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16220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Typing 전체글ll조회 363


[워너원/배진영/이대휘] 존재의 이유 | 인스티즈


배진영X이대휘

Typing 씀


사람들 말에 의하면 사랑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그 아이를, 운명이라고 믿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고, 쉽게 불이 붙은 만큼 식는 것 또한 쉬웠다.

내 인생은 비참했다. 비참하고, 비관하고, 더할 나위 없이 끔찍했다. 그 어떠한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비참했다. '비참'이라는 것보다 더한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 내 인생이겠지. 내 인생은 겨우 불이 붙어 목숨을 부지하는 담뱃대마냥 위태로웠고, 권태했다. 털어 내면 남는 거라곤 부스러기 뿐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전부 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일 것이다. 부모 잃고, 형제 잃고, 불쌍한 버려진 사람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불쌍하다고 한다.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그 시선 속에는 악의가 없다. 버려진다는 건 애초에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버려지기 위해 나는 태어났을까?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 건, 불쌍한 존재일까?

그렇게 나는 불쌍한 존재가 되었다. 부모 잃은, 아니 부모가 버린 가엽고 딱한 존재. 그래서 나는 이곳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여기엔 나 같은 사람밖에 없거든. 불쌍한 존재라고 하지만, 나는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 다 죽여 버릴 수 있다고. 검은 속내를 감추고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아마 여름이 끝나가는 8월의 끝자락 쯤이었을 거다. 아니,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날이 내 인생 중 최악인 날이었거든. 아, '최악'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밟히고, 구르며 피 터지게 싸웠다.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맞았다. 싸운 이유는 왜? 그 새끼들이 먼저 나한테 시비 텄거든. 부모 없는 고아라고, 나와 같은 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들먹거리는데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내 앞에서 보란 듯이 떠들고 있는 한 녀석의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잠시 주변에 정적이 흐르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그대로 뒹굴었다. 입술이 터지고, 밟힌 복부는 점점 더 아파왔다. 차라리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그냥 그렇게 맞았다. 정신이 흐릿해질 때 쯤, 누군가 선생을 부른 것인지 그렇게 발길질은 멈췄고, 점점 조여오던 숨통이 맥이 빠진 것처럼 탁 풀렸다.


"배진영, 너 이번이 몇 번째인 줄 알아?"
"제가 잘못한 거 아닌데요."
"한 번만 더 학교 내에서 분란 조장하면 안 봐준다고 했지."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요, 씨발."

나는 분명 아무 잘못이 없었다.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새끼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은 게 전부였다. 일방적으로 내가 맞은 건데, 시비도 그 새끼들이 먼저 털었는데. 항상 내 잘못이었다. 내가 존재하는 게 잘못인가?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내가 이 학교에 들어와서,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속해 있다는 게 잘못인가?

아, 오늘은 정말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끝낸 후로 나는 교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교무실을 들어오려던 그 아이와 부딪혔다.

"어... 저기, 괜찮으세요?"

명찰을 보니 노란색이었다. 아, 1학년이네. 처음 든 생각은 그게 전부였다. 원래 나는 모든 것에 무지한 사람이었고, 남이 말을 걸어도 나는 그냥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가는 사람이었으니까.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제가 밴드 하나 드릴게요. 지금은 보건실이 문이 닫혀서... 이거라도."

그러더니 곧장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나에게 밴드를 건네주었다. 그 밴드는 캐릭터 그림이 그러져 있는 밴드였는데, 그 밴드가 퍽 그 아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 봤는데, 그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냥.

"미안한데, 이딴 건 줘도 안 받아. 그러니까 꺼져."

나는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그 아이 옆을 지나가면서,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상처받는 건 언제나 쉬웠고, 상처를 주는 것 또한 나에겐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쯤, 뒤에서 그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대휘! 너 거기서 뭐 하냐?"

이대휘. 나는 그 이름마저도 그 아이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워너원/배진영/이대휘] 존재의 이유
8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