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L
ep.12 나는 밀당을 좋아합니다.
재환이가 P-22일 적에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중 성격이 가장 포악했으며 말도 듣지 않고 공격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나마 대화가 되는 것이 저뿐이었습니다. 왜냐면 베타우리에 있는 아이들이 제 담당이라 라포가 형성되어 있어 P-22가 조금이라도 공격적이게 되면 막아줬었거든요.
"P-22, 어제 다쳤던 곳은 어때?"
"다쳤던 곳? 네가 찌른 곳이겠지."
"내가 아니라 다른 연구원이 그랬지. 미안한데 난 네 담당이 아니야."
같은 베타우리였지만 가장 위험하다는 P-22는 제 담당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하게도 상부에서 도맡아 했었죠. 그렇게도 날카롭던 P-22가 저에게 문을 열게 된 사건은 진짜 별거 아니었습니다.
"뭐야? 얼굴 왜 까졌어? 누가 그랬어?"
"야 FS-24. 그만해, 진짜. 우리 서로 상처는 내지 말자."
나중에 P-22에게 들었는데, 모든 연구원이 자신을 욕했었다고 합니다. '네가 그렇지 뭐.'라든가 '이젠 거짓말도 해?'라든가. 근데 오직 저만이 쌓이고 쌓인 억울함을 풀어주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P-22가 점점 사나워지는 건 연구원들의 고정관념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뭐 아무튼 이것이 P-22가 제게 마음을 연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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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연구팀장님, 죄송한데 지금 베타우리가 쑥대밭이 되었다고 해서요. 바로 지원바랍니다."
물론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선배님의 말에 따라 우선 베타우리로 향했습니다. 요즘에는 P-22조차 내 말을 잘 들어줬으니까 전혀 위험할 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안일했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진짜 답이 없었습니다. 구석에 연구원 한 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고 그 주변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흥건했습니다.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을 만큼의 혈액량임이 틀림 없었죠. 아, 딴 건 모르겠고 생사 확인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자세를 낮췄습니다.
"여, 연구원님.... 너무 무서워요...."
개체가 작은 반인반수들은 겁에 질려 떨면서 저에게 다가왔고 그런 아이들을 뒤로 빼내며 상황 파악을 했습니다. 보니까, P-22가 이번 사건의 주인공 같네요. P-22를 주시하며 쓰러져 있는 연구원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P-22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게 이런 일을 저지른 거 같았습니다. 그 충격받은 모습에 적어도 또 누군가를 해치진 않겠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그를 등지고 연구원의 생사를 파악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P-22의 잘못이 아니라 제 잘못이었죠. 맹수에게 등을 보이다니.... 사실 등이 찢길 때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냥 세게 밀쳐졌고 바닥에 쓰러짐과 동시에 기억이 끊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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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누워서만 1개월하고도 반, 재활 치료를 위해 억지로 움직이던 게 1개월... 이제 좀 움직이는데 버거움이 사라진 느낌이 드는데 이놈의 연구소가 절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P-22가 이상행동을 보인다, 도무지 자기들끼리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P-22 때문에 죽을 뻔한 저에게 답을 내오라고 은근한 압박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때려칠 때 치더라도 궁금한 건 풀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성격 자체도 억울한 걸 싫어해서 왜 그 타이밍에 P-22가 저를 공격한 건지 궁금했거든요. 왜 나였나, 나 아니여도 들어오면 일단 공격을 할 것이였나... 그래서 찾아갔습니다. 직속 후배가 말렸지만 전 진짜 궁금했거든요.
"P-22."
나의 부름에 눈에 띄게 놀란 P-22의 등판이 보였습니다. 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던 터라 이렇게 안 하면 평생 등판만 보겠구나 했거든요. 지가 공격해놓고 왜 지가 이러고 있는지도 참 궁금하네요.
"너 때문에 병실에서 2개월하고도 보름 동안 썩다 나왔거든. 왜 그랬니?"
"등은...? 어때....요....?"
뜻밖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뜻밖인 그 말에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말리면 안될 걸 알기에 조금 세게 나갔습니다.
