"..............."
"당찬 것도 좋고 씩씩한 것도 좋은데. 의사라고 여자가 아닌 건 아니야. 박선생도 없고 아래연차들도 없는 거 같은데 혼자서 뭘 어떡하려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때, 좀 든든한가? 뭐든지 다 해결해줄 것 같고 막 안 그래?"
그새 기분이 좋아진 다니엘이 허세 가득한 멘트를 날리며 윙크를 하자 여주는 헛웃음이 터졌고 다니엘은 '드디어 웃네.' 하며 여주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곤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여주가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다 저를 올려다보자 씩 웃어 보인 다니엘이 여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오프 목요일 맞죠?"
"그럼 수요일 저녁에 들어가겠네?"
"그렇...죠?"
"집에 바래다줄게."
"네?"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아, 혼자가도 괜찮습니다."
"혼자가도 괜찮지만 둘이 가면 더 괜찮지 않겠어요? 요즘 하도 세상이 흉흉하니까. 수요일 저녁에 로비에서 봅시다."
"어, 선생님!!!"
저를 부르는 여주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 하며 긴 다리로 가버리는 다니엘이었고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여주는 곧 정신을 차리고 '오늘도 말렸네.' 하며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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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에 들어갔던 지훈과 눈 좀 붙이라고 보내놨던 대휘와 진영이 온 건 어떻게 알았는지 그새 환자들이 많아졌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이놈의 병원은 응급실 환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선생님. 방금 핸드 라쎄레이션(hand laceration:손 열상) 환자 들어왔어요. 봉합해야 될 거 같아요."
"수처세트 부탁할게요. 근데 응급실 밖이 왜 이렇게 어수선해요?"
"아, 환자분이 연예인이거든요."
"연예인?"
"네. 요새 제일 핫한 아이돌 가수요."
"아, 진짜? 근데 왜 라쎄레이션?"
"넘어지면서 그랬다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여주는 머리를 긁적이다 환자가 있는 베드로 다가갔다.
"환자분, 손 좀 볼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어요?"
"아, 팬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다쳤습니다."
"보호자분 되세요?"
"네, 매니저입니다."
"아... 환자분 다른데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구요?"
"네.."
"바로 봉합해드릴게요. 연예인이시라고 들었는데 흉터 남으면 안 되니까 흉 안 지게 잘 해드릴게요. 제가 저희 병원에서 이런 건 제일 잘하거든요."
여주는 환자가 너무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냥 아무 말이나 막 한 건데
영민은 웃으며 말하는 여주덕분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얼굴도 조금 풀어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래도 여주의 말이 아주 뻥은 아닌 게 한성대병원엔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약은 약사에게, 수술은 의사에게, 봉합은 김여주에게. 대학시절 이미 봉합 과탑을 먹었고 인턴 땐 '쟤가 그 한성대 봉합여신이래.' 로 불리며 봉합 몰빵을 받았고 4년차가 된 지금은 허풍 조금 보태서 눈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잘한다.
"최쌤. 내가 이럴 거면 외과를 갈걸 그랬죠...?"
"진짜 봉합은 선생님이 짱인 거 같아요."
"하.... 난 왜 EM보드를 딴다고 나댔을까요...?"
"지훈쌤이 맨날 그러시잖아요. 여주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거 같다고."
"솔직히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 그것도 아니었음 당장에 때려치웠을 거야."
"전 선생님이 응급실에 계셔서 너무 좋아요."
"나도."
환자를 보러 영민의 베드 앞을 지나가던 지훈은 총알을 쏘면서 킥킥거리는 여주와 최간호사, 그 둘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영민과 매니저를 보고 저거 또 시작이네,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하냐, 치료하다말고."
"아, 죄송합니다. 금방 해드릴게요."
"네, 괜찮아요."
영민은 자신이 연예인인 걸 별로 의식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환자로 대해주는 여주가 참 고마웠다. 이제 데뷔한 지 고작 한 달째다. 그동안은 크게 다치는 건 없이 그냥 멍이 들거나 약바르면 되는 정도로 지나가고 말았는데 오늘은 이렇게까지 돼버리니 이러려고 가수가 된 게 아닌데 하는 회의감도 들고 이제 자신에게 다가오는 팬들이 두려워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저기, 선생님.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저한테요?"