"어떠냐고? 나 아직도 숨쉬는 게 힘들거든? 책임 질래?"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갑자기 울면... 아니, 당한 건 나인데... 아무튼 결국 못 물어봤습니다만, 후에 그 이유를 듣게 되고 그를 이해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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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 반대야."
시작부터 쓸데없습니다. 심지어 너무 진지해서 반박도 못하겠습니다.
"너무 성급하다 생각해. 주인 나이도 어려."
저.. 먹을 만큼 먹었는데요...? 아니 그리고 일단 결혼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 사이거든요...?
"너는 주인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거엔 예민하더라."
"아 시러!!!!!!!!!!!!"
"진짜 싫어....."
"아, 안 만나면 될 거 아니니!!!!!"
갑자기 축제가 벌여졌습니다. 아...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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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민현이를 좋아하는 이유 입니다. 아이들 몰래 다니엘이랑 연락을 했나봐요. 핸드폰을 달랑달랑 흔들며 보여주는 곳엔 카페 주소가 적혀 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너무 기쁜 표정이 나왔나봅니다. 민현이가 주의를 주더라고요.
"들키겠어요. 이럼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고마워, 진짜...."
"뭐 이런 거 가지고. 시간 빠듯하신데, 꾸미려면 오래 걸리지 않겠어요?"
아차, 내 정신 좀 봐. 다급하게 집안을 누비며 준비를 하는 내내 표정관리 하느라 죽을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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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입니다. 6개월 만이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예상대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눈은 그를 찾아 해매었죠. 역시, 먼저 와 있네요. 그는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내가 아무리 빨리 와도 먼저 와서 절 기다리고 있었죠. 첫 마디를 어떻게 건네야 할까요....? 저 뒷통수에도 간질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마주보고 이야기를 할 수나 있을까요?
"어? 누나! 오랜만이네."
제 눈빛이 꽤나 강했나봅니다. 가만있었는데도 뒤돌아 본 다니엘이 저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넵니다. 뭐라 말해야될지 아직 생각 못했는데.... 이미 다니엘에 의해 맞은편에 앉게 되었네요. 지금 인사를 건네기엔 늦었죠...? 근데 망할 입이 멋대로 움직입니다.
"진짜, 오랜만이다."
"우와, 누나 진짜 많이 변했다. 누나가 낯가린다니, 말도 안되는데?"
"그러게, 세상 살고 볼 일이네...."
그냥 고개만 주억거렸습니다. 비교적 요즘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서 들키지만 않는다면야 세상 편하거든요. 아, 가끔 아이들이 다치거나 아플 때 빼고요. 근데 우진이도 요즘엔 안아프니까, 뭐... 잘 지낸 거겠죠. 그나저나 전 다니엘이 더 궁금했습니다. 지성선배나 배진영에게서 이야기를 듣긴 들었다만, 건너 듣는 이야기하고 직접 듣는 이야기하곤 다르잖아요. 아... 그래요. 그냥 다니엘 목소리가 매우 듣고 싶었습니다.
"다행이네. 잘 지냈다니. 나는 안 보고 싶었고?"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안부를 물었습니다. 잔잔하기만 한 이야기 중 찻잔이 또 깨졌다는 나의 이야기에 다니엘이 진짜 놀라며 묻는 것입니다.
"성우가? 좀 의외네. 난 깨도 우진이가 깰 줄 알았지."
다니엘이랑 대화를 하면 가장 좋은 이유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입니다. P-22, W-19, LB-23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붙여준 그 이름을 불러준다는 점이 정말 좋은 점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많지만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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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약간 살얼음판 걷는 기분입니다... 다니엘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진짜 본론을 하기 전 사람을 떠보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죠.
"그래서, 왜 갑자기 뭐하냐고 문자 보낸 건데?"
역시, 그냥 만나자고 온 건 아니겠죠.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되게 섭섭하고 그러네요. 아무튼 사고쳤다면서 핸드폰을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니... 아기 수달이 있네요...?
"내가 누나 직속 후배이긴 했나봐... 누나 어깨너머로 보던 그걸... 성공시켜버렸어."
아.... 보통 양날의 검이란 표현을 많이 쓰죠.... 내가 인공수정 반인반수를 개발해서 이슈가 되었던 건데.... 그 길을 다니엘도 걷게 되겠네요. 저 길이... 처음에나 좋지 그 이후엔 정말 숨통을 조여오거든요. 차마 어떠한 반응도 못하겠는데 다니엘이 이어 말합니다.
사진 속 아기 수달을 바라보며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다니엘입니다. 아... 다니엘에겐 꽤나 힘든 시기겠습니다. 다니엘은 나랑 다르게 정에 취약했으니까요. 내 직속이 다니엘이긴 했지만 거의 배진영이 제 일을 도맡아했습니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비인간적인 실험에 참여하게 되면 자책에 자책을 하며 삼일 밤낮 동안 먹을 것도 못 먹던 사람이었죠. 음, 무슨 말이 그에게 위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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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떠한 위로될 말을 찾지도 못한 채 혹시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날 부르라는 말만 해주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 정말 무슨 말도 위로가 안 될 것을 압니다. 저건 시간이 답이에요. 피곤한 몸과 마음을 지닌채 신발을 벗고 시계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약속한 시간보다 5분 지나있네요. 역시 우진이가 울며불며 달려오다가 멈칫하고 발만 동동 구릅니다. 아무래도 내가 또 다칠까 걱정이 되는지 한참을 발만 구르다 그 자리에서 와앙 울음을 터뜨려버립니다. 그런 우진이에게 다가가 안아서 달래주었습니다. 이렇게 우진이 안고 있으니까 뭔가 방금 있던 일이 헛것 같고 그러네요....
"아니 뭔 1분마다 우는 소리가 커져가지고 귀청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네."
"미안해, 우진아. 조금 바빴어..."
"그래도 와줬으니까 돼써... 긍데 늦지마..."
고개만 저었습니다. 다니엘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민현이만이 저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줄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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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웃는 게 예쁜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센치하실까?"
거실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내 곁으로 자연스럽게 와서 앉은 성우가 건넨 말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디서 또 능글은 배워온 건지.
"그냥, 오늘만 이러고 내일 다시 웃어볼게."
"그렇담 내가 우리 주인 기분을 나아지게 하겠어!"
아니, 하트와 윙크 한 번에 웃음이 나올 일이랍니까...? 역시 우리 집 아이들은 예쁨이 넘칩니다.
+++
Q. 그냥 보면 관심이 없어 보이는 강다니엘 군은 무슨 생각으로 찻잔을 계속 선물해주시는 건가요?
A.
"뭐죠? 그걸 어떻게 알죠? 그거 나인지 모르게 해달라고 지성이 형한테 부탁했었는데요??? 누나도 다 알아요???"
***
요, 드랍더비트!
난 밀당을 할 줄 아는 뇨자 절대 과거를 다 보여주지 않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근만 하고 오면 정신이 이상해져요...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죠...?
다녜리는요. 절대 마음이 없는게 아닐지도 모르고 맞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니라 한다면 맞다고 하면서 그렇다고 할 것입니다.
뭔 말이냐고요? 쨌든 마음 있다는 겁니다. 다만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해서 정신이 없을 뿐!ㅎㅎㅎ
감동쟁이들 그거 알아요?! 나 또 초록글이다!!!!!!!!!!!!!!!!!!!!!! 야호!!!!!!!!!!예헤!!!!!!!!!!!!!워후!!!!!!!!!!!!!!!!
이 상을 주신 감동쟁이들을 위해 내 사랑을 가득 준비했습니다. 머겅♥ 두번 머거♥세번먹고♥마구마구머거♥
그리고 또 추천 수가 말입니다... 81개!!!!!!!!!!!!! 여든한개!!!!!!!!!!1 팔십일개!!!!!!!!!!!!!!! 그냥 내 인생을 감동쟁이들에게 바칩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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