"그럼요.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 거면 다 해드릴게요."
"선생님은 왜 의사가 됐어요?"
"어..... 아빠가 어렸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 때 내가 의사였다면 아빠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 때문에 의사하기로 마음먹은 게 제일 크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아유, 일상이죠."
"근데 왜 안 그만두셨어요?"
"나중에 후회할까봐."
"무슨 후회요...?"
"지금 그만두면 나중에 아, 그 때 왜 그만뒀을까... 그냥 좀 참고 계속 할 걸... 분명히 이럴 거 같아서 못 그만뒀죠."
"......그게 다에요?"
"음....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어렵잖아요. 뭐, 저도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고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 못 그만뒀지만 지금은 이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 됐거든요. 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왔고 또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맨날 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버티고 있구요."
"와... 멋지다..."
"환자분도 가수가 좋아서 하게 된 거 아니에요?"
"맞죠. 근데 손이 이렇게 되니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런 얘기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병원에서 진짜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거든요. 고소한다고 협박당하는 거, 멱살 잡히는 건 기본이고 뺨도 맞아봤고, 메스 휘두르던 보호자분도 계셨고.... 아, 링거병에 안 맞아보셨죠. 그 땐 진짜 죽을 뻔 했어요."
세상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여주와 그 옆에서 덩달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간호사를 보고 당황한 영민은 헛기침을 내뱉었고 그런 영민을 보고 여주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기에는 너무 작은 일들이에요."
"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환자분 몫인 거 같아요. 봉합 끝나셨고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소독하고 실밥도 제거해야하니까 가까운 병원 꼭 들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TV를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인 좀 해주세요. 저희 간호사쌤들이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더라구요."
"네, 그럼요. 해드릴게요."
여주덕분에 응급실 스테이션에서 작은 사인회가 열렸고 영민은 마지막 한 장을 여주에게 내밀었다.
"저도 주시는 거예요?"
"너무 감사해서요."
"우와. 연예인 사인 처음 받아봐요. 오....."
"제 고민 이렇게 귀 기울여서 들어준 사람, 선생님이 처음이거든요. 선생님 그거 가보로 남길 수 있게 제가 엄청 유명해질게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아직 덜 컸나봐요."
"스물 셋이잖아요. 아유, 한참 커야지. 아직 멀었지."
"그쵸?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병원 아니면 선생님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만날 수 있겠죠?"
"그럼요. 그렇다고 절대 다쳐서 오지는 마시구요. 이거 가보로 남길만큼 엄청 유명해지시면 제가 치료해드렸었다고 자랑 좀 할게요."
"네. 얼마든지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영민은 인사하는 여주에게 손을 내밀었고 여주가 영민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자
"악수요."
하며 윙크를 한다. 푸하, 하면서 웃음이 터진 여주는 영민의 손을 맞잡았고 두어 번 흔들던 영민은 꾸벅 인사를 하고 매니저와 함께 응급실을 나섰다. 여주 역시 저를 부르는 간호사의 호출에 오래 지켜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환자에게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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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부뉴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이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긴 여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서 빨리 못왔네요ㅠㅠㅠㅠ
빨리 여주 오프날 되야하는데 계속 다른데로 새는거 같은 건 제 기분탓이겠죠.....?ㅋㅋㅋㅋㅋ
그리고 영민이 에피소드는 7월달쯤인가 써놨던 글인데.....
왜때문에.... 지훈이가 다쳤다고..... 하필 손을......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하핫.....
저도 오랜만에 글잡 둘러봤는데 못 들어왔던 사이에 멋진 글들이 많이 생겼어요!
이 글도 얼른 마무리짓고 좀 더 신박한 소재를 찾아봐야겠어요!!!
우리 독자님들 즐거운 주말 마무리 잘하시고!
아참, 저 오늘 생일이랍니다....헤헷
급하게 오느라 글은 똥망이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넘나 감사할 것 같아요ㅠㅠ
(분명히 10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새벽1시.... 실화인가욬ㅋㅋㅋㅋㅋㅋㅋ)
다음 글에서 또 만나기로 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굳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